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시 전경 ⓒ 국제갤러리

[문화뉴스 MHN 김민경 기자] 국제갤러리가 20일까지 전 세계 동시대 미술 현장에서 활약하고 있는 4인의 국내외 작가들로 구성된 그룹전 'Gridded Currents'를 마련했다.

국제갤러리는 2013년 '기울어진 각운들' 개최를 시작으로, 새로운 작가군을 형성하고 전시의 지평을 넓히기 위한 취지의 기획전을 선보여 왔다. 그 일환으로 올해는 독립 큐레이터이자 비평가로 활동하는 김현진을 초빙해 각기 다른 문화적, 지역적 배경을 가진 4인의 작가 찰스 림 이 용, 니나 카넬, 루노 라고마르시노, 김아영의 작품을 소개한다.

▲ 전시 전경 ⓒ 국제갤러리

이번 전시는 바다, 광물 등의 자연을 '경계의 설정과 강화'라는 서구적 근대성에 의해 통제 및 운용되는 '격자에 갇힌 바다(Gridded Currents)'로 은유하며, 특히 바다를 '중립적 풍경'이 아닌 식민역사와 국경, 자본주의적 공간으로 접근하는 비평적인 작업을 선보인다. 총 15점의 오브제 설치, 영상, 평면 및 벽면 설치 작업은 오늘날 대자연의 풍경 속에 내재되어 있으나 감지하기 어려운 제국주의 역사의 헤게모니와 수탈의 역사, 국가주의와 지배적 미디어 환경의 실재 등 거대한 구조들을 포착할 뿐 아니라 이를 통해 오늘날 바다 공간을 정복한 현대성(modernity)의 양상을 직시한다.

▲ 전시 전경 ⓒ 국제갤러리

자연은 회화의 역사 속에서 숭고한 재현의 대상으로 가장 많이 다루어졌다. 인간이 자연을 정복하고, 측정하며, 근대성의 격자 구조의 자연 통제가 본격화되기 시작한 19세기 말과 20세기 초반, 작가들의 화폭을 여전히 지배했던 것은 산이나 숲, 정물을 그리는 형태적 실험이나 추상화를 통한 자연의 재현 방식이었다. 바다는 특히 대상이 형태가 유동적이고, 파도라는 역동적 움직임을 가진 공간이기에 서정주의, 심지어는 키치적 혹은 대중적 취향을 위한 소재로도 오랫동안 등장해왔다. 바다의 파도가 거칠수록 그에 대항하는 인간의 도전의식과 숭고함은 그에 비례하여 인간의 위대함을 투사하는 대상이었는데, 파도치는 바다의 이미지에는 이미 인간의 자연 통제와 그에 대한 욕망이 오랜 시간 투사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 전시 전경 ⓒ 국제갤러리

오래전부터 바다는 더는 우리에게 아름다운 파도와 태양, 혹은 풍랑이 이는 공간으로만 존재하지 않을 뿐 아니라, 작가들의 시선은 그 조류의 운동을 묘사하려는 오랜 회화적 재현의 욕망에 갇혀 있지도 않다. 동시대 미술에서 바다나 대양이라는 공간을 글로벌 자본주의의 물류 유통의 핵심 공간으로서 접근했던 작업의 기원은 알란 세큘라(1951-2013)의 〈Fish Story〉(1995)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제 바다는 제국주의와 식민주의적 행위를 실어 나르던 역사 속의 공간으로 반성 되며 이번 전시에서 국가주의적 경쟁과 국경 공간의 모습으로 그 첨예함을 드러낸다. 또한, 검은 황금의 자본주의가 흐르고 선 없는 세상을 위한 미디어 인프라로서의 공간이다.

▲ 전시 전경 ⓒ 국제갤러리

이 전시에서 주목하는 4인의 작가들은 드넓은 수평선의 평화로운 바다가 이렇듯 근대적 경계 설정에 구속된 '격자에 갇힌 바다'(Gridded Currents)임을, 지도 위의 영토이자 자본의 흐름을 생산하는 공간이며, 데이터화 된 세상을 생산하는 기반 공간임을 일깨운다. 즉 이들 작업은 더 큰 구조에 접근하도록 안내하는 중요한 파편들과 같으며 결국 전시를 통해 우리가 직면하고 비판적으로 이해하게 되는 것은 오늘날 바다 공간을 정복한 현대성(modernity)의 모습들과 그 양상들이다. 작가들의 관심은 조류 아래 채 몸을 숨겨 잘 포착되지 않는 오늘날 세상의 기반과 구조에 그 시선을 짙게 드리우면서 이러한 비판적 인식 구조에 접근하는 흥미로운 미학적 우회 경로를 제공한다.

▲ 전시 전경 ⓒ 문화뉴스 MHN 김민경 기자

avin@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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