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아레떼의 전무송 예술감독 안톤 체홉 작 김태훈 각색 여무영 번역 연출의 백조의 노래

[글] 문화뉴스 박정기 (한국희곡창작워크숍 대표) pjg5134@mhns.co.kr
한국을 대표하는 관록의 공연평론가이자 극작가·연출가.

[문화뉴스 MHN 박정기] 연출을 한 여무영은 서울예술대학을 졸업하고 동랑레파토리극단에서 활동했다. 러시아 국립 모스크바 쉐쁘낀 연극대학을 졸업하고 서울시극단 지도단원을 역임했다. 현재 서울예술대학 연기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출연작품으로는 '초분', '태', '소', '마의태자', '리어왕', '보이첵', '갈매기', '벚꽃동산', '세일즈맨의 죽음', '안티고네', '베니스의 상인', '햄릿', '밤 주막', '출세기', '침묵의 바다', '시련', '길 떠나는 가족', '민중의 적', '말괄량이 길들이기', '엘리펀트 맨', '한여름 밤의 꿈', '사천의 착한 사람들', '헨리 4세' 외 120여 편과 TV드라마, 영화 다수가 있다. 연출작품으로는 '까치의 죽음', '이수일과 심순애', '영원한 아리아', '가스펠', '백조의 노래', '출세기', '병사의 이야기', '십이야' 등이 있다. 극단 아레떼의 대표다.

안톤 파블로비치 체홉(Anton Pavlovich Chekhov)은 1860년 흑해에 면한 남 러시아 항구도시 타겐로그에서 잡화상의 셋째 아들로 태어났다. 중학교를 졸업한 후 그는 시에서 주는 장학금으로 모스크바대학 의학부에 입학하였다. 재학 중 집안을 부양하기 위해 안또시 체혼떼 및 그 밖의 이름으로 7년 간 쓴 작품이 400편이 넘는다.

대학 졸업 후 사할린 섬으로 여행을 떠나 우울증과 회의에 빠져 있던 체홉은 자기 회복의 계기를 마련한 작품 <사할린 섬(1895)>을 집필하여 사회적 참여의 깊이를 더 했고, 농민생활의 나로드니키(Narodniki)적 이상주의를 비판한 <농부들(1988)>, 그리고 현실에 희생당하는 러시아 인텔리의 무력함과 데카당스라는 무서운 병폐를 파헤친 <6호실>, <골짜기(1892)> 등의 사회 풍자적 성격의 우울한 작품을 쓰기 시작했다. 체홉은 수많은 단편 외에 18편이나 되는 희곡을 집필했다. <곰>, <청혼>, <결혼>, <기념일> 등 초기 단편의 희극성을 이어받은 소극풍의 가벼운 희곡들과 후기 체홉이 즐겨 묘사한 암울한 어둠의 기초 위에 절망으로부터의 구원 혹은 인류의 밝은 미래에의 희망과 확신을 그린 불후의 4대 명작 <갈매기>, <바냐 아저씨>, <세 자매>, <벚꽃동산> 등을 들 수 있다.

이미 소설가로 명성을 얻은 체홉이 극작가로 성공하는 데까지는 연극사적으로 중요한 많은 사건들이 있었다. 체홉과 '모스크바 예술극장'의 만남이 그것이다. 개관 공연은 톨스토이의 <표트르 이바노비치 황제>였고, 두 번째 공연은 <갈매기>였다. 이 공연이 대성공을 거두었고, <갈매기>는 '모스크바 예술극장'의 상징이 되었다.

체홉의 창작활동은 전기와 후기로 구분할 수 있다. 전기는 풍자작가 체홉의 시대로 300편의 풍자소설을 썼다. 이들 작품의 무대는 시골과 모스크바이며 등장인물은 하급관리, 소시민, 교원, 농부, 의사, 약제사, 산파 등 평범한 계층이다. 후기는 중편 <대초원(1888)>에서 시작된다. 이 때부터 작품 속에 우울한 분위기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전기의 유머러스한 작품과 비교하여 후기 작품의 공통적인 특색은 회색과 우울한 분위기이다. 그리고 인물은 모두 착한 사람들이지만 이른바 잉여 인간이 많다. 전, 후기를 통해 체홉의 예술은 주로 귀족문화에서 부르조아 문화에로의 심리적 과도기를 체험한 소시민 지식 계급의 운명에 집중되고 있다. 시대의 희생자인 그들은 무언가 모자라고 우둔하긴 하지만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사람들이다.

체홉의 장편 중 <이바노프>, <갈매기>, <바냐 아저씨>, <세 자매>, <벚꽃동산> 같은 작품은 그 당시의 극단에 '새로운 언어'였다. 그의 작품 속에는 명확하고 객관적인 판단을 내릴만한 주제의 발전이나 인물의 성격이 잘 드러나 있지 않고 내적 체험만 있을 뿐 사건보다도 심리가 풍부하다. 그의 극에 보이는 서정적 특질은 거기서 연유한다. 따라서 그는 연극다운 요소를 배제하고 극을 일상생활의 자연스러움에 접근시키려 한다. 그 대신 섬세한 묘사와 무리 없고 매력 있는 대화, 서정적 기분과 근대성은 체홉의 극장이라 불리는 '모스크바 예술극장'의 관객을 정복하고 비상한 성공을 거두었다. 체홉은 '모스크바 예술극장'과 관계를 맺은 후 건강의 악화로 더 많은 작품을 남기지 못했으나 이 극장은 바로 체홉의 극장이 되었다. 이렇게 체홉은 간결하고 명철한 문장으로 자연스러운 실생활을 펼쳐 보임으로써 생의 아이러니와 진실, 소박함을 보이려 하였다.

 

<백조의 노래>는 1886년에 "깔하스"라는 제목으로 발표된 이후 제목도 바뀌고 내용도 몇 차례 수정을 하게 된다. 체홉은 당시 "세계에서 가장 짧은 드라마"라고 소개했다.

작품 줄거리는 지방 무대의 늙은 배우가 무대에 혼자 남아 자신의 지나온 삶에 대한 회한과 무대에 대한 열정을 쓸쓸히 읊어내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일생 동안 울지 않다가 죽을 때 한번 우는 백조의 삶처럼 한 배우의 가슴 저린 이야기를 무대에서 펼쳐놓는다.

이 작품은 연극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이자 삶에 있어서의 꿈과 좌절을 다루고 있다. 배우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애환을 살펴볼 수 있고 한 번쯤 인생에 대해 되짚어볼 수도 있다.

<백조의 노래>는 근자에 각 극단에서 여러 차례 공연이 되었고, 서울에서는 노배우로 여무영(2011년), 박정자(2013년) 등이 출연한 공연이 훌륭했고, 지방에서는 포항의 김삼일(2013년), 춘천에서는 조주현(2013년)의 공연이 관객의 갈채를 받았다.

1886년 안톤 체홉은 단막극 [백조의 노래]를 한 잡지에 발표하면서 다음과 같은 편지를 보냈다.

"나는 4분의 1길이의 희곡을 썼습니다. 이 작품을 공연 하는데는 15~20여분이 소요될 겁니다. 세계에서 가장 짧은 드라마지요. 꼬르쉬 극장의 유명한 배우 다븨도프가 공연할 겁니다….. 전 이 희곡을 쓰는데 1시간 5분이 걸렸습니다."

처음에는 [깔하스]라는 제목으로 발표되었으나 이후 [백조의 노래]로 바뀌고, 내용도 몇 차례 수정을 하게 된다. 특히 주인공이 극중에서 연기하는 작품이 사회 비판적인 내용을 담은 러시아 작가, '그리보에도프'나 '뿌쉬낀'의 작품에서, '세익스피어'의 "오델로"로 바뀌게 된다.

내용은 지방 무대의 노배우가 만취 후 무대에 혼자 남게 되고, 잠긴 극장 문 때문에 귀가를 못하는 상황에서 마침 극장에서 프롬프터를 하며 기거하는 젊은 배우와 대면하게 되고, 그 젊은 배우에게 자신의 연기자로서의 생애를 소개하며, 과거 무대에 대한 열정과 꿈, 그리고 현재 회한과 좌절을 하나하나 들려준다. 그리고 과거 주인공을 했던 작품을 회상 재연하고, 현재 텅 빈 객석과 소리 없는 갈채지만, 당시 극장이 떠나갈 듯 우렁찬 박수를 받으며 퇴장했던 시절을 반추하며 운명을 한다는 줄거리다.

일생 동안 울지 않다가 죽을 때 한번 우는 백조의 삶처럼, <백조의 노래>는 노배우의 마지막 연기와 함께 그의 생을 마무리하는 장면을 보여주는 연극이다.

무대는 중앙에 고풍스런 나무의자가 뒤집혀 있고, 의자를 노배우가 바로 놓는다. 중간에 천정에서 흰 침대덮개에 쌓인 청년이 줄에 매달려 하강한다. 극 전개에 따라 효과음악이 들려나오고, 하수에 늘어뜨린 철판으로 천둥소리를 낸다. 연극 회상장면과 명장면에서는 왕관을 쓰거나 의상을 입고 연기를 하고, 결투장면에는 펜싱 검을 가져다 결투를 벌인다, 대단원에서 노배우가 잠이 들 듯 운명하는 장면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연극은 도입에 노배우가 술이 취해 등장해 장화를 신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홀로 있게 된 노배우는 자신을 질책하기 시작하고, 잠시 후 천정에서 흰 보따리가 털썩 내려온다. 보따리는 침대덮개로 그걸 젖히고 젊은이 한 사람이 등장한다. 두 사람은 서로 대면하고 놀라지만, 노배우는 젊은이가 극장에서 배우들에게 프롬프터를 해주는 청년임을 알고 반긴다. 청년은 분장실에서 기거를 하기에, 노배우에게 다른 사람에게는 이 사실을 알리지 말아달라고 부탁을 한다.

두 사람의 신세타령이 시작되고, 노배우는 자신의 연극생애를 젊은이에게 들려주며, 화려했던 옛날, 명배우시절의 몇 작품을 회상하며, 그 자리에서 재현시킨다. 젊은이는 왕관과 의상을 가져다 입혀주고, 펜싱 검을 가져다 노배우의 연기를 돕는다.

노배우는 맥베스나 오셀로, 리어왕 같은 셰익스피어의 작품에서의 주인공 역할을 기량을 다해 열연한다. 로미오 역할까지 해낸다. 젊은 배우도 상대역을 하며 줄리엣 역까지 마치 여성이 하듯 기량을 다한다. 마지막으로 안톤 체홉의 <벚꽃동산>에서 사람들이 모두 별장 떠난 뒤 홀로 남은 노복 피르스가 무대에 등장해 잠드는 장면처럼, 노배우가 <벚꽃동산>의 피르스 역을 마지막으로 연기하며 의자에 앉아 잠들 듯 운명하는 장면에서 공연은 끝이 난다.

 

여무영이 노배우로 출연해 혼신의 열정으로 일생일대의 명연을 해 보인다. 이수민과 서창원이 더블 캐스팅되어 젊은 배우로 출연해 호연과 열연으로 갈채를 받는다.

프로듀서 김재하, 조연출 유지연, 기획 김미지, 무대 함영규, 조명 김종호, 음향 한 철, 영상 황명성, 음악감독 박영준, 펜싱 서 철, 홍보 양형서, 마술지도 이종욱, 포스터디자인 정겨운 등 제작진과 기술진의 열정과 기량을 합하여, 극단 아레떼의 전무송 예술감독, 안톤 체홉 작, 김태훈 각색, 여무영 번역 연출의 <백조의 노래>를 성공적인 공연으로 만들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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