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연극 추천 '카포네 트릴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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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릴로지'라는 의미대로 이 연극은 3부작이라서, 모든 내용을 관람하기 위해서는 3번의 관극을 해야 한다. 한번에 70분이니까 210분을 할애해야 하고, 하루에 3부작을 다 보려면 시작시간이 존재하기 때문에 하루종일 대학로에서 살아야 하는 경험을 해야 한다. 내가 본 연극은 '로키'와 루시퍼인데, 나머지 '빈디치'는 너무 잔인하다는 얘기를 듣고 안봤는데, 두 연극을 보니 흥미로워서 '빈디치'도 보고 싶었다.

3부작이고 각각 독립적인 이야기라서 세 이야기를 다 봐야 할 이유는 없으니 재미있을 것 같은 장르만 골라보면 된다. 흥미로운 점은 이 연극의 세트는 3부작 내내 변하지 않는다. 특히 무대 가운데에 자리 잡은 침대가 인상적이다. 극장이 워낙 작으니까(원래는 연습실이라고 쓰여 있던 듯?) 침대 가까이에 앉으면 배우들이 하는 연기가 매우 잘 보여서 내가 지금 연극을 보는 건지 실제 상황에 참여하고 있는 것인지 분간하기가 힘들다.

   
 

위 사진을 자세히 보길!…우선 연극 무대와 관객의 자리가 엄청 가깝다.

1열에 앉으면 무릎에 배우가 스칠 수도 있고, 발을 밟히는 사고는 종종 일어난다고…그러니까 그 어떤 연극보다도 훨씬 몰입하기 좋다. 한 편당 들어갈 수 있는 관객이 100명으로 제한되어 있는데, 50명씩 양쪽 사이드에 앉기 때문에 실제로는 더 적은 인원처럼 느껴진다. 이 3부작에 출연하는 배우는 총 3명 올드맨, 영맨, 레이디다.

개인적으로 연극을 자주 보지 않는 사람이라면, '로키'를 보라고 권유하고 싶다. 우선 엄청나게 웃긴다. 장르도 코미디-세 연극은 장르도 각각 다르다-이고, 연극 처음 볼 때 라이어를 보며 느꼈던 유쾌함이 느껴진다.

레이디가 주인공이라는 점도 흥미롭고 마음에 든다. 웬만한 주체적인 여성 뺨칠 정도이다. 줄거리를 간략하게 얘기하자면, 다음날 결혼식이 예정되어 있는-하지만 다른 남자와 도망갈 준비를 하는- 예비신부 롤라킨이 잠에서 깨어났는데, 갑자기 두 명의 광대가 나타나 자신이 사람을 죽였다고 말하는 것이다. 무슨 얘기냐고 다그쳐봐도 쇼걸인 그녀의 직업답게 쇼를 보여주면 얘기해주겠다고 하면서 연극이 시작한다.

초반 5분 정도는 약간 어수선하고 지루한 느낌이 있어서 '망했다…'이런 생각이 들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빵빵 터지더니 스토리 전개도 훅훅 이어져서 진짜 시간가는 줄 모르고 넋을 놓고 봤다. 특히 배우는 세 명인데, 등장인물이 여러 명이라는 포인트가 가장 웃기게 하였다.

필자가 공연을 본 날에는 무대사고(?)로 호텔방 출입구가 안 열리는 상황이 발생해서 진짜 기절하도록 웃었다. 출입구를 통해서 배우들이 나갔다 들어와야 되는데, 문이 안 열려서 한 3,4분 동안 배우들 멘붕(-되었지만 각자의 역에서 벗어나진 않아서 몰입할 수 있었다-)이 이어지다가 창문으로 나갈 때에는 정말이지 배가 찢어질 뻔했다.

이 연극이 19세 미만 관람불가이기 때문에 야한 장면도 많이 나오는데, 우선 롤라킨이 슬립만 입고 나온다! 그런데 야하다기보다는 몸매가 너무 좋아서 멍 때리게 되는…장르가 코미디니까 심각하게 야하다기보다는 그냥 애들이랑 같이 보기 민망한 정도로 야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롤라킨이라는 여성의 진취적인 마인드가 너무 부럽고 멋있었다. 마지막까지 희망을 잃지 않고 전진하는 사람을 보면 그것이 실존인물이든 영화나 연극 속 인물이든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에너지를 전달하는 것 같다.

   
 

반대로 '루시퍼'는 우울하고 언제 일이 터질지 모르는 일촉즉발의 순간이 올까 봐 마음을 졸이면서 봐야 한다 이 연극의 장르는 서스펜스이고, 로키와의 차이점이라면 로키는 연극내에서 발생하는 시간이 비교적 연속적인데, 루시퍼는 일반적인 연극처럼 시점이 끊어져 있다는 점이다. 세 개의 작품 중 가장 노멀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주인공과 다른 인물들의 심리가 왜 변화하는지를 섬세하게 묘사해서 흥미로웠다! 다만, 세 개 중 이 연극만 보게 되면 연극이 익숙지 않은 사람은 지루하게 느낄 수 있다.

약 3시간 동안 좁디좁은 렉싱턴 호텔 안에서 세 명의 배우와 웃다가 울다가 희로애락을 겪고 문밖으로 나오면, 여기가 대학로인지 시카고인지, 난 누구인지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몽롱해지게 만드는 즐거운 경험의 연극이었다.

   
[글] 아띠에터 김현정 artietor@mhns.co.kr 인문학도치고는 경영학적이고 회계사치고는 문학적인 사고방식의 소유자. 관심은 높으나 깊이는 얕은 문화에 대한 지식을 넓고 깊게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문화뉴스·문화체육관광부_문화포털에서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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