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성희 예술감독이 프레젠테이션을 설명하고 있다.

[문화가 있는 날·예술이 있는 삶을 빛냅니다…문화뉴스] "전 세계의 관객과 예술가가 같이 공유할 수 있는 것은 장소, 역사, 언어가 아니다. 유일하게 공유할 수 있는 것은 지금 이 시각을 살고 있다는 동시대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오는 9월, 3주간의 축제를 열며 개관을 알린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예술극장(공연), 어린이문화원(어린이 콘텐츠), 문화창조(창·제작), 문화정보원(연구·아카이브·교육), 민주평화교류원(국제교류)으로 구성된 복합문화공간이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는 8월까지 구체적인 개관콘텐츠를 차례로 발표할 예정이다.

그 첫 순서로 29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외신지원센터 브리핑룸에서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예술극장 개관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기자간담회엔 아시아문화중심도시추진단 이해돈 전당기획과장,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예술극장 김성희 예술감독이 참석했다.

이해돈 전당기획과장은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단순한 공연 전시장이 아니라, 문화지원 연구 및 수집 창작과 제작, 인력 양성, 공연 및 전시, 아카이브, 유통의 연계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개관 시 모든 콘텐츠가 동시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관점에서 단계적으로 구축될 것이다. 전당 콘텐츠, 문화상품 제작 등을 중심으로 지역 예술가, 장인, 대학, 산업체 등과 클러스터를 조성해 지역 문화와 관련한 콘텐츠를 만들 것이다"고 밝혔다.

   
▲ 이해돈 전당기획과장이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을 소개하고 있다.

김성희 예술감독은 "제작을 중심으로 하는 아시아 동시대 공연 예술의 허브가 되는 것"이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예술극장의 비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오늘날 경제적 권력이 서구에서 점차 아시아로 이동하고 있다. 경제적 권력이 옮겨지면 문화적 권력도 역시 이동될 것이다. 하지만 이를 급하게 모방한 것이 아시아였다. 세계 지도가 다시 그려지고 있는 이 지점에 아시아는 무엇을 대처해야 하느냐에 대한 질문에 예술극장을 하게 됐다. 서구와 비서구의 오랜 이분법을 초월해 서구로 기울어진 세계지도를 평평하게 할 것인가 생각하고 있다. 예술이 서구의 관점에서 규정되고, 그 기준에 편입되지 않는 작품은 타자화된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아시아 동시대예술가들을 집중적으로 재조명해 아시아 공연예술의 현재를 주체적으로 바라보려고 한다. 그리고 나아가 아시아가 아시아를 서로 마주 보는 네트워크를 구축해 아시아 공연예술의 역사와 담론을 스스로 만들어가려고 한다."고 전했다.

또한, 아시아예술극장은 동시대라는 키워드에 주목한다. 김성희 예술감독은 "전 세계의 관객과 예술가가 같이 공유할 수 있는 것은 장소, 역사, 언어가 아니다. 유일하게 공유할 수 있는 것은 지금 이 시각을 살고 있다는 동시대일 것이다. 아시아의 동시대 예술이란 오늘날 우리가 사는 세계를 날카롭게 분석하고 그로부터 도출된 질문들을 자신만의 흥미로운 예술적 언어로 관객과 공유하고자 한다. 아시아예술극장은 이러한 아시아의 젊은 예술가들을 중심에 두고, 이들의 다양한 관점이 만나고 충돌하는 장이 되고자 한다. 이는 관객으로 하여금 사회를 바라보며 인식과 사유의 지평을 넓힐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아시아 공연예술계가 당면하고 있는 가장 큰 어려움은 제작 인프라와 유통 시스템이 부족하다고 그는 이야기했다. 그는 "아시아예술극장은 진취적인 작품의 기획과 제작, 담론 생산, 그리고 순환이 모두 이뤄지는 국제적인 허브를 지향한다. 이렇게 광주라는 작은 동심원에서 시작해 한국, 아시아, 전 세계로 아시아의 동시대 공연예술이 들어가고 나가는 창이 되고자 한다. 현재 세계적인 기관들과 제작비를 공동 출자하고 동시에 작품의 유통 기회를 확보하는 공동제작 방식을 택했다. 개관 페스티벌 참가작인 호추니엔의 '만 마리의 호랑이'가 그 예다. 현재 4곳의 공동제작 기관에서 1차 공연됐고, 이를 관람한 해외 전문가들이 다시 작품을 초청하면서 약 2년간 공연 기회를 확보했다. 이번 9월 개관 페스티벌에서 선보일 30여 작품 중 16개 작품이 이런 제작 방식을 통해 제작됐다. 앞으로 총 40여 회의 국제무대 투어가 예정되어 있다"고 말했다.

   
▲ 김성희 예술감독이 제작과 유통 시스템을 설명하면서, 공동 출자 제작한 작품의 공연 소개를 하고 있다.

한편, 오는 9월 열릴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예술극장의 개관 페스티벌은 특정한 주제를 미리 규정하기보다 오늘날 이 세계를 바라보고 해석하는 아시아 예술가들의 관점에 주목한다. 김성희 예술감독은 "많은 아시아 예술가들이 근대에 작동한 시스템, 사유 방식, 예술적 형식에 질문을 제기한다. 그리고 근대로부터 밀려난 수많은 가치와 지식을 다시 불러들여 오늘을 이야기하고 미래를 상상한다. 아시아예술극장은 미래의 대안을 제시할 아시아 예술가들의 잠재력에 주목한다"고 축제의 의미를 이야기했다.

김성희 예술감독은 "이번 축제에선 소멸 직전에 이르렀던 아시아의 암묵지들을 소환하는 작품들을 소개한다"고 전하며 첫 공연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감독의 작품 '열병의 방', 싱가포르 연출가 호추니엔의 '만 마리의 호랑이'를 소개했다. 이 작품들을 통해 자연과 인간의 대대 관계, 시공간의 비선형성 등 아시아의 신화적 사고를 동시대적 사고로 다룬다. 또한, 아시아의 역사를 다시 해석하고 오늘을 반추하려는 작품들, 오리엔탈리즘적 타자나 서구 예술에 대한 단순한 모방을 넘어서 근대화의 과정을 주체적으로 해석한 작품, 아시아 예술가들의 관점에서 병치 되어 대칭적 시각을 제시할 수 있는 비아시아 지역 작가들의 작품도 소개될 예정이다.

2년 동안 준비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을 묻자 김성희 예술감독은 "한 번도 국가기관 프로젝트에서 일해본 적이 없다. 프리랜서로 자유롭게 활동을 하다가 큰 기관 아래 들어가서 그 시스템 안에서 일하는 것의 의미에 대해 많이 배울 기회가 됐다. 개인적으로 해보지 못한 경험이어서 공부도 됐지만 힘들기도 했다. 밑그림을 그린 것이 내 노트 속에서만 준비됐지, 아시아 사람들을 실제로 설득하고 공연할 수 있을지에 대해 2년 전엔 고심을 많이 했다. 현재 아시아 모든 공연단체가 말하는 고민이 바로 이런 점이다. 저희 아이디어만 있는 것이 아니라 홍콩에선 저희보다 큰 기관이 문을 열 것이고, 도쿄는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문화의 중심지가 되겠다는 말이 있다. 각 나라가 아시아 문화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각 나라의 정책적 방향성도 그렇지만 중요한 것은 예술가 기획자들이 이러한 요구들이 넘칠 대로 넘쳐서 이런 이야기들을 하지 않을 뿐이었지, 할 기회가 없었다"고 이번 기회의 중요성을 털어놨다.

   
▲ 호추니엔의 공연 '만 마리의 호랑이'

이번 예술극장 개관축제는 9월 4일부터 21일까지 3주간 열리며, 지난 15일부터 개관축제 티켓 예매를 시작했다. 예술극장 홈페이지(asianartstheatre.org), 전화(062-410-3617), 이메일(at-ticket@iacd.kr)로 예매할 수 있다. 한편, 문체부 관계자는 "아시아문화전당 조직 설립 후, 공개설명회를 개최해 개관콘텐츠와 운영계획에 대해 발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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