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여줄게, 내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문화뉴스 MHN 이민혜 기자] 제70회 칸 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공식 초청받아 상영 후 5분 동안의 기립박수를 받은 여성 원톱 액션 영화 '악녀'(감독 정병길)가 8일 개봉했다. 

오프닝부터 약 5분가량의 롱케이크로 펼쳐지는 1인칭 시점의 액션 시퀀스는 FPS 게임을 하는 것처럼 역동적이고 생동감 있다. 리얼한 이 시점 샷은 잔인하지만 화려하게 시작부터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어린 시절부터 킬러로 길러진 조선족 '숙희'(김옥빈)는 1:70의 학살 끝에 체포되고, '권숙'(김서형)에세 그 재능을 인정받아 국가 비밀조직에 스카우트되어 새로운 삶을 살 기회를 얻게 된다. 조건은 10년 동안 여성 요원으로만 구성된 비밀기지에서 지내고 암살 임무를 수행하면 자유를 주는 것이다. 살기 위해 살인하는 숙희 앞에는 진실을 감춘 두 남자, 국정원 요원인 '현수'(성준)와 그녀가 어릴 때부터 친분이 있던 '중상'(신하균)이 등장하고, 숙희 자신의 과거와 그들의 비밀이 서서히 밝혀진다.

 
 
 

한때는 사랑받고 사랑스러웠던 소녀에서 배신당하고 상처받으며 살아오기까지, 그녀의 얼굴에는 악과 슬픔, 그리고 아픔이 혼란스럽게 공존하고 있다. 그 누구보다 잔혹한 살인 병기처럼 보이지만 숙희는 사실은 순정적이고 평범한 삶을 꿈꾸는 여자이고 사람이다. 새하얀 드레스를 입은 그녀가 저격용 총을 들고 있는 모습은 매우 우아하지만 슬프고 잔인하다.

표정 연기만큼이나 눈에 띄는 것은 단연 배우 김옥빈의 액션 연기이다. 오프닝에서 거친 숨소리와 악에 찬 표정만큼이나 자극적인 액션을 보여준다. 권총, 기관총, 단검, 장검에 도끼까지, 다양한 무기들로 보여주는 사투는 그저 보너스일 뿐, 관객의 몰입도를 올려주는 것은 바로 독창성이 돋보이는 '오토바이 X 칼 액션 시퀀스'와 '마을버스 X 도끼 액션 시퀀스'이다. 오토바이가 나란히 달리면서 칼싸움을 펼치는 장면은 전무후무한 액션은 주행의 속도감과 칼날의 날카로운 소리로, 자동차의 깨진 앞 유리를 통해 보닛에 앉아 운전하다가 도끼를 이용해 마을버스로 점프하여 덮치는 장면은 압권이다. 

 
 

영화 '악녀'에서 '악(惡)'은 '인간의 도덕적 기준에 어긋나 나쁨'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동시에 '있는 힘을 다하여 모질게 마구 쓰는 기운'과 '분노'라는 의미의 '악'도 담고 있는듯하다. '악녀'로 나오는 '숙희'는 있는 힘을 다하여 버티다 못해 분노하였을 뿐이었지만 결국, 그녀가 한 일들은 도덕적 기준에서는 매우 악독하다. 그렇게, 그녀의 억눌린 감정은 마지막 시퀀스에서 펑 터져버린다. 

영화진흥위원회 실시간 예매율에 따르면 10일이 막 된 새벽 1시를 기준으로 현재 영화 '악녀'는 6일에 개봉한 영화 '미이라'에 이어 12.2%의 예매율로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절찬 상영중. 청소년 관람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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