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양미르 기자] 도시를 떠나 장산으로 이사 온 '희연(염정아)'과 '민호(박혁권)' 부부가 무언가에 겁을 먹고 혼자 숲속에 숨어있는 '여자애(신린아)'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내용을 담은 미스테리 스릴러 영화 '장산범'이 17일 개봉을 앞뒀다.

개봉을 앞두고 스포일러 없는 관람포인트 3가지를 소개한다. 첫 번째는 '소리'다. '장산범'이 여타의 미스터리 영화와 결을 달리하는 것은 바로 '소리'를 통해 사람의 기억과 마음을 건드린다는 것이다. 영화 속 '장산범'은 어떤 이들에게는 가장 익숙한 소리로, 어떤 이들에게는 두려운 소리로, 때론 그리운 소리로 사람들에게 가장 약한 감정을 건드리며 그 존재를 드러낸다.

허정 감독은 "일반적인 스릴러 영화에서의 사운드는 관객들의 허를 찌르며 나타낼 때 가장 무서운 효과를 가져온다. 하지만 '장산범'에서는 가장 친숙한 톤에서 이상한 느낌을 주며 그 긴장을 극대화하는 것이 특징이다"라며 사운드적 효과에 더욱 신경을 쓴 이유를 밝혔다.

'장산범'의 사운드는 영화 '더 킹', '아가씨'를 통해 입체적인 사운드를 완성하여 극찬을 받은 김석원 사운드 디자이너가 맡았다. "한 사람의 입을 통해 다양한 목소리가 나온다"라는 설정을 완성하기 위해 일반 영화의 5배에 달하는 물리적 시간의 ADR(후시녹음)을 진행하며 마라톤과도 같은 작업을 통해 완성했다.

이러한 '장산범'의 사운드 스릴의 정점을 찍는 장면은 바로 '동굴씬'이다. "동굴은 어둠으로 시각이 차단된 공간, 소리의 울림으로 청각을 장악하는 공간, 과장된 소리들은 예민함을 불러 일으키고 긴장감과 공포감을 조성하는 공간이다"라는 허정 감독의 말처럼 '장산범'만의 사운드 스릴은 극장에서 관람해야 그 매력을 십분 즐길 수 있다.

 

두 번째로 '장산범'의 참신한 소재와 탄탄한 시나리오를 더욱 빛나게 만든 건 주조연 가릴 것 없는 스릴러 장인 배우들의 스크린을 압도하는 열연이다. 14년 만에 스릴러 장르로 돌아와 모성애부터 불안함과 혼돈까지 폭넓은 감정연기는 물론 차가운 빗속을 뛰어다니고 동굴을 뒹굴며 몸을 아끼지 않는 열연을 보여준 염정아와 어느 날 나타난 낯선 '여자애'를 의심하고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여준 박혁권은 이야기를 이끌어가며 관객들을 영화 속으로 몰입시킨다.

여기에 언론에 공개된 후 어린 나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연기로 올해 최고의 발견으로 평가 받는 '여자애' 역의 신린아와 '곡성'에 이어 스릴러 영화 속에서 미친 존재감을 다시 한번 뽐낸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 역할의 중견배우 허진까지 나이와 캐릭터를 불문한 주조연 배우들이 인생연기라 할 만한 인상적인 스릴 연기를 펼쳐 극의 긴장감을 높여준다. 

세 번째로 '장산범'은 인물의 감정을 보다 극대화한 독보적인 미스터리 미장센을 탄생했다. 허정 감독은 "다양한 감정이 공간을 통해 표현되길 원했다. 같은 공간이어도 어떤 장면에서는 현실적으로, 또 어떤 장면에서는 서늘한 느낌으로 완성될 수 있는 공간으로 표현되길 원했다"라고 말했다. 

'장산범'의 미술은 허정 감독과 '숨바꼭질'을 함께 한 전수아 미술감독의 손에서 탄생됐다. 전수아 미술감독은 "인간의 기억은 기억하고 싶은 형태로 편집돼 저장된다. 때문에 '장산범'의 공간도 과거의 기억에 현혹되어 흔들리는 캐릭터들의 감정을 이미지적으로 표현해내고 싶었다"라고 이야기했다. 특히 '희연'의 가족이 이사 온 집은 캐릭터들의 감정을 극대화 시키기 위해 인물의 감정에 따라 공간적인 느낌을 변화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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