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있는 날·예술이 있는 삶을 빛냅니다…문화뉴스] 최근 청소년 연극이 눈에 보이게 활성화됐다. 연극인들과 문화 전반의 다양한 노력의 결과이겠지만, 그만큼 우리 사회가 청소년들의 이야기에 집중할 필요를 느끼기 때문이다.

'소년이그랬다'로 청소년 범죄를 소재로 한 작품을 만든 남인우 연출이 이번엔 더 현실적이고 그래서 마주하기 싫은 차마 보고 싶지 않은 청소년들의 삶을 이야기한다. 연극 '러브'에선 성매매, 폭력, 동성애, 마약, 가출, 거리노숙, 빈곤 등 범죄자 혹은 범죄에 노출된 세 명의 등장인물을 통해 현대 사회에서 살아간다는 것과 가지지 못한 자들의 생존에 대한 진지하고 파격적인 질문을 던진다.

이 작품은 사회면에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청소년답지 못한 이야기들을 통해 "그들의 범죄, 혹은 범죄에 노출된 환경들이 단순히 청소년들에게만 국한된 것일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더 나아가 "그곳에서 우리는 삶을 발견할 수 없는 것일까? 그들의 삶은 단지 특수한 연령대에 오는 반항이거나, 혹은 특수한 환경 때문에 생겨나는 특별한 사건일까?"라는 질문도 던진다. 그리고 부모에게서도 사회로부터도 그 누구의 보호도 받지 못한 청소년들의 삶을, 그들의 사랑법을 들여다보면서 이 사회의 다양한 삶을 발견하고 동시에 현재 우리 사회의 모습을 직시하고자 하는 것이 작품의 기획 의도다.
 

   
 

 

연극 '러브'는 호주의 극작가인 패트리샤 코넬리어스의 2005년 작품을 원작으로 한다. 남자처럼 보이는 이십 대 초반의 '타냐'(김소진), 마흔처럼 보이는 열아홉 살 '애니'(용혜련). 둘은 거리에서 만나 거리를 배회하며 살아간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삶은 결코 이들에게 친절하지 않지만 그래도 서로를 사랑한다는 믿음이 그들 삶을 지탱하는 유일한 힘이다. 그런데 어느날 '타냐'가 마약복용 혐의로 잡혀가면서 '애니'는 중심을 잃는다. 그때 '애니' 옆에 나타난 '로렌조'(황상경)를 보며, '애니'는 습관처럼 '로렌조'를 사랑하게 된다.

연출을 맡은 남인우는 "처음 이 작품을 읽었을 때 두 번 다시 읽고 싶지 않았다"며 "이들이 처한 상황이 나에겐 너무 힘들었고, 그들이 이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내가 어떠한 역할도 해내지 못하는 것 때문인 듯했다. 또한, 먼 나라의 이야기임에도 지금 바로 내 옆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과 전혀 다르지 않고, 지금도 우리 사회 어느 곳에선가는 작품 속 주인공들과 비슷하게 살아가고 있는 청소년들이 있을 거란 사실이 절망스러웠다. 사실 중간에 희곡을 덮어버리고 싶기도 했었다. 보고 싶지 않았고 듣고 싶지 않았다. 희곡을 읽고 한참을 생각한 뒤에, 오히려 그래서 이 작품을 해야 하는 거구나 생각이 들었다"고 이야기했다.

남인우 연출은 관객들을 위해 '거리두기' 방법을 선택했다. 그는 "나의 작업은 창작극 위주였고 원작이 외국의 작품이었어도 대부분 원작의 형태를 알 수 없을 정도의 번안과 재창작과정을 거쳤지만, 이번 작품엔 호주의 상황을 그대로 드러내면서 적당한 거리두기를 유도하기로 했다. 멀리 지구 위의 한 나라 호주의 이야기로, 그리고 연극이라도 이건 그냥 연극일 뿐이라고 자꾸 생각하게 하는 '거리두기'를 통해서 애써 현실적이 아님을 공연 내내 유도하려 애썼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연극은 끝났지만, 현실은 끝나지 않는다. 연극은 때론 현실보다 더 현실적이다. 공연의 후반에는 '거리두기'가 반드시 관객에게 '마주보기'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 이 공연은 호주의 이야기가 아닌 지금의 우리 이야기가 될 수 있다. 이 두 가지 '거리두기', '마주보기'를 만들어가기 위해서 최대한의 연극성을 드러내며, 빠른 전개, 첼로 선율, 대사의 연극적 리듬 만들기, 시적인 움직임, 작가의 등장 등을 시도했다"고 연출 방법을 설명했다.

문체부의 1+1 공연티켓 지원사업에 선정된 이번 작품은 인터파크에서 예매할 때 2매에 3만원의 가격으로 볼 수 있다. 오는 17일부터 26일까지 평일 오후 8시(화요일 쉼), 토요일 오후 3시와 7시, 일요일 오후 4시에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막이 오른다.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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