“솔리스트들의 꽤 고양된 만족감으로 오랜만의 바그너 악극에 대한 갈증 풀어”

21() 저녁 8시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로비가 북적북적대는 데서 올해 연초 서울시향의 상임지휘자로 임기를 시작한 얍 판 츠베덴의 인기가 계속 이어지고 있음을 확인한 연주회였다.

지난 21일 올해 한달을 넘기고 2월 첫날에 열린 서울시향의 얍 판 츠베덴의 바그너 발퀴레얘기다. 이날 공연도 1주일전 1월말 있었던 츠베덴의 취임공연의 감동이 채 가시기도 전에 열려 서곡없이 실력으로 승부를 보고자 하는 강공, 말러교향곡 제1번 연주에서 뿜어대던 거인같은 이미지에서 모차르트의 비애와 바그너 링시리즈 <발퀴레> 1막으로 이어지는 유연한 오케스트라와 지휘자의 카멜레온 같은 변화의 유연함, 2014년과 2015년에 있었던 서울시향의 바그너 콘서트버전에 대한 오랜만의 갈증해소와 기대등이 맞물리며 츠베덴의 인기가 계속 이어질지 주목케하는 연주회였다고 해야겠다.

솔리스트들의 꽤 고양된 만족감으로 오랜만의 바그너 악극에 대한 갈증을 풀어준 얍 판 츠베덴의 바그너 '발퀴레'. (사진 서울시향)
솔리스트들의 꽤 고양된 만족감으로 오랜만의 바그너 악극에 대한 갈증을 풀어준 얍 판 츠베덴의 바그너 '발퀴레'. (사진 서울시향)

츠베덴판 바그너 링시리즈의 맛만 보여준 아쉬운 감도

이날 서울시향의 연초 두 번째 연주회는 리하르트 바그너의 발퀴레가 공연되는 탓에 이런 공연장의 로비가 더욱 북적북적데게 만든 요인이 된 듯 싶다.

콘서트 버전의 완성도는 9-10년전에 있었던 서울시향의 바그너 콘서트버전을 상회하는 듯 보였지만 당시의 서울시향 바그너 콘서트 버전들이 전막 공연을 했던 것에 비해 이번 츠베덴의 바그너는 <발퀴레> 1막만을 올린 것이 되어 츠베덴판 바그너 링시리즈의 맛만 보여준 아쉬운 감도 적지않다. 때문에 츠베덴이 홍콩필하모닉과 바그너의 <니벨룽의 반지> 전곡을 레이블로 음반을 남겼듯이 말러사이클을 가동하려는 계획 못지않게 니벨룽의 반지 전곡 사이클도 조만간 가동하기를 기대해본다.

참고로 2015520일 저녁 7시부터 장장 4시간 25분간 이어진 서울시향 발퀴레는 독일어 원어 공연을 이해할 국내 관객이 많이 없는 점을 감안한 매끄러운 한글 자막 번역이 바그너문턱을 낮추는데 큰 기여를 했던 공연으로 기억에 남아있다. 당시 서울시향의 발퀴레무대에서 세계 무대에서 정교한 헬덴테노르로 입지를 구축해온 지그문트 역의 테너 사이먼 오닐은 압권으로 볼 수 있을 만큼의 대사 보는 것에 얽매이지 않는 마치 오페라 무대를 방불케하는 자연스런 연기로 1막의 스포트라이트였다. 그대는 나의 봄(du bist der Lenz)을 열창하는 지글린데 역의 소프라노 셀레스테 시실리아노의 가창도 인상적이었고 관능적인 사랑의 2중창을 펼치면서 쌍둥이 남매임을 깨닫게 되는 지그문트와 지글린데의 포옹 입맞춤으로 1막의 마무리 역시 발퀴레 전체 공연을 통해 기억에 남을 만한 장면으로 꼽을 만 했다.

보탄역을 맡은 베이스 바리톤의 에길스 실린스의 노래로 시작한 2막에선 브륀헬데 역의 소프라노 이름가르트 빌스마이어의 탁트인 성량이 확 눈에 들어왔다. 2막에서도 발퀴레 전체를 통해 라이트모티브로 작용하는 금관악기의 강력한 위용과 소용돌이치는 반주음형이 더해져 마치 포효하는 듯한 오케스트라의 거대한 음향을 들을 수 있었던 것은 일반 오페라 관객에게 발퀴레 하면 발퀴레의 기행’(Ride of The Valkyries) 연주를 가장 먼저 떠올릴 만큼 발퀴레의 기행선율이 니벨룽의 반지발퀴레의 전체를 관통하는 선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님을 보여주는 듯 했다.

이에 앞서 2014926일 오후 8시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있었던 정명훈과 바그너는 리하르트 바그너의 니벨룽의 반지 4부작 사이클 가운데 전야에 해당하는 라인의 황금(Rheingold) 콘서트버전을 첫막으로 올려 10여분에 걸친 열광적 기립박수의 커튼콜을 이끌어내 향후 펼쳐질 국내 오케스트라 악단의 대작 니벨룽의 반지에 도전 원정대에 대한 클래식팬들의 관심이 얼마나 뜨거운지를 증명했다.

사실 10년전 서울시향의 정명훈과 바그너는 연초부터 시향 최고 관심 공연으로 꼽힌데다 그해 827일 있었던 런던 BBC프롬스의 성공적 데뷔 연주이후 일취월장한 연주력을 확인키위한 관객들의 관심 증폭으로 무대는 BBC프롬스 무대를 방불케하는 긴장과 기대가 넘쳤다. 보탄역의 바리톤 크리스토퍼 몰트먼등 9명의 외국 전문 바그너 가수와 세 라인처녀들을 이룬 벨군데의 소프라노 박세영과 플로스힐데 역의 메조 소프라노 양송미등 4명의 국내 성악가들이 출연, 바그너를 처음 듣는 사람도 바그너에 빠져들 수 있을 정도로 바그너 입문 공연으로선 훌륭했던 무대란 평가를 받았다.

거의 9-10년전에 있었던 바그너 공연이후 서울시향의 바그너 링시리즈 공연은 그이후 연주소식이 없었는데 호주 출신의 테너 스튜어트 스켈턴과 영국 출신의 소프라노 앨리슨 오크스가 지그문트와 지글린데역을 맡은 올해의 서울시향과의 바그너 발퀴레 1막열연은 비독일어권의 성악가임에도 불구하고 솔리스트들도 꽤 고양된 만족감을 보이며 관객들에게 오랜만의 바그너 악극에 대한 갈증을 풀어주지 않았나 싶다.

모차르트의 교향곡 제40번은 1주일전 말러연주에서 카멜레온처럼 변화한 연주

서울시향의 니벨룽의 반지는 논쟁적인 이 오페라의 내용이나 치밀하고 중량감있는 독일 음악, 특히 바그너 음악의 위대함을 입증하기 위한 이벤트가 아니라 노하우 축적의 계기로서 클래식 음악의 분야에서 가장 거대하고 복잡다기한 대작을 드디어 우리 악단이 연주한다는 데 큰 뜻이 있다는게 10여년전 공연참가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이런 관점에서 올해 서울시향의 발퀴레 1막 공연도 테너 스튜어드 스켈턴, 소프라노 앨리슨 오크스, 베이스 바리톤 팔크 슈트루크만등의 외국 가수들의 성악에 의존한 것은 국내 성악가들에게 기회가 주어지지 않은 국내 성악계로선 또 한번의 차후 니벨룽의 반지 공연의 숙제를 남긴 것으로 보인다. 이미 유럽과 미국에서 바그너 가수로 검증된 세계적 배역진들이 우리 무대에서 최고의 공연을 펼치는 것도 국내 공연사 발전을 위해 자양분이 되겠지만 앞으로 바그너를 제대로 불러낼 수 있는 한국인 성악가의 층을 두텁게 만들어 나가는 것도 더욱 중요한 문제로 평자들에게서 지적돼왔기 때문이다.

우리 가수들이 중요한 배역에 이름을 올릴 수 있기를 조심스럽게 희망한 평자들의 뜻이 단번에 최고의 완성도를 목표로 할 것이 아니라 몇 년 후에는 더 많은 기대를 가져도 좋은 가능성을 보여달라는 뜻이었음에 비춰 2007720일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에서 크리스티앙 텔레만과 발퀴레에서 훈딩역으로 출연, 힘있는 톤을 들려준 연광철이나 바그너의 지그프리트중 나그네로 변장한 보탄역을 소화한 바이로이트 바그너 페스티벌의 주역 사무엘 윤 같은 한국계 바그너 가수의 활약들이 서울시향 발퀴레무대에서 아쉬웠다.

때문에 콘서트버전의 이런 오페라극의 자연스런 무대장식과 의상등을 배경으로 풍성한 성량등이 바이로이트 현지의 분위기 만큼은 다소 미흡한 아쉬움속에서도 오페라 전문가들이 적시한 것처럼 앞으로 바그너를 제대로 불러낼 한국인 성악가 층을 두텁게 만들어 나가는 것 또한 새로운 과제로 적시될 만 하다.

얍 판 츠베덴 서울시향 음악감독은 서울시향 음악감독으로서 첫 정기연주회 프로그램으로 바그너를 선택한 배경으로 관현악을 먼저 작곡하고 노래선율을 썼던 바그너의 악극은 거대한 세계를 총체적으로 구현하는 교향적 오페라이기에 중요하다고 말했는데 이런 관점에서 이날 서울시향이 전반부에 연주한 모차르트의 교향곡 제40번은 1주일전 말러연주에서 유연하게 카멜레온처럼 변화하는 연주의 마치 바그너 발퀴레 연주에 앞선 서곡(序曲)처럼 들렸다. (: 음악칼럼니스트 여 홍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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