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있는 날·예술이 있는 삶을 빛냅니다…문화뉴스] 백발백중(百發百中). '백 번 쏘아 백번 맞는다'는 의미로 쏘기만 하면 명중되어 계획이 예정대로 들어맞는다는 뜻이다.

여기에 '백발무중(百發無中)'이 있다. 백 발 가운데 한 발도 명중시키지 못한 일들, 즉 헛수고에 관한 전시가 열린다. 9월 3일부터 25일까지 정기훈의 개인전 '백발백중'이 서울시 중구에 있는 케이크갤러리에서 열린다.

정기훈은 주로 도시공간에서 존재하는 여러 가지 상징적 사회기호들을 기존의 방식이 아닌 새로운 방식으로 이해하며 제작한다. 그리고 비디오, 사진, 설치 등 여러 매체로 선보인다. 작가가 개입한 풍경에서는 기존 질서의 유용성이라는 약호체계가 서서히 소멸하여 다시 무의로 회귀 되는 과정을 엿보게 한다.

정기훈은 이번 전시에서 효율성과 속도를 강요하는 현대사회의 경쟁구조와 규칙화 된 시간 속에서 가능한 예술적 행위들을 다룬다. 작가는 헛수고의 의미가 가질 수 있는 삶에 대한 통찰을 영상, 설치, 퍼포먼스 등의 다양한 방식으로 유러머스하게 풀어낸다. 이것은 반복된 행위들이 비효율성, 혹은 원점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도로무공(徒勞無功)으로 이해될 수도 있다.
 

   
▲ 정기훈 '시간은 금이다'

 

시계는 하루 12시간, 일 년 365일로 정확하게 돌아가고 있지만, 현대 사회에서 시간이란 늘 촉박하고 불안하게 느껴진다. 이로 인해 인간은 인식 불가능한 10억분의 1인 나노의 단위까지 초를 나누어 삶을 재단한다. 그리고 그 짧은 시간 동안 최소한의 노력이 최대의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경쟁한다.

하지만 초를 다투는 주식거래나 스포츠 등의 시계 속의 시간(약속과 규칙에 의한 수치적 시간개념)과 시계 밖의 시간(자연과 절대 진리에 의한 시간개념)은 정확하게 일치하지 않는다. 어쩌면 우리 삶에 깊게 침투한 시간의 개념은 정치적이고 폭력적인 것이다. 그렇다면 규칙으로서의 시간이 아닌 시간 즉, '시계 밖의 시간'들로 살아간다면 어떻게 될까?
 

   
▲ 정기훈 '허점의 균형'

 

이번 전시는 나만의 시간의 개념으로 낯선 속도를 경험하고, 비효율적인 방식으로 시간의 규칙을 재해석하고 있다. 하루 24시간조차 부족한 오늘날, 작가는 시곗바늘 너머의 시간을 반복되는 행위로 채우고, 이를 통해 시간에 내재한 의미들을 재발견하고자 한다.

한편, 정기훈은 2006년 인사미술공간을 시작으로, 대안공간 풀(2007년), 금호미술관(2009년)에서 사회적 약속기호와 용도변경에 대한 작업으로 개인전을 가졌으며, 금호미술관, 송은아트스페이스, 아트선재센터, 인천아트플랫폼 등 다양한 그룹전에 참여했다. 2010년 송은미술상 수상 및 올해 서울시립미술관 '이머징 아티스트(Emerging Artist)'로 선정됐다.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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