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햇빛샤워' 중, 동교의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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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 생각해보니, 생선가게 옆에 있는 아줌마가 더 고통스러웠을 것 같아요."

지난 여름, 맑은 연극을 한 편 보았다. 이 연극을 관람한 관객들은 ‘맑다’는 수식어에 동감을 하기 힘들지도 모르겠다. 세상에게 버려진, 부모에게 버려진, 관계에서 버려진 광자와 동교는 참 ‘맑게’ 세상을 투영해내고 있었다.

선행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 광자는 말한다. 불우한 이웃을 돕는 동교에게 연탄 사줄 돈이 없어 자신이 팔던 고등어 한 마리를 준 생선가게 아줌마. 기부할 돈이 없었다는 생선가게 아줌마의 고통을 들여다보던 동교에게, 광자는 새로운 시선을 제시한다. 바로 ‘생선가게 옆 아줌마’를 바라보는 시선이다. 광자는 기부할 돈이 없어도 다른 물건으로 기부를 대신하는 생선가게 아줌마의 얘기만 듣고는, 기부하지 않는, 아니, 기부할 수 없는 자신의 처지를 들여다볼 수밖에 없는 옆 아줌마의 심정을 들여다보았던 것이다.

들여다보지 못했던 것들, 들여다볼 겨를조차 없었던 것들. 연출이자 작가를 겸한 장우재는 그런 섬세한 시선으로 현실에 대해 날을 세우고 있었던 창작자였다. 그리고 연극 ‘햇빛샤워’는 맑지 않아 보이는 광자를 통해 진정 맑은 것이 무엇인지 되묻게 한다. 그리고 우리는 볼 수 있었다. 현실을 날 것 그대로 되비추는 광자, 그녀의 지극한 맑음을 말이다.

  * 연극 정보
   - 연극제목 : 햇빛샤워
   - 공연날짜 : 2015. 7. 9 ~ 26.
   - 공연장소 :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
   - 작가, 연출 : 장우재
   - 출연배우 : 김정민, 이기현, 정은경, 김동곤, 박무영, 강진휘, 김선혜, 김동규, 이동혁, 강선애, 심원석, 전영서, 허균 등

문화뉴스 장기영 기자 key000@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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