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있는 날·예술이 있는 삶을 빛냅니다…문화뉴스] 바야흐로 '웹툰 전성시대'다. 포털 사이트에서 요일별로 연재되는 웹툰은 직장인들의 출퇴근길 동반자이자 학생들의 여가 활용 아이템이 된 지 오래다.

더불어 장르를 불문한 제작자들에게 영감의 원천이 되고 있다. 특히 최근 한국 영화와 드라마 제작 경향을 이야기할 때 웹툰은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가 됐다. 2006년 강풀 작가의 '아파트'를 시작으로 윤태호 작가 '이끼'의 성공이 웹툰의 영화화에 불씨를 당겼다. '전설의 주먹'과 '은밀하게 위대하게' 등도 웹툰에 이어 영화로 성공했다.

지난해 전 국민적인 인기를 얻은 드라마 '미생' 이후에 올해 방영된 드라마의 상당수가 웹툰을 원작으로 제작됐거나 예정에 있을 정도로 웹툰의 장르 다양화 열기가 뜨겁다. 영화와 드라마에 이어 무대에서도 웹툰을 향한 러브콜이 시작됐다. 그 중 하나로, 저승을 배경으로 해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웹툰'이라 불리는 주호민 작가의 '신과 함께'가 서울예술단의 창작가무극으로 만들어져 7월 1일부터 12일까지 공연된다.

웹툰이 다른 다양한 장르로 영역을 확장하는 데는 높은 인지도와 대중성뿐만 아니라 다양하고 신선한 소재가 큰 매력으로 작용했다. 그 덕에 국내 영화와 드라마가 다루는 소재도 무척 다양해졌다. 최근 웹툰이 영상 매체로 이식되는 현황 및 결과를 고려했을 때, 웹툰과 공연의 만남에 더욱 기대를 걸게 된다. 영상 매체처럼 사실적인 표현을 하기보다는 연극적 약속에 기반을 두고 상징적이거나 함축적인 의미를 전달하는 공연이 상상력 가득한 만화 속 세상을 보여주는데 한결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특히 음악과 안무가 더해지는 뮤지컬은 현실보다 판타지를 담기에 더욱 적합한 그릇이다.

'저승편'과 '이승편', '신화편' 총 3부로 이뤄진 '신과 함께'는 이승과 저승을 막론하고 인간과 함께하고 있는 신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한국의 민속 신들에 대한 이야기를 유쾌하고 재치 있게 그려, 2010년부터 2012년까지 네이버에 연재하는 내내 큰 인기를 얻었다. 인기에 힘입어 다른 매체로 재창작되기 시작했고, 공연은 물론 영화와 드라마 판권 계약까지 이미 이뤄진 상태다.

   
▲ 김다현

서울예술단 제작으로 선보일 창작가무극 '신과 함께_저승편'은 그중 '저승편'의 이야기를 토대로 한다. '저승편'은 죽어서 저승에 간 김자홍이 변호사 진기한을 만나 저승 재판을 받는 여정과 한을 풀지 못해 이승을 떠돌고 있는 원귀(유성연)를 무사히 저승으로 인도하는 저승삼차사 강림과 덕춘, 해원맥의 활약을 그리고 있다. 더없이 평범하지만 순박하고 선량하게 살다 죽은 김자홍이 이승에서 미처 얻지 못했던 복을 저승에서나마 돌려받는 결말은 관객들에게 감동을 안겨주기에 충분하다.

더불어, 현대적인 스타일의 저승삼차사 강림과 덕춘, 해원맥은 극에 생기를 불어넣으며 유쾌한 웃음을 전한다. '신과 함께'에서 무시무시한 형벌이 기다리고 있는 7개의 재판이 이뤄지지만 각 지옥의 모습과 변호 과정 등은 매우 코믹하고 통쾌하게 그려진다.

웹툰 '신과 함께'의 무대화에서 가장 큰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부분은 "저승 세계를 어떻게 시각적으로 표현할 것인가"하는 점일 것이다. 만화 속 세상의 실질적 무대 구현에 대한 우려가 클 터. 하지만 서울예술단이 제작하는 '신과 함께_저승편' 무대에 대해 호의적인 기대와 긍정적인 신뢰를 하게 만드는 이유는 박동우 무대디자이너와 정재진 영상디자이너의 참여에 있다.

박동우 무대디자이너는 간결하지만, 감성적이고 상징적이되 아름다운 무대 디자인으로 수많은 공연을 빛내온 베테랑 디자이너다. 또한, 매번 무대와 어울리는 감각적인 영상 이미지를 제작하고 기술적 진화를 보여준 정재진 영상디자이너는 최근 영상이 돋보였던 대부분 뮤지컬에 이름을 올렸던 실력자. 두 사람이 합심해 드라마를 뒷받침하고 미적인 성취까지 이룬 무대를 선보이려 한다.

   
▲ 송용진

'신과 함께_저승편'의 드라마는 이승과 저승을 오가며 펼쳐진다. 이를 위해 바퀴 모양의 경사 무대가 중앙에 들어선다. 지름 17m의 거대한 바퀴 모양 무대는 윤회 사상을 시각화한 것이다. 바퀴 안쪽의 원형 공간은 저승으로, 이곳에 80제곱미터의 LED 수평 스크린이 설치된다. 창작뮤지컬에서 처음으로 사용되는 이 LED 바닥엔 7개의 다양한 지옥을 표현하는 스펙터클한 영상이 투사돼 강렬한 시각적 효과를 자아낸다. 이러한 장치들은 이승의 일상과 더불어 그와 상반되는 저승의 지옥을 한 무대에서 보여줌으로써 한정된 공간과 시간의 한계를 뛰어넘는다.

수평 스크린 외에 무대 전체에 수직 스크린으로 활용되는 지전(紙錢)이 늘어뜨려진다. 이는 김자홍으로 대변되는 대부분의 소시민이 이승에서 선량하게 살았던 것에 대한 대가를 형상화한 것이다. 수직 스크린과 더불어 저승행 열차 공간은 영상 장치로 활용되어, 만화의 매력을 극대화하는 인상적인 비주얼을 만들어낸다. '신과 함께_저승편'의 무대는 전통적인 이미지를 빌리되 전형적인 표현을 지양하고 모던하면서도 입체감 있는 공간 표현을 해낸다.

지난 5월 26일과 27일 양일간 서울예술단 유료회원을 대상으로 한 사전 예매에 이어, 29일 정식 티켓 판매를 시작하자마자 '신과 함께_저승편'은 인터파크 공연 예매 순위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이 결과는 원작 만화의 인지도에 힘입은 바가 크지만, '신과 함께_저승편'을 함께하는 배우와 스태프들에 대한 신뢰감 및 기대감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 정동화

'신과 함께_저승편' 초연에서 김다현과 박영수가 저승의 국선 변호사 진기한 역을 맡았고, 송용진과 조풍래가 카리스마 넘치는 저승차사 강림 역을, 정동화와 김도빈이 평범하고 선량하게 살다 죽은 김자홍 역을 맡았다. '라카지'와 '헤드윅', '돈주앙' 등 대형 뮤지컬에서 다양한 연기 변신을 보여주었던 김다현과 '셜록홈즈', '헤드윅', '마마 돈 크라이' 등에서 강렬한 캐릭터와 보컬을 선보였던 송용진은 특유의 개성과 매력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배우들이다. 최근 '사의 찬미'와 '난쟁이들'을 비롯해 'M. Butterfly', '쓰릴 미' 등 다양한 작품에서 활약하고 있는 정동화도 '신과 함께_저승편'에 참여해 힘을 실어주고 있다.

세 명의 객원 배우와 더블 캐스팅된 이들은 '윤동주, 달을 쏘다'와 '뿌리 깊은 나무', '잃어버린 얼굴 1895' 등에서 주역을 맡아온 서울예술단의 박영수, 조풍래, 김도빈이다. 박영수는 '쓰릴 미'와 '마마 돈 크라이', '요셉 어메이징' 등 큰 무대와 작은 무대를 가리지 않고 인상적인 모습을 보였으며, 조풍래는 '풍월주'에서 감성적인 연기를 선보였다. 김도빈 역시 '블랙메리포핀스'와 '비스티보이즈', '쓰릴 미' 등에서 섬세하고 안정적인 연기를 보여주어 공연 팬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서울예술단 창작가무극 '신과 함께_저승편' 초연은 '여우인간', '사회의 기둥들' 등을 만든 김광보 연출이 지휘한다. 뮤지컬 '라디오 스타'와 '남한산성', '심야식당' 등의 가사를 쓴 정영 작가가 웹툰의 대본을 맡았다. 연극 '나쁜 자석'을 포함해 '하얀거탑'과 '선덕여왕' 등의 TV 드라마와 영화 음악을 맡았던 조윤정 작곡가와 뮤지컬 분야 베테랑 변희석 음악감독이 음악을 담당한다. 한국적 미형식에 현대적인 안무를 더하는 김혜림(한국무용)과 대중들에게도 인기를 얻고 있는 개성 있는 안무가 차진엽(현대무용)이 합심해 극적이면서도 유려한 움직임을 선보인다.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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