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맨씨어터
[문화가 있는 날·예술이 있는 삶을 빛냅니다…문화뉴스] 국내 초연되는 연극 '프로즌'이 오는 9일, 개막을 앞두고 있다.

연극 '프로즌'은 극작가 브리오니 래버리의 대표작으로, 1998년 영국 버밍엄 레퍼토리 시어터에서 초연됐다. 이후 같은 해 TMA awards 작품상, 2004년 토니상 최우수 남우주연상을 받으며 평단의 호평을 받은 작품이다.

이번 연극은 극단 맨씨어터가 2015년 야심 차게 준비한 신작이다. 맨씨어터는 2007년 연극'썸걸(즈)'를 시작으로, '갈매기', '14人 체홉', '은밀한 기쁨' 등의 연극을 선보였으며, '프로즌'을 통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과 함께 '용서'라는 신념에 대해 정면으로 마주할 계획이다.

극단 맨씨어터와 함께 김광보 연출이 제작을 책임진다. 연극 'M.Butterfly', '사회의 기둥들', '줄리어스 시저', '그게 아닌데' 등의 김광보 연출을 필두로 연극 '내 이름은 강', '주인이 오셨다'를 집필한 고연옥이 윤색을 맡았고, 뮤지컬 '레베카', '모차르트', 연극 '프랑켄슈타인' 등 작품의 주제를 관통하는 무대를 선보여온 정승호가 무대디자인을 맡았다. 연극 '가족이란 이름의 부족', '수탉들의 싸움'에서 섬세한 조명디자인을 선보인 이동진이 조명을, 연극 '여우인간'으로 김광보 연출과 호흡을 맞췄던 장한솔이 음악을, 박소영과 백지영이 의상과 분장을 책임진다.

▲ (왼쪽부터) 이석준, 정수영, 우현주 ⓒ 맨씨어터
연쇄 살인범이자 아동학대를 받았던 것으로 의심되는 소아성애자 '랄프'역은 배우 박호산과 이석준이 번갈아 맡는다. 랄프는 연쇄살인범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악마적인 클리셰가 전혀 없이 아주 정돈되고 꼼꼼한 인물로 그려진다. 때론 아주 위험스러울 때도 있지만, 그가 죽인 어린아이들처럼 갈팡질팡하며 쉽게 상처받는 인물이기도 하다.

연쇄 살인으로 자녀를 잃고 극한의 심리 갈등을 보여주는 살해된 소녀의 엄마 '낸시' 역은 극단 맨씨어터의 대표이자 배우인 우현주가 맡는다. 낸시는 절망감으로부터 비슷한 상황의 사람들을 도와주려는 마음, 랄프에 대한 복수심, 그리고 랄프를 용서하려는 마음까지 수년 동안에 걸친 감정과 소견을 놀라울 정도의 범위로 보여주는 캐릭터다.

양심의 가책 없이 범죄를 저지르는 연쇄살인범들을 연구하는 정신과 의사 '아그네샤'역은 배우 정수영이 맡아 분한다. 아그네샤는 자신의 이론을 강의하기 위해 랄프의 사례를 강연의 주제로 삼고, 그를 분석하는 캐릭터다. 그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서서히 자신의 트라우마를 드러낸다.

▲ (왼쪽부터) 우현주, 정수영, 박호산 ⓒ 맨씨어터
연극 '프로즌'은 다른 연극적 장치에 의존하지 않고 오롯이 배우의 연기에만 집중하게 쓰였다. 작품의 전반부는 세 등장인물의 독백으로만 이루어진 것이 특징이다. 그뿐만 아니라, 아이를 잃어버린 날이나 범인이 아이를 유괴하고 살해에 다다르는 과정이 시적인 언어들로 구성돼 있다. 사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나 서사에 대한 압박감 없이, 그들의 심리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극 전체가 드러나는 구조이다.

이 구조는 관객들에게 사건을 전달하는 사이에 감정적인 거리를 두어 캐릭터들의 이야기를 더욱 분석적으로 만든다. 또한, 짧은 대사들과 짧은 절들로 이루어진 문장은 극본에 강도를 더 해 관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하게 해 줄 것이다.

작품의 주제는 '용서'다. 어린 자녀를 살해당한 엄마가 그 살해자를 용서하는 과정에서 작가는 그 살해자를 인간으로서, 그리고 꽤 호감이 가는 인물로 그리고 있다. 심지어 아이를 살해당한 엄마가 인생을 잘 보내며, 웃을 수 있고, 과거처럼 농담할 수 있다는 것을 다양한 조사와 연구를 통해 세심하게 그리며 논란이 될 수 있는 상황 설정 속에서도 용서의 신념을 강력하게 끌어낸다.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학대를 당한 연쇄살인범, 연쇄 살인으로 어린 자녀를 잃게 된 엄마, 다양한 사례의 연쇄살인범을 연구하는 정신과 의사. 이처럼 세 인물의 삶을 천천히 교차시키며, 부드럽지만 강력하게 '용서'라는 신념에 대해 논할 연극 '프로즌'의 개막을 기대해보자.

문화뉴스 전주연 기자 jy@mhns.co.kr

주요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