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1일(금) 오후 5시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연주에만 몰입하며 연주로 승부하는 피아니스트

러시아 피아니스트 드미트리 시쉬킨(Dmitry Shishkin)은 러시아 자국 출신의 예브게닌 키신(Evgeny Kissin)이나 다닐 트리포노프(Daniil Trifonov)등에 비해 관객흡인력이 높은 피아니스트라고 볼 수는 없다.

지난 31일 휴일 오후 5시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2024년 내한 피아노 리사이틀을 가진 드미트리 시쉬킨의 피아노 리사이틀을 지켜보면서 연주에만 몰입하며 연주로 승부하고자 하는 피아니스트 시쉬킨을 다시 보게 됐다. 과잉스런 쇼맨십등의 유혹이 따를 수 있는 30대 초반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연주에만 천착하는 모습을 관객들에게 보이면서 연주로 승부하는 피아니스트라는 인상을 새롭게 심어준 것이다.

서울 클래식 공연장에서, 더욱이 같은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이틀 앞서 The Great Pianist Series를 소화한 폴란드 출신의 라파우 블레하츠(Rafał Blechacz) 피아노 리사이틀이나 이틀후 33일 일요일 오후 5시 피아노 리사이틀을 가진 츠지이 노부유키(Nobuyuki Tsujii) 피아노 리사이틀의 중간 샌드위치 시점에서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관객들에게 오롯이 연주에만 몰두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서울관객들에게 살아남을 수 있는 최선의 상책(上策)이라고 생각했던 것일까.

러시아 피아니스트 드미트리 시쉬킨이 피아노 리사이틀을 마치고 관객 사인회에 임하고 있다. (사진 (주)_또모)
러시아 피아니스트 드미트리 시쉬킨이 피아노 리사이틀을 마치고 관객 사인회에 임하고 있다. (사진 (주)_또모)

대중성과 작품성 결합한 연주 레퍼토리들

2월말부터 3월초까지 잇따라 피아노 리사이틀을 같은 장소에서 가진 세 피아니스트들의 연주 레퍼토리들은 알찬 프로그램들에다 연주 후반부에 비중있는 연주 프로그램 레퍼토리들을 배치했다는데 다같이 공통점을 갖고 있었다.

227일 저녁무대의 라파우 블레하츠의 경우 쇼팽의 녹턴과 마주르카, 폴로네즈등으로 전반부를 채웠다면 후반부에는 드뷔시의 베르가마스크 모음곡, 모차르트 소나타 제11, 시마노프스키의 변주곡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폴란드 출신의 라파우 블레하츠가 20171014일 토요일 저녁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의 첫 내한 피아노 리사이틀때 쇼팽의 피아노 소나타 제2번을 빚어낼 때 관객들이 최고의 피아니즘에 넋을 잃는 등 후반부의 연주자나 관객의 몰입도가 더 진하고 높았던 이날 블레하츠가 쇼팽 피아노소나타 제2III. Marche funebre: Lento에서 꿈속의 몽환을 걷듯 연주, 30대 초반의 나이임에도 불구 거장적 터치에 의한 목가적이면서 숭고한 음색이란 표현이 전혀 무색치 않았던 연주를 들려주던 것을 감안하면 블레하츠의 피아노 리사이틀이 그간 국내 무대에서 자주 펼쳐지지 못했던 아쉬움을 날려버리는 리사이틀이었다고 할 만 하다. 33일 일요일 오후 5시 무대의 츠지이 노부유키 피아노 리사이틀은 전반부의 바흐 프랑스모음곡과 쇼팽의 즉흥곡으로 전반부를 예열한 뒤 후반부에는 드뷔시의 판화, L.100과 라흐마니노프의 악흥의 순간으로 시각장애자의 무대에 대한 편견을 전혀 갖지못하게 만드는 피아노 리사이틀 무대를 연출해냈다.

2015년 쇼팽 국제콩쿠르에서 한국출신 조성진에게 밀려 파이널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는 것으로 만족한 러시아 출신의 피아니스트 드미트리 시쉬킨의 연주캐리어는 앞서 언급한 대로 자국 출신의 예브게닌 키신이나 다닐포노프등에 비해선 관객의 열기나 높은 관객흡인력을 그동안 보여왔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올해 2024년 내한무대에선 지금껏 선보이지 않았던 음악들을 통해 드미트리 시쉬킨은 잇따른 세 피아니스트 연주가 사이에서 가장 연하의 나이임에도 국내 피아노팬들에게 연주에만 몰입 천착하는 연주자라는 이미지를 심으면서 자신에 대한 이미지 업에 성공한 것이다.

시쉬킨이 대중성과 작품성을 결합한 연주 레퍼토리들을 선보인다는 느낌은 프로그램 1부에서부터 감지돼왔다. 첫 연주곡 바흐-부조니 코랄전주곡이나 차이코프스키의 둠카나 러시아풍의 스케르초가 그런 대중성을 가미했다면 프랑크 전주곡 푸가와 변주곡과 리스트 헝가리안 랩소디 제2번은 작품성이 내재된 레퍼토리로 필자에게 비쳐졌다.

바흐-부조니 코랄전주곡은 1732년경에 작곡한 칸타타 <“당신을 소리쳐 부르나이다 주 예수 그리스도여”/Ich ruf zu dir, Herr Jesu Christ.>BWV 177번에 나오는 코랄(합창)을 바탕으로 만든 곡. “제가 주 예수 당신을 부르나이다는 바흐가 루터 교회 찬송가 중에서 가장 중요한 선율을 정리하여 만든 오르간 소곡집중 하나이다.

대중성이 가미된 곡의 하나로 볼 수 있을 차이코프스키 둠카는 연주회용 작품이자 동유럽풍의 민속 왈츠곡으로 러시아 농민의 풍경이라는 부제를 가지고 있다. 시쉬킨은 차이코프스키의 다른 작품에 비해서도 러시아 민속음악 요소인 리듬, 민속 선율, 색채감을 느낄 수 있도록 연주한 감을 받았다.

전반부의 작품성이 내재된 대표적 곡으로 볼 수 있을 리스트 헝가리안 랩소디 제2번은 드미트리 시쉬킨의 팔레트처럼 타건이 펼쳐지는 것이 아름다웠고 구슬픈 선율로 시작하여 점점 빠르게 휘몰아치듯 격렬해지는 선율이 특징인 차르다시의 특징을 여실히 감상할 수 있는 곡이어서 시쉬킨의 연주가 마쳐지자 두손을 치켜들며 최고라는 엄지손가락을 치켜드는 관객들을 다수 볼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프로코피예프의 피아노 소나타 제2, 4악장으로 구성된 고전 소나타 양식

드미트리 시쉬킨은 이날 자신의 피아노 리사이틀에서 후반부에 스크리아빈의 피아노 소나타 제2, “환상적 소나타”, 라흐마니노프 전주곡 작품번호 23번중과 32번중에서 몇 개곡들, 그리고 프로코피예프의 피아노 소나타 제2번의 비중있는 레퍼토리들을 배치해 피아니스트로서의 자신의 이미지 레벨업을 꾀했다.

후반부 첫 연주곡 스크리아빈의 피아노 소나타 제2번을 보자면 자유로운 형식과 환상성이 느껴지는 선율이 특징으로 무려 20년의 기간동안 작곡되었다고 알려진 스크리아빈의 피아노 소나타는 총 10곡으로 집계되며 스크리아빈의 음악인생과 그의 삶 전반이 담겨져있다는 것이 음악학자들의 평가다.

라흐마니노프의 전주곡 작품들은 짧은 동기와 음형의 전개로 이루어져 있는 것이 특징으로 전주곡은 낭만주의 시대 작곡자의 감정에 따라 자유로운 형식으로 쓰인 피아노 소품이다. 작품번호 23번중 1번에서는 느린 템포로 물결이 그려지는 듯한 선율로 연주되었고 3번에서는 다소 무게감이 느껴지는 미뉴에트 선율을, 5번에서는 행진곡풍의 선율을 감상할 수 있었다. 라흐마니노프 전주곡 작품번호 32번중 5번은 라흐마니노프의 서정성을, 8번에서는 다채로운 리듬과 기교를, 10번에서는 장송행진곡과 같은 장엄함을 12번에서는 드라마틱한 선율과 이어지는 감정선을 느낄 수 있었다.

드미트리 시쉬킨의 마지막 연주곡 프로코피예프의 피아노 소나타 제2번은 4악장으로 구성된 고전 소나타 양식을 따르며 그의 주요 음악적 특징인 고전적, 현대적, 토카타, 서정적, 해학적 요소를 담은 대표적인 곡임을 알 수 있었다. (: 음악칼럼니스트 여 홍일)

 

주요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