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강경민 칼럼니스트] 러시아의 투르크어권(Turkic) 지역인 타타르스탄과 바쉬키르스탄에서는 다른 어느 투르크어권보다 민족의 대표적인 봄맞이 행사로서 나브루즈를 기념한다. 타타르스탄공화국 문화부의 나브루즈에 관한 소개에 따르면 나브루즈는 타타르인의 민족 정체성을 나타내며 이슬람이라는 종교성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지난 “나브루즈(1)”에 이어 오늘은 훈족과 고대 투르크 민족의 나브루즈 기원과 타타르 민족의 나브루즈에 대해 이야기 한다.

[타타르스탄의 나브루즈 행사 = 얀덱스 (Yandex)]
[타타르스탄의 나브루즈 행사 = 얀덱스 (Yandex)]

1. 훈족과 고대 투르크 민족의 나브루즈 기원

과거 훈족과 고대 투르크계 민족에게는 자연 현상 중에서도 하늘과 태양에 대한 종교적 경외를 가지고 있었다. 훈족(Гунны)은 떠오르는 태양을 맞이하기 위한 특별한 의식으로서 일출 전에 줄을 서서 절을 하는 풍습이 있었다. 볼가강(Волга) 유역의 불가르 주변에서는 불가르 지역의 토착민과 이주한 투르크 민족들 사이에서 날개가 달린 태양와 천상의 빛을 형상화한 조각과 부속품 등의 이미지가 발견되기도 했다. 특히 훈족과 고대 투르크 민족은 세상의 모습을 우리가 살고 세상은 층으로 된 하나의 우주로, 우주의 중간층에는 우주의 신 ‘우두크-이이르-섭(Удук Йир Суб)이라는 신이 살고 있다고 믿었다. 투르크 고어로 우두크(Удук)는 ‘지구’또는 ‘흙(땅)’을, 이이르(Йир)는 ‘물’을 그리고 섭(Суб)은 ‘물’을 의미한다. 흙(땅), 물, 물의 숭배는 즉 자연 숭배를 의미하는데, 이를 관장하는 자를 ‘텡그리(Tengri)’라 불렀다. 훈족과 고대 투르크계 민족의 종교적 사상은 중세의 타타르 민족의 투르크화 형성 과정의 문화적 사상의 확립에도 기여했다. 농경이 경제 활동의 기초 중 하나였던 볼가강 유역의 투르크계 민족에게 농경은 계절의 순환은 삶이였고, 봄철 농업 활동은 한 해의 경제 활동을 판가름하는 대단히 중요한 시기였다. 태양과 땅에 대해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던 문화는 어찌 보면 당연했다. 

[오늘날의 볼가강(Волга)과 카잔 = 강경민 칼럼니스트]
[오늘날의 볼가강(Волга)과 카잔 = 강경민 칼럼니스트]

2. 타타르 민족의 투르크화와 이슬람의 수용 이후 등장한 이슬람력과 민속력

투르크화된 타타르 민족이 받아드린 이슬람교는 아랍어와 페르시아어의 확산에 기여했다. 특히 볼가강 유역에 정착한 타타르 민족에게 달(아랍어), 태양(페르시아어)와 관련된 용어와 문화가 볼가 지역에 흡수되기 시작했는데, 종교적인 이슬람력 이외에도 태양과 달을 움직임을 따른 태양력 ‘카멜리야’(Камәрия)와 종교적인 절기가 없이 순수 타타르 민속(계절별 제천) 달력인 ‘샴시야(코야시)’(шәмсия (кояш))가 사용되었다. 고대 투르크어로 샴시야(코야시)는 우산(태양)을 뜻한다. 훈족과 고대 투르크 민족의 하늘 신에 대한 믿음과 정착 후 뿌리내린 농경문화가 하나도 융합된 이후인 13세기 이후의 볼가르-타타르 지방의 수 많은 비석, 문헌 자료에 관련 자료가 남아 있다. 

[타타르스탄 카잔의 이슬람 모스크 '쿨 샤리프 모스크' (Kul Sharif Mosque) = 강경민 칼럼니스트]
[타타르스탄 카잔의 이슬람 모스크 '쿨 샤리프 모스크' (Kul Sharif Mosque) = 강경민 칼럼니스트]

3. 투르크 학자들이 남긴 타타르 민족과 봄 절기 

13세기 이후의 타타르 세계의 예술, 역사, 문학 작품의 연도는 모두 이슬람력에 따라 기록되었다. 투르크학(Turkology, Тюркология)의 카잔학파(Казанская тюркологическая школа 카잔투르크학파)로 알려진 이슬람학자이자 투르크민족 고고학자인 시가부딘 마르자니(Ш. Марджани, 1867-1889)의 연구에 따르면 당시에는 타타르인이 곧 무슬림이었고, 타타르 무슬림은 ‘하말(Hamal)’이라 불리는 태양-달을 관리하며 다스리라는 계시를 받았다고 믿었다. 타타르계 정교회교 ‘크라이센(Kряшены)은 정교회력 1월 1일을 종교적으로 ‘그리스도의 날’이라는 의미로 ‘루미야 엘(Pумия елы )’이라 칭하며 봄이라 여겼다. 일반적인 절기과 달리 투르크 민족의 한 해의 달에는 13번째 달이 존재했는데, 이는 음력을 태양력과 일치시키기 위해서 였다. 투르크계 민족 중에서도 특히 추바쉬(чуваши)민족 절기에는 근대화되기 이전까지 13번째 달이 존재했다. 

[타타르스탄공화국의 수도 카잔에 있는 투르크민족 고고학자 시가부딘 마르자니 (Ш. Марджани, 1867-1889) 기념비 = 얀덱스(Yandex)]
[타타르스탄공화국의 수도 카잔에 있는 투르크민족 고고학자 시가부딘 마르자니 (Ш. Марджани, 1867-1889) 기념비 = 얀덱스(Yandex)]

카잔연방대학교(КФУ) 총장이었던 의사이자 역사인류학자인 카를 프리데리치 (Фукс Карл Фёдорович, 독일계 러시아인, 1776 – 1846)은 자신의 책 “정적 및 민족지학적인 관계에서 의 카잔타타르”(원서 명: Казанские татары в статическом и этнографиском отношениях // 출판사 Казань:Фонд ТЯК)에서 “추바쉬 민족은 겨울이 시작되면 새해를 시작하고, 절기는 13개월이며, 일주일은 총 7개로 금요일이 일요일을 대신한다’ 라고 기록했다. 이외에도 카잔투르크학파에서 활동했던 투르크 인류학자 카윰 가브덴나스로비치 나스리(Габденнасырович Насыров, 1825-1902)와 투르크 문헌학자 겸 민속인류학자인 나키 시라지예비치 자키로프(Наки Сиразиевич Закиров, 1899 - 1992) 등이 타타르 민족과 볼가 지역내 투르크계 민족의 봄 절기와 나브루즈에 대해 수집, 연구 및 기록물을 남겼다.

투르크 문헌학자 겸 민속인류학자인 나키 시라지예비치 자키로프(Наки Сиразиевич Закиров, 1899 - 1992)
투르크 문헌학자 겸 민속인류학자인 나키 시라지예비치 자키로프(Наки Сиразиевич Закиров, 1899 - 1992)

4. 타타르 민족의 봄 절기와 다양한 나브루즈 문화

19세기 까지만해도 타타르 민족은 춘분인 3월을 오래전 선조들의 관습에 따라 봄 절기의 나브루즈를 축하했다. 소비예트 중기 이전인 카잔 및 타타르스탄내 여러 지역에서는 20세기 초까지 나브루즈의 풍습이 남아있어 아이들은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나브루즈 민요 '나브루즈 타크마라르'(Наүрүз такмаклары)를 노래하고, 서로서로 신년 기념 선물과 먹을 것들을 주고 받으며 한 해의 성공과 건강을 기원했다. 타타르 민족에게 봄은 새로운 생명의 탄생을 의미한다. 지금도 나브루즈의 봄 절기가 되면 타타르 민족은 “새해에는 성공하기를”이라는 타타르어인 “Нәүрүз мөбарәк булсын” 인사를 주고 받는다.

[타타르 민족의 나브루즈 = 얀덱스(Yandex)]
[타타르 민족의 나브루즈 = 얀덱스(Yandex)]

카잔 타타르 민족과 더불어 타타르 민족이 거주 지역인 아스트라한, 튜멘, 옴스크, 시베리아 등지에서는 지금도 나브루즈 봄 절기 축가 문화가 내려오고 있으나 명절을 기념하는 문화는 지역 환결별로 현저한 차이가 있다. 1) 카잔 타타르 민족은 아이들은 밀싹을 들고 집안의 안뜰을 돌아다니며 풍년을 기원한다. 마을 별로 한 축하를 기념할 장소를 정한 후, 한 자리에 모여서 다 함께 식사를 한다. 아이들을 위한전통 놀이 하는데, 농장에서 모은 계란을 삶은 후 언덕 아래로 굴러 내리는 놀이가 대표적이다.  2) 아스트라한 타타르 민족은 대가족별로 죽을 쑤고, 이웃에 방문한다. 마을 단위로 힘겨루기 대회를 하는데 경마와 레슬링 등이 대표적인 놀이 문화이다. 승자에게는 양, 송아지 등 가축을 선물한다. 가축은 마을에서 가장 부유한 거주민들이 준비한다. 3) 시베리아 타타르 민족의 나브루즈는 어린이 중심의 문화가 특징적이다. 이들에게 어린이는 새로운 생명이며 삶을 의미한다. 어린이들은 모여 마을내 주택을 방문하는데, 어른들은 아이들이 방문하기 전, 새해 소망이 담아 구운 간식을 만들어 놓는다. 아이들이 방문하면 준비해 놓은 간식을 나누어 준다. 나브루즈 새벽이 되면 마을 사람들이 모여 달리기 겨루기를 하고, 오후에는 말과 수레를 타고 경주한다. 저녁에는 밀로 만든 죽을 나누어 먹는다.

[타타르 민족의 나브루즈 음식 문화 = 얀덱스 (Yandex)]
[타타르 민족의 나브루즈 음식 문화 = 얀덱스 (Yandex)]

타타르 민족의 투르크화 이후인 금장 칸국과 카잔 칸국 시대, 러시아 제국의 지배 기간 등 시대가 변화함에 따라 나브루즈의 모습도 변화했지만 봄을 축하한다는 의미만큼은 변질되지 않았다. 물론 20세기 초 중반 소비예트 시기에 무신론의 확산으로 나브루즈 축하 문화가 일시적으로 사라지기기도 했지만 1987년부터 러시아연방내 타타르스탄공화국의 공화국 기념일로 지정된 이후인 1992년부터는 ‘국가문화보존’ 차원에서, 2004년부터는 ‘타타르스탄공화국의 국가정책구현’ 목적으로 공휴일로서 나브루즈를 축하 및 기념하고 있다. 

[타타르 민족의 땅, 타타르스탄공화국의 수도 카잔 = 강경민 칼럼니스트]
[타타르 민족의 땅, 타타르스탄공화국의 수도 카잔 = 강경민 칼럼니스트]

문화뉴스 / 강경민 칼럼니스트 eurasianote123@gmail.com - 카잔연방대학교 국제관계대학에서 이론-응용-비교언어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현재는 카잔연방대학교 국제관계연구소 알타이 투르크 중앙아시아학부 소속으로 '러시아어권내 투르크 민족 언어 관계, 투르크 언어 간의 쌍방언어 비교와 언어처리, 러시아-튀르키예 국제관계' 등 민족과 언어 관계, 국제관계를 연구 한다. 국내 기업 및 대학에서 러시아와 튀르키예 관계 및 투르크 지역에 관한 지역학, 언어, 문화 등을 강의 출강하며,  경찰청, 법무부의 터키어 통번역사, KBS “세계는지금” 러시아 글로벌 통신원 & 러시아어, 터키어 통번역사로도 활동 중이다.. 이전에는 IT 대기업과 스타트업에서 라이브서비스 및 개발 PM으로 근무했다. 튀르키예(터키)의 현대문학가 얄바츄 우랄(Yalvaç Ural)의 “고양이는 언제나 고양이였다”를 번역했고, 틈틈이 러시아와 튀르키예의 동물권에 대해서도 기록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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