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와 두산아트센터의 상반기 결산 이야기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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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무더운 여름도 한 풀 꺾이고, 새로운 계절을 맞이하기 위한 손길이 여기저기에서 분주하다. 연극계 또한 2015년의 상반기를 마무리하며, 하반기의 프로그램이 벌써 시작된 곳도 적지 않다. 극장은 연극이란 장르 자체에게 매우 중요하고 긴밀한 공간이다. 같은 작품이더라도 어느 공간에서 공연되었느냐에 따라 그 작품을 향한 관객들의 향유와 감상은 매우 달라질 수 있다. 관객과 배우가 한 데 모여 같은 작품을 향유할 수 있는 공간이 바로 '극장'인 것이다.

각 극장은 지향하는 바에 따라 제각기 다른 방식으로 운영된다. 흔히들 '극장'하면, 대관을 해줄 수 있는 '공간적' 특색을 짙게 인식하고 있는데, '제작'까지 도맡아 하면서 연극 제작의 주체적인 역할을 도모하고 있는 극장들도 있다. 우리는 이들을 '제작 극장'이라 부르며, 이번 기사에서는 우리나라의 제작극장의 맥을 잇고 있는, 동시대 가장 핫(hot)한 제작극장 두 곳의 이야기를 들어보며, 2015년 상반기 연극계의 일정 부분을 결산해보고자 한다.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와 두산아트센터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각 극장에서 제작한 연극들은 매해 대한민국 연극대상, 동아연극상 등의 권위 있는 시상식에서 수상을 하는 등의 실적들을 보여주며, 명실공히 우리나라 최고의 제작극장들로서 단단하게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그럼 이제, 2015년 상반기 제작극장들의 연극계 결산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하자.

1. 각 극장 별 티켓파워가 가장 셌던 '인기' 연극은 무엇인가? 극장 관계자들이 직접 분석한 '인기'의 비결이 무엇인지도 궁금하다.

   
 

ㄴ남산예술센터 : 지난 5월 막을 내린 연극 '푸르른 날에'가 가장 많은 관심과 성원을 받았다. 2011년 초연 당시 사전예매 120장의 초라한 시작으로 출발했지만, 이후 평단과 관객으로부터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 내며 그해 '대한민국 연극대상 작품상, 연출상, 올해의 연극 베스트3'에 선정됐다. 2012년부터 작년까지 재공연해오면서 전석 매진이라는 전례 없는 기록을 남겼고, '해마다 5월이면 꼭 봐야 하는 연극'으로 자리매김했다. 올해 역시 관객들의 뜨거운 성원에 힘입어 전석 매진이 되었으며, 초연 배우들이 함께하는 마지막 고별 무대이니만큼 더 많은 관객들과 함께하고자 추가 오픈한 시야 장애석까지 모조리 매진된 기록도 남겼다.

'푸르른 날에'는 창작극을 발굴하고 발전시키기 어려운 우리 연극의 여건 속에서 창작연극 제작의 가능성과 힘을 보여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공연에서는 웬만큼 화제를 모으지 않는 한, 초연 캐스팅 그대로 무대에 오르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더군다나 주연에서 앙상블까지 해마다 같은 장소에서 같은 연극을 공연하는 것 자체가 연극계에서 전무후무한 기록이다.

 

   
 

ㄴ두산아트센터 : 올해 상반기 공연, 특히 두산인문극장 공연에 많은 관객이 찾아 주셨다. '히키코모리 밖으로 나왔어', '차이메리카'의 경우 약 70%의 유료 점유율, '구름을 타고'를 포함한 시리즈 세 작품 모두가 객석점유율 90%를 넘기기도 했다. 올해 두산인문극장의 좋은 성과는 2013년 이래 3년에 걸쳐 지속적으로 진행해온 인문극장 기획에 대한 관객의 신뢰가 쌓인 점이 크다고 생각한다. 사업의 지속성이 각각의 공연의 흥행에 좋은 영향을 주었다. '예외'라는 주제 아래 묶인 3편의 공연들이 관객들에게 시의성이나 작품성에서 좋은 평가를 얻은 것도 이유이지 않을까. 두산아트센터 리뷰단과 두산인문극장 수료과정에 참여하신 분들의 적극적인 피드백도 이 과정에서 큰 도움이 되었다.

2. 각 극장 측에서 생각하는 올해 상반기 '최고의 연극'은 무엇인가? 어떤 이유에서 선정했는지 그 기준은?

   
 

ㄴ남산예술센터 : 지난달 9일부터 26일까지 무대에 올랐던 극작가 겸 연출가 장우재의 신작 '햇빛샤워'다. '햇빛샤워'는, 지난 해 "남산희곡페스티벌, 네 번째"에서 낭독공연으로 처음 소개된 이후, 그 가능성을 인정받아 공동제작 공모 과정을 거쳐 올해 남산예술센터의 시즌 프로그램으로 당당히 선정, 제작되었다. 작가의 신작희곡 발굴과 낭독공연을 통한 공연 가능성 타진, 그리고 공동제작 공모와 라인업 선정에 이르기까지, '햇빛샤워'는 남산예술센터의 운영 시스템을 단계별로 밟으며 무대화까지 이어진 제작극장의 선진적 제작시스템 모델이라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창작희곡을 발굴해 공연으로 재탄생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해온 남산예술센터의 공공극장으로서의 성과를 보여주는 구체적인 사례이기도 하다. 낭독공연 이후 1년 가까이 수정과 보완을 거쳐 더욱 정교하게 다듬었으며, 특히 등장인물인 광자와 동교를 둘러싼 사람들의 시선을 구체화해 완성도를 높였다.

   
 

ㄴ두산아트센터 : 라비 므루에가 연출한 '구름을 타고'를 상반기 최고의 작품으로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동생 야세르 므루에가 레바논 내전에서 얻은 총상으로 뇌의 일부를 상실하며 겪는 트라우마와 이를 극복해가는 과정은 우리가 보는 것과 실제로 존재하는 것 사이의 간극에 대한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라비는 여기에서 나아가 이를 공연의 실재성에 대한 예술가의 근본 질문으로 확장하고, 이를 다시 감동적인 공연으로 만들어 내었다. 자신의 가족이 겪은 예외적인 상처와 큰 고통을 이렇게 진정성 있고 성숙하게 하나의 예술로 승화시킨 작가와 작품은 흔치 않은 것 같다.

3. 이 두 최고의 작품(1번과 2번)을 '극장 레퍼토리'로 고정시킬 계획이나 가능성은 있는 것인가.

ㄴ남산예술센터 : 초연작의 극장 레퍼토리화는 남산예술센터에서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우리 극장은 레퍼토리 발굴 및 발전을 위해 공연 가능성을 보여준 희곡에 대한 관심을 지속적으로 가져갈 예정이며, 관객 반응이 좋았던 작품에 대해서 검토 중이다.

ㄴ두산아트센터 : 이번 인문극장 공연들의 재공연 가능성에 대해서는 계속 고민하고 있다. 라비 므루에의 경우에도 지속적인 협력 관계를 이어가며, 추후 신작 등을 같이하는 것도 고민 중이다.

4. 올 상반기를 마무리하며, 관객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는지 궁금하다. 끝으로, 각 극장을 관심 있게 지켜봐주고 있는 관객들을 향한 감사 인사도 부탁한다.

   
 

ㄴ남산예술센터 : 동시대 창작 초연 제작 극장인 남산예술센터는 지난 3월 12일 '소뿔자르고주인오기전에도망가선생'(3.12~3.29)을 시작으로 서울문화재단 세월호 1주기 특별 기획 공연인 '델루즈(Deluge) : 물의 기억'(4.16~4.25), '푸르른 날에'(4.29~5.31), '햇빛샤워'(7.9~7.26)까지 선보였다. 남산예술센터는 2009년 재개관 이후 창작 희곡의 발굴, 육성을 위해 지속적으로 지원해왔으며, 시대정신이 살아 있는 주제와 새로운 무대미학 제시로 동시대 연극의 가치를 발견하는 데 일조했다고 생각한다. 또한, '공동제작' 시스템을 통해 역량 있는 민간 극단과의 긴밀한 협력으로 참신한 소재 발굴과 실험적인 무대 기획을 선보여오기도 했다.

여름의 끝자락, 8월 24일 '남산희곡페스티벌, 다섯 번째'(8.24~28)를 시작으로, 한ㆍ중ㆍ일 교류사업 '제22회 베세토 페스티벌'(9.4~9.24), '잠자는 변신의 카프카'(10.7~10.18), 한일공동제작 '태풍기담(颱風奇譚)'(10.24~11.8), '치정'(11.19~12.6)을 준비하고 있다. 올해로 3년째를 맞는 '남산희곡페스티벌'은 낭독공연만의 즐거움과 매력을 알리는 축제의 장으로, 작품의 무대화를 꿈꾸는 작가, 좋은 작품을 찾는 기획자와 제작자, 새로운 연극이 그리운 관객 모두에게 특별한 자리가 될 것이다. 또한, '변신'과 '태풍기담(颱風奇譚)'은 단순 번안극에서 벗어나 요즘 우리 사회가 처한 시대의식과 연결해 창작극의 경계를 확장하는 실험적인 시도를 선보일 예정이다. 앞으로도 남산예술센터에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리며, 끝으로 감사의 말씀 전한다.

   
 

ㄴ두산아트센터 : 무엇보다도 '예외' 라는 화두를 같이하고 싶었다. 익숙하거나 고정된 편견 속에 이루어지는 '예외'라 부르는 배제의 관성적인 태도가 아니라, 예외적으로 보이는 현상을 적극적으로 이해하려는 열린 태도에서부터 우리의 '생각'이 시작돼야 한다. 애초에 의도한 것보다도 더 많은 관객들이 이를 이해해 주셨다. 메르스 등 여러 걱정되는 상황 속에서도 용기 있게 극장을 찾아주신 관객들에게 깊은 감사의 마음 전하고 싶다.

 

   
두산아트센터 space111

'제작극장'은 소중한 공간이다. 열악한 연극계 제작 상황에 보탬을 더해줄 뿐 아니라, 젊은 연극인들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은 연극계의 활성화를 위한 주체적이고도 적극적인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 실제로 남산예술센터와 두산아트센터는 연극 창작자들을 발굴하고 지원하기 위해, 각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남산예술센터는 '초고를 부탁해'를 통해 상시 투고 시스템을 운영 중이고, 두산아트센터는 공연분야의 젊은 창작자들의 창작활동을 장기적으로 지원하는 '창작자 육성 프로그램'을 통해, 3~5년 간 신작 워크샵 및 해외리서치, 작품 제작을 지원한다.

연극계도 언제부턴가 자본주의의 논리에 따라 '공연 시장'에 편승되고, 갈 곳 잃은 연극 창작자들은 이제는 경제와 효율의 논리에 굴복하고 말 것인가에 대해 하루에도 수십, 수백 번씩 고민하며 자기 자신과의 싸움을 격렬하게 하게 되는 현실이다. 그러나 창작자들을 응원하기 위해, 자본주의의 효율성의 논리에 의해 연극을 판가름 짓는 안타까운 일들이 더 이상 반복되지 않기 위해, 제작극장들은 오늘도 외로운 싸움들을 벌여간다. 연극을 사랑하고 즐기는 사람으로서, 연극이 연극다워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이 공간들을 향해 박수치고 싶다.

문화뉴스 장기영 기자 key000@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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