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처리기준 위반으로 공정거래법 공시 의무도 위반
단기금융상품 계정 금액 불일치... 고의성, 분식회계 및 부당 내부거래 의혹

비상하는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 사진 = 연합뉴스 제공
비상하는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 사진 = 연합뉴스 제공

[문화뉴스 최병삼 기자] 금융당국 감리 결과, 지난 27일 회계처리 위반 조치를 받은 아시아나항공이 지적사항 외에도 장부 오류가 추가로 확인됐다. 이에 회계처리기준 위반으로 공정거래법 공시 의무 위반 의혹, 분식회계 의혹, 부당 내부거래 의혹 등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27일 금융감독원은 '사업보고서 등에 대한 조사·감리결과 조치'를 발표하며, 아시아나항공이 자사의 4개 종속회사가 특수관계자에게 자금을 대여하여 인수자금으로 사용하였음에도, 이러한 거래를 특수관계자 거래 주석에 누락하였으며, 특정 업체와 기내식 공급계약을 체결하면서 불리한 조건을 부담하는 대신, 이면계약을 통해 해당 업체가 특수관계자의 신주인수권부사채를 인수하기로 한 사실도 특수관계자 거래 주석에 누락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5년도에 미기재된 금액은 3,300억 원, 2016년도에 미기재된 금액은 1,600억 원에 이른다. 아시아나항공은 이러한 회계처리 위반으로 인해 8개월 증권 발행 제한 및 2년 감사인 지정 조치를 받았다. 

그런데 지난 2일 <뉴스토마토> 보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이 2015년도에 3,300억 원의 대여금은 주석뿐 아니라 재무상태표에서도 누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여금으로 처리했어야 할 계정을 단기금융상품으로 잘못 처리한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재무상태표에서 단기금융상품투자로 처리된 것을 알고 있었으며, 대여금으로 했어야 하는 걸 계정 분류가 잘못된 것”이라고 밝혔으며, 이어 “보통 위반 사항이 있으면 지적 순위가 제일 높은 걸로 지적하는데, 특수관계자 주석 사항에 대한 조치 수위가 높다 보니 그걸로 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시아나항공 측도 “대여금으로 분류하지 않고 단기금융상품으로 처리한 게 애초 감리를 받게 된 배경”이라고 시인했다.

문제는 당시 금호그룹(아시아나항공의 모기업)은 자산총액 15조 원을 넘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이었기에, 대규모 내부거래에 대해 공시해야 할 의무가 있었으며 이사회 의결이 있었어야 했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은 대여금을 금융상품으로 잘못 처리하면서 당시 대규모 내부거래 공시조차 이뤄지지 않았으며, 2015년 이사회 주요 의결 사항에서 관련 거래 승인 안건을 다룬 내용이 발견되지 않았던 점으로 미루어보아 이사회 승인 절차도 제대로 거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는 공정거래법 제26조에 따라 대규모 내부거래에 대한 의사회의결 및 공시의무 위반에 해당한다.

이 밖에도 대여금을 금융상품으로 처리하면서 분식회계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대여금이 발생할 경우 회사는 미래를 대비하여 대손충당금을 설정해야 한다. 하지만 대손충당금을 설정하게 되면 그 설정액만큼 당기 비용이 증가해 영업이익을 감소시킨다. 이에 아시아나항공이 대여금이 아닌 금융상품으로 처리하면서 이를 회피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아시아나항공의 대여금에 대한 대손충당금은 2015년 1년 만기를 넘어가는 비유동 대여금에 대해서만 1억 9,329만 원을 쌓은 게 전부였다.

사측의 단기금융상품 처리 해명에도 석연치 않은 대목이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3,300억 원의 대여금을 단기금융상품으로 처리했다고 밝혔으나, 2015년도 단기금융상품 계정은 직전년도 대비 45억 원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더해 단기금융상품 계정 금액이 3,112억 원으로, 3,300억 원에서 189억 원이 모자란다.

더욱이 아시아나항공은 공시에서 대여금 수치가 2018년 공시부터 이전 수치와 불일치하는 오류도 발견된다. 아시아나항공은 17년도 사업보고서까지는 16년도 단기대여금 242억 원, 장기대여금 105억 원, 17년도 단기대여금 40억 원, 장기대여금 725만 원으로 기재했다.

하지만 18년도 사업보고서부터는 이 수치들이 변경됐다. 16년도 단기 대여금은 242억 원에서 262억 원으로, 장기대여금은 105억 원에서 127억 원으로, 17년도 단기대여금은 40억 원에서 62억 원으로, 장기대여금은 725만 원에서 37억 원으로 바뀐다. 

이 같은 수치 오류는 불성실 공시 사례에 해당해 사안의 경중에 따라 당국의 제재를 받기도 한다.

아시아나항공은 내부거래 미공시에 대해서는 “당시 거래는 자회사들이 제3자가 발행한 ABCP(자산담보부기업어음)에 투자한 것으로 판단해 단기금융상품으로 인식한 것”이라며 “대여로 볼 경우 공시 요건에 해당되나 당사는 투자로 판단했기에 대규모 내부거래 미공시된 건”이라고 해명했으며, 이사회 의결에 관해서는 “해당 거래는 자회사에서 진행된 건으로 자회사 내부통제 규정에 따른 승인을 거쳤을 것.아시아나 이사회의 의결 사항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또한 18년도부터 17, 16년도 장·당기 대여금이 이전과 달라진 점에 대해서는 “2018년 감사보고서 한정의견 후 에어부산을 연결종속회사로 편입해 전기수정했기 때문에 이전 숫자와 차이가 발생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고의성이 없더라도 공시 위반 시 제재를 받는다. 다만 공정거래법상 처분시효는 지났을 수 있다. 처분시효는 위반 행위 종료일로부터 7년이다. 

지난 8일 <뉴스토마토> 보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측은 “3,300억 원 대여금을 2016년 상반기에 전액 상환받았다”고 설명했다. 이 주장에 의하면 처분시효는 지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사건은 다른 사건들과도 연계돼 있기에 공정위가 종료일을 언제로 볼 건지가 관건이다.

만일 고의성이 입증될 경우, 당시 대표이사 등 책임자 고발로 이어질 수 있다. 3,300억 원의 대여금은 2015년 12월 말 금호기업이 금호산업을 인수하는 데 사용됐는데, 이미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해당 사유로 횡령 재판을 받고 있으며 1심 유죄판결을 받고 2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최종 유죄가 확정될 경우, 관련 거래를 승인한 아시아나항공 이사회에도 책임이 미칠 수 있으며, 이는 배임·횡령이나 주주대표소송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부당 내부거래 소지도 지적되고 있다. 과거 채권단은 여러 차례에 걸쳐 공정거래법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계열사 자금 사용 금지 원칙을 고지했으며, 공정위 역시 기내식 독점권 관련 BW 계약 건과 2016년 8월부터 2017년 4월 사이 이뤄진 9개 계열사 신용 대여 행위를 부당 내부거래 지원 행위로 보고 제재한 바 있다. 이는 행정소송까지 갔다가 대법원에서 최종 확정됐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일단 공정거래법상 공시를 위반한 것이고 부당지원에도 해당할 수 있다”며 “당시 공시를 했으면 부당지원 혐의에 걸릴 수 있었다. 시효문제도 있고 소유권도 (대한항공으로) 바뀌게 돼 공정위가 재조사하는 건 쉬워 보이지 않지만, 공시위반에 대해 최근 처벌을 굉장히 낮추고 있는데, 결국 공시를 제대로 안 해서 은폐하는 일들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반증하는 사례”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에선 디스커버리제도가 있어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고 원고 측 변호사가 법원에 영장발부 신청해 압수수색도 할 수 있다”며 “이런 제도가 없는 국내선 이사회가 업무를 방기했단 사실을 입증하기 어려워 주주대표소송이나 다중대표소송은 거의 활용되지 않는다”고 한계도 지적했다. 

문화뉴스 / 최병삼 기자 press@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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