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있는 날·예술이 있는 삶을 빛냅니다…문화뉴스] "평범한 남자가 군대 조직 속에서 어떻게 인간 병기로 변신하는가?"

서사극의 창시자이자 20세기 가장 중요한 극작가 중 한 명인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남자는 남자다'가 오는 16일부터 11월 7일까지 이해랑예술극장에 오른다. 최근 창극, 뮤지컬, 판소리 등으로 브레히트의 희곡을 재해석한 작품들을 많이 접할 수 있었으나 정통 연극으로 공연되는 것은 오랜만이다.

연극 '남자는 남자다'는 시민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을 끊임없이 제기해 왔던 브레히트의 극작 연보에 한 획을 그은 작품으로 평가되며, 특히 1938년 판은 한국 초연이다. '1925년 인도 킬코아 병영에서의 부두 하역부 갈리 가이의 변신'이라는 작가의 부제는 이 작품의 내용을 함축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브레히트는 이 작품에서 시민사회의 형성 속에 자본주의적 인간형의 탄생을 부두 하역부 갈리 가이의 변화를 통해 드러내고 있다.

인도 주둔 영국군 병사들은 '황인사' 전에 몰래 들어가 도둑질을 하려다가 도망치고, 자신들의 잘못을 막기 위해 대리 병사역을 찾던 중 저녁 찬거리를 사러 나온 부두 하역부 '갈러 가이'를 만나 그를 꼬드긴다. 온갖 감언이설에도 꿈쩍 않던 그는 세상을 돌아다니며 장사할 수 있다는 이야기에 꼬임에 넘어가 군대의 위험한 인간병기로 변모하게 된다.
 

   
 

차태호 연출은 시대를 관통한 브레히트의 메시지를 통해 오늘날 도시 한복판에서 자행되고 있는 맹목과 폭력, 과욕과 어리석음을 드러내고 이 세상에서 제정신을 차리고 산다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 일인지 보여주고자 한다. 이 작품은 1920년대 인도를 점령한 영국군 이야기지만 시대에 국한되지는 않는다.

브레히트의 서사극은 사실주의에서 나오는 정서적 카타르시스를 바탕으로 하지 않고, 이성적 판단을 요구하는 '낯설게하기(생소화)'를 목표로 한다. 관객이 작품에 빠져들게 하기보다는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인가?'를 느끼게 하며 계속해서 관객을 고민하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극의 전개 방식은 관객들이 몰입도를 낮추고 재미없게 느끼게 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차태호 연출은 KBS '개그콘서트'나 SBS '웃찾사'의 코미디처럼 '남자는 남자다' 장면과 장면 사이를 즐겁고 신나는 음악으로 채운다. 관객들은 서로 다른 에피소드를 하나의 공연 느낌으로 볼 수 있다. 반면에 엄청난 집중력과 몰입감으로 현실을 풍자하고 희화화하여 끊임없이 주제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하고자 한다.
 

   
 

이번 공연에선 TV와 연극무대를 넘나들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배우 박수용, 극단 수레무대 소속으로 '너와 함께라면'에서 극을 쥐락펴락하며 강한 인상을 남긴 배우 최진석 등 연극계 실력파 배우들이 출연해 극의 완성도와 재미를 높인다.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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