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강인 ]  당신과 가야 할 길은

멀고도 험한 길입니다

부드러운 갈대밭을 삼켜버리는

매서운 비바람을 만날지도

당신의 영혼에 상처를 남기는

날카로운 면도칼을 손에 쥐고

살기에 바빠 허둥댈지도 모릅니다

당신과 함께할 길은

멀고도 험한 길입니다

속절없이 흘러가는 세월이 안타까워

산신령을 찾아가 

요술상자를 달라고 아우성치며

당신과 함께할 시간을 

정지시켜 달라고 애원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비바람에 터전이 없어진다 해도

면도칼에 육체마저 베인다 해도

전능하신 산신령을 만나지 못한다 해도

나는 두렵지 않습니다

멀고도 험한 길이지만

가야 할 곳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박만엽 시 <멀고도 험한 길>

강원도 춘천 소양강 댐 하늘에 흘러가는 구름
강원도 춘천 소양강 댐 하늘에 흘러가는 구름

김용호 작시, 김동진 작곡 <저 구름 흘러가는 곳>이라는 노래를 아십니까?

이 노래는 1960년 6월에 개봉된 한국 최초의 클래식 음악영화인 홍성기 감독 <길은 멀어도>의 주제가(主題歌)로 쓰인 우리 가곡(歌曲)입니다.

주연 배우로는 ‘최무룡’(작곡가 역)과 ‘김지미’(성악가 역)가 출연했는데 영화에서는 김지미가 불렀던 노래입니다. 

그리고 음악을 맡은 이 곡의 작곡자  김동진 선생이 직접 출연해 지휘를 맡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영화에서 이 노래를 부른 사람은 당시 서라벌대학에 재학 중이던 소프라노 박성련 선생이었는데 그분은 최근 <10월의 어느 좋은 날에>를 불러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얻은 콧수염의 성악가 바리톤 김동규의 어머니이기도 합니다. 

박성련은 우리나라에서 초연된 베르디(Giuseppe Verdi)의 오페라 <일 트로바토레(Il Trovatore)>의 여주인공  '레오노라(Leonora)'역을 맡았던 소프라노 가수입니다. 

 

영화 '길은 멀어도'의 주제가 '저 구름 흘러가는 곳'이 실린 음반 쟈켓
영화 '길은 멀어도'의 주제가 '저 구름 흘러가는 곳'이 실린 음반 쟈켓
영화 '길은 멀어도' 포스터
영화 '길은 멀어도' 포스터

아무튼 <저 구름 흘러가는 곳>은 영화 <길은 멀어도>의 주제가로 발표된 후  단시일에 유명해진 가곡입니다. 

원래  테너를 염두에 두고만든 곡인데 조수미, 신영옥을 비롯해주로 소프라노 가수들이 많이 부르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테너의 음성으로 들어보려 합니다. 

테너 ‘박세원’의 노래입니다. 

“저 구름 흘러가는 곳 

아득한 먼 그곳 그리움도 흘러가라 

파아란 싹이 트고 꽃들은 곱게 피어 

날 오라 부르네 행복이 깃든 그곳에 

그리움도 흘러가라 

저 구름 흘러가는 곳 

이 가슴 깊이 불타는 

영원한 나의 사랑 전할 곳 

길은 멀어도 즐거움이 넘치는 나라 

산을 넘고 바다를 건너 

저 구름 흘러가는 곳 

내 마음도 따라가라 

그대를 만날 때까지 

내 사랑도 흘러가라 

김용호 시 <저 구름 흘러가는 곳> 

 

이 노래를 듣노라니 서두에 올린 시 <멀고 험한 길>을 쓴 박만엽 시인의 또 다른 시가 생각납니다.

”몸이 가까이 있으면/ 온기를 느낄 수 있어 좋겠지만/ 떨어져 있다고/ 사랑을 할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눈을 마주 보고 있으면/ 정감을 느낄 수 있어 좋겠지만/ 보이지 않는다고/ 사랑을 할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맑고 변함없는 영혼은/ 떨어져 있는 몸을/ 자석처럼 이끌게 하여주고/ 보이지 않는 형상을/ 영화처럼 스크린에 비춰 줍니다

그렇다고 이런 사랑을/ 누구나 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서로가 진정으로 사랑하고/ 믿음이 있을 때만/ 가능한 것입니다“

".....저 구름 흘러가는 곳 내 마음도 따라가라

그대를 만날 때까지 내 사랑도 흘러가라" 

 

강인

 

예술비평가

사단법인 카프코리아 대표 

국민의힘 국가정책 자문위원(문화)

 

문화뉴스 / 강인 colin153@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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