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기의 공연산책] 러닝타임 3시간 아깝지 않은 연극 '1945'
  • 박정기
  • 승인 2017.07.18 15: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립극단의 김윤철 예술감독 배삼식 작 류주연 연출의 1945
[글] 문화뉴스 박정기 (한국희곡창작워크숍 대표) pjg5134@mhns.co.kr
한국을 대표하는 관록의 공연평론가이자 극작가·연출가.

[문화뉴스 MHN 박정기 아띠에터] 배삼식(1970~) 작가는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인류학과와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극작과 전문사 출신이다. 1998년 <하얀 동그라미 이야기>를 시작으로 번역극과 창작극의 영역을 넘나들면서 정극과 마당놀이, 음악극 등을 집필 공연하고, <열하일기만보>로 동아연극상 희곡상과 대산문학상, <먼데서 오는 여자>로 차범석 희곡상, <피맛골 연가>로 뮤지컬 어워즈 작곡작사상, 문화체육관광부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하얀 앵두>로 대한민국 연극대상 작품상, 그리고 <거투르드>로 김상열 연극상 등을 수상한 앞날이 발전적으로 예측되는 작가다. 그는 <햄릿>을 바탕으로 특유의 상상력을 발휘한 창작극 <거트루드>의 극본은 물론 연출가로 정식 데뷔하여 그만의 섬세한 연출력을 펼쳐 보이기도 했다. 현재 동덕여자대학교와 중앙대학교에 출강하고 있다.

작품으로는 <열하일기 만보> <벽속의 요정> <허삼관 매혈기> <최승희> <오랑캐 여자 옹녀> <은세계> <주공행장> <착한사람 조양규> <하얀 앵두> <벌> <이른 봄 늦은 겨울> <삼월의 눈> <맨 프롬 어스> <최막심> <피맛골> <뮤지컬 도도>를 발표 공연했다.

연출가 류주연은 극단 산수유의 대표다. <기묘여행>으로 2010년 동아연극상 신인연출상 수상, <12인의 성난 사람들>로 2016년 이데일리 문화대상 연극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연출작으로는 <길, 그 여자를 만나다> <경남 창녕군 길곡면> <기묘여행> <냉동인간> <동물 없는 연극> <주머니 속 선인장> <허물> <청중> <괴물> <하퍼리건> <사소한 물음> <878미터의 봄> <금지된 장난> <12인의 성난 사람들>을 연출한 장래가 발전적으로 예측되는 여성연출가다.

1945년을 역사적으로 보면 1939년 9월 1일 독일의 폴란드 침공으로 시작되어 6년간이나 이어진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났으며 5,000만 명이 넘는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헛되이 희생 당했고,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다쳤으며 수많은 유가족들이 남겨졌다. 화려한 번영을 구가하던 유럽은 잿더미로 변했으며 남아 있는 건 아무 것도 없었다. 그저 스웨덴과 스위스, 포르투갈, 아일랜드 공화국, 아이슬란드 등만이 전쟁의 화마에서 비껴나가 평화를 유지하였다.

독일은 나치 독일 정권 패망 후 연합국의 관리 하에 동독과 서독으로 분단되는 비극의 역사를 그렸다. (그러나 1990년 10월 마침내 동서통일을 이룬다.)

그리고 사람들은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 희망과 내일을 보고 다시 시작했다. 비록 이후에 냉전이 시작되었지만, 적어도 2017년까지는 더 이상 세계대전이 터지지 않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남긴 교훈이었다.

이 교훈을 거울삼아 세계평화를 추구하는 목적으로 10월 국제연합(UN)이 창설되었다. 하지만 UN의 탄생과 존재에도 곳곳에서는 내전과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으니....그럼에도 통제력, 구속력이 몹시 약했던 이전의 국제연맹보다는 상당히 낫다는 평가를 받으니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일까?

일본은 8월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자폭탄과 세계대전 패전으로 국가적인 타격과 후유증을 앓게 되었으며 동시에 식민지로 거느렸던 한반도와 대만, 쿠릴열도, 남사할린 등 여러 영토들을 상실하였다. 그리고 일본 본토에는 연합국 주도의 GHQ가 설치되어 전후 일본을 통치한다.

미국은 대통령 루스벨트가 사망하고 후임으로 트루먼이 대통령으로 취임하여 전후 문제까지 책임지게 되었다.

한국에서는 보통 1945년을 근대와 현대의 경계선으로 삼는다. 근대의 시작 기준이 1860년(동학의 발생), 1864년(대원군 집권), 1876년(강화도 조약), 1894년(갑오개혁) 등으로 모호한 것과 비교하면 현대의 시작 기준은 명확한 편이다. 이 해에 태어난 사람이나 단체, 기관들을 '해방둥이'라고 칭하기도 한다.

 

연극 <1945>는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일본이 패망한 직후 만주에 흩어져 살고 있던 동포들의 이야기다. 주인공은 위안부 노릇을 했던 여인과 홀로 떨어져 귀국을 못한 일본 여인이다. 무대는 부드럽고 둥글게 부풀어 오른 빵 같은 곡선의 언덕길이 무대전체를 차지하고 커다란 서까래가 천정에 설치되어 장면변화마다 상하로 또는 경사가 기울어져 이동을 한다. 귀향민들의 고리짝이 언덕 아래 흩어져 있고, 무대 정면과 좌우에 늘어진 검은 휘장 옆에는 크고 작은 돌 모양의 조형물이 잔뜩 놓여 있다.

영상 투사로 역사적 현장을 보여주기도 한다. 일본 여인의 대사는 한글 자막으로 프로시니엄 아치 옆에 영상으로 투사가 되고, 언덕아래 무대 앞부분의 평평한 자리는 이부자리 하나로 각 인물들의 거처로 설정이 된다.

생면부지의 남녀가 귀국 귀향길에 만나게 되고 이들의 고난의 생활상과 함께 그 속에서 남녀의 사랑이 싹이 터 오르기도 한다. 갓 만난 남녀의 배고픔보다 강한 본능적 욕구가 펼쳐지고, 대처할 수 없는 질병으로 시달리기는 모습이 연출되기도 한다. 한 부락에 한동안 정착하면서 이들의 동태가 어린 남매의 눈을 통해 비추어지기도 한다.

연극에서는 여주인공인 위안부가 아이를 밴 일본 여인의 신분을 숨겨주고 벙어리로 위장을 시켜 귀국길에 동행을 하다가 결국 동포들 앞에 일본 여인임이 알려지자,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냉대와 따돌림은 물론 일본여인을 버리고 귀국하자는 동포들의 분노와 질타를 아랑곳 않고, 일본 여인을 끝까지 지켜주고 동포들과 헤어져 일본 여인과 동행하는 여주인공의 따뜻한 마음씨와 인간애가 감동으로 전달된다. <1945>는 일본 공연을 해도 성공하리라는 예감은 필자만의 느낌일까?

김정민이 위안부, 이애린이 일본 여인, 김정은이 포주, 박윤희가 본능발산 남으로 후에 질병에 걸리는 역, 홍아론, 박상종, 이봉련, 백익남, 성여진, 김정환, 신용진이 동포로 출연하고, 주인영과 유승락이 남녀 아동, 그리고 아역으로 김다미가 출연을 해 각자 독특한 성격설정과 탁월한 연기력으로 3시간의 공연 시간 동안 관객을 극에 몰입시키고 갈채를 이끌어낸다.

드라마투르기 조만수, 무대 박상봉, 조명 박성희, 의상 최 원, 음악 음향 영상 윤민철, 분장 이동민, 소품 이희순, 움직임 구시연, 일본어번역과 지도 이시카와 쥬리, 방언지도 백경윤, 조연출 현은영, 무대기술총관 신용수, 기획 제작 촐괄 정명주, 프로듀서 지민주 그 외의 제작진과 기술진의 기량과 열정이 드러나, 재)국립극단의 김윤철 예술감독, 배삼식 작, 류근혜 연출의 <1945>를 작가 연출가 연기자들의 기량이 조화를 이룬 한 편의 명작연극으로 탄생시켰다. 첨언해 일본순회공연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 본 칼럼은 아띠에터의 기고로 이뤄져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MHN 포토
박정기 | pjg5134@mhns.co.kr

독자와 공감을 통해 더 나은 내일을 만들겠습니다.

-최신기사
-인기기사
영화
미술·전시
음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