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법인 국립극단의 에드워드 올비 작 이경후 번역 이병훈 연출

   
[글] 문화뉴스 박정기 (한국희곡창작워크숍 대표) pjg5134@mhns.co.kr 한국을 대표하는 는 관록의 공연평론가이자 극작가·연출가.

명동예술극장에서 재단법인 국립극단의 에드워드 올비(Edward Albee) 작, 이경후 역, 이병훈 연출의 <키 큰 세 여자(Three Tall Women)>를 관람했다.

에드워드 올비(Edward Albee, 1928년 ~ )는 미국의 극작가·연출가다. 워싱턴 출생으로 생후 2주일 만에 뉴욕의 대부호인 올비가(家)의 양자가 됐다. 번뜩이는 통찰력과 재치있는 대사로 결혼생활을 소름 끼치게 묘사하면서 실재와 환상을 파헤친 작품 <누가 버지니아 울프를 두려워하랴?(Who's Afraid of Virginia Woolf?)>(1962)로 잘 알려졌다.

올비는 입양아로 뉴욕 시와 그 근처의 웨스트체스터 군(郡)에서 성장해 초트 학교(1946 졸업)와 코네티컷 주 하트퍼드에 있는 트리니티대학에서 공부했다(1946~47). 처음에는 소설과 시를 썼으나, 1950년대 말 희곡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초기의 단막극 <동물원 이야기(The Zoo Story)>(1959) <모래상자(The Sandbox)>(1960) <미국인의 꿈(The American Dream)>(1961) 등은 아주 성공적인 작품들로, 올비는 이 작품들을 통해 미국인의 가치와 인간의 상호관계를 치밀하게 파헤친 비평가로 인정받게 되었다. 그러나 많은 비평가는 그의 가장 중요한 작품으로 첫 장막극 <누가 버지니아 울프를 두려워하랴?(Who's Afraid of Virginia Woolf?)>(1966 영화화)를 꼽는다.

모욕과 굴욕, 야만적인 재치, 고통스러운 대결로 가득 찬 이 희곡은 즉시 찬사를 받았으며 수많은 상을 받았다. 이밖에도 장막극 <꼬마 앨리스(Tiny Alice)>(1964) <미묘한 균형(A Delicate Balance)>(1966.퓰리처상 수상) <바다 경치(Seascape)>(1975.퓰리처상 수상) 등과 다른 작가들의 작품을 각색한 작품을 발표했다. 창작 외에도 많은 연극을 연출했으며, 전국 각지의 학교에서 강연도 했다.

최초의 단막극 <동물원 이야기(The Zoo Story)>가 독일(1959)과 오프브로드웨이(1960)에서 공연되어 성공을 거두면서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폭력이 커뮤니케이션의 유일한 방법이라는 이 작품은 베케트 연극의 영향을 받은 것이 확실한데 감동적인 우화와 신랄한 대사는 올비 특유의 것임이 분명하다. 이어서 교통사고로 죽은 흑인 블루스 가수 베시 스미스를 다룬 <베시 스미스의 죽음>(1960), 미국인의 생활을 통렬하게 풍자한 <미국의 꿈(The American Dream)>(1961), 그 밖에 <모래상자(The Sandbox)>(1960) 등이 계속 나왔다. <베시 스미스의 죽음>은 인종 문제를 다루어 사회 여론을 불러일으켰다. 최근작으로는 <상자> 등이 있는데 매우 실험적인 단막극이다. 그 외 카즌 맥컬즈의 소설을 각색한 <슬픈 카페의 노래>가 있다. 에드워드 올비는 80년대 들어 한동안 주춤하기도 했는데 <키 큰 세 여자(Three Tall Women)> (1991)로 재기에 성공했다.

에드워드 올비는 이 작품을 통해 다소 도전적이고 정열적인 20대, 중년을 넘어선 50대, 그리고 노년의 90대 여성을 등장시켜 제각기 연령에 따르는 인간의 사고, 특히 정상적인 사고가 후퇴하고, 신체마저 온전한 체형이 유지되지 않는 노년의 주인공과 그를 대하는 중년과 청년의 시각과 사고를 무대 위에 그려내고, 2막에서 노년의 주인공의 젊은 시절을 재현시켜 그녀의 우아하고 정정한 모습을 보이는 독특한 극작술로 극비평가 그룹 상을 받게 된다.

   
 

<키 큰 세 여자>의 한국초연은 1991년 4월 극단 여인극장에 의해 신정옥 번역, 강유정 연출로 장중동 국립극장 소극장에서 4월에 공연됐다. 

국립극단의 백수련이 90대 노인 역을, 캐나다에 거주하다 이 작품을 위해 귀국한 실험극장 단원 이정희가 50대를, 신인이자 미모의 이현순이 20대를 맡아 호연을 보였다. 극단 여인극장에서는 1996년 6월에 종로 연강홀에서 재공연을 했다. 국내 대표적 여배우인 김금지와 이용이, 그리고 손봉숙이 노인과 중년, 젊은 여성을 각각 맡아 개성 있는 연기를 펼쳤다. 당시 무대미술은 송관우, 음악은 박형신이 각각 맡았다.

이번 재단법인 국립극단의 공연에서는 연극의 도입에 망사막에 주인공이 젊은 시절 승마를 하는 모습을 촬영한 사진을 담은 마름모형의 사진액자를 중심으로 그 주변에 사진액자가 잔뜩 걸려있는 영상이 투사되면서 막이 올라간다. 막이 열리면 초호화주택의 거실이고, 중앙에 커다란 침대가 놓여있다. 침대 머리 위로 망사막에 투사되었던 사진액자들이 실제로 벽 전체에 걸려있다.

벽면 양쪽으로 커다란 창이 있고, 역시 망사휘장을 늘어뜨려 놓았다. 장식장과 탁자와 의자가 무대에 배치되고, 고급스러운 장식물들이 관객의 눈길을 끈다. 극장의 이층 오른쪽 발코니에는 연주자가 자리하고, 색소폰 연주와 함께 막이 오르고, 대단원에서 그의 연주로 막이 내려간다. 거동불편한 주인공은 철제 환자이동 보행 기구를 사용하고, 간호인이 늘 따라다니며 보행 기구를 의자너머로 옮겨놓기도 한다. 2막에서 침상에 누워있는 노인 역은 인형으로 대체한다. 소품으로 서류가방과 서류가 사용되기도 한다. 이번 극에서는 출연자들의 의상이 눈길을 끌기도 한다.

등장인물은 귀족적이고 자존심에 고집불통이인 92세의 노인이 환자이동 보행 기구에 의지해 등장하고, 52세라지만 나이가 더 젊어 보이는 미모의 간호인, 그리고 26세의 젊고 빼어난 미모의 재산관리인 등 세 명의 여인이 등장한다.

세월이 흐르면서 주인공은 젊은 이상주의자에서 중년의 현실주의자가 되고, 노년에 이르러서는 제정신이 반, 치매증세가 반인 모습의 노인으로 변모해 죽음을 기다리는 여인으로 묘사된다. 1막에서는 죽음을 눈앞에 둔 노인과 그녀의 삶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젊은 재산관리인, 그리고 넓은 관용으로 노인을 감싸고 재산관리인을 다독거리는 간호인, 이들 세 여인이 노인의 서류서명과 관련 갈등국면이 펼쳐지고 팽팽한 긴장감에서 연극이 진행된다.그러다가 노인이 침대로 가 누우면서 임종을 한다는 설정이다.

2막에서의 노인의 시신을 침대에 둔 채 과거로 회귀한다. 노인이 초로의 모습으로 등장하고, 간호인과 재산관리인은 노인의 중년 및 처녀시절을 각각 상징하는 분신으로 출연해, 갈등국면이 다시 한 번 펼쳐지지만, 대단원에서 상대방에 대한 마음의 문을 활짝 여는 장면에서 연극은 마무리된다.

박정자가 90대의 노인, 손 숙이 50대의 간병인, 김수연이 20대의 재산관리인, 아들로 허민형, 색소폰 연주자로 최관식이 등장해 호연과 성격창출, 그리고 연주로 연극을 이끌어 가고 관객의 갈채를 받는다.

기획 박현숙, 무대 박동우, 조명 이동진, 의상 송은주, 드라마트루크 이은기, 분장 김종한, 영상 정재진, 소품디자인 김상희, 음향 최환석, 화술지도 류 미, 조연출 이상희, 연출부 이은송 그 외의 스태프 모두의 열정과 노력이 드러나, 재단법인 국립극단의 김윤철 예술감독, 에드워드 올비(Edward Albee) 원작, 이경후 번역, 이병훈 연출의 <키 큰 세 여자(Three Tall Women)>를 성공적인 공연으로 만들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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