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리틀빅픽처스

[문화뉴스 MHN 석재현 기자] [문화 人] '유리정원' 문근영 "신수원 감독·김태훈·서태화, 좋은 사람들" ① 에서 이어집니다.

※ 인터뷰 내용에 영화 '유리정원' 스포일러가 일부 담겨있습니다.

영화 마지막 장면을 본 소감은 어땠나? 이 부분에 대해 많은 관객들 사이에서 저마다 해석을 내놓고 있다.
└ 마지막 장면에 대한 질문이 계속 들어와서 배우 입장에서 어떻게 말해야할까 조심스러웠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데, 내 생각을 밝히게 됨으로서 관객들이 영화를 읽을 수 있는 부분이 닫히는 게 아닐까였다.

감독님은 어떻게 의도하셨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재연이 나무가 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훈이 숲에서 사람같이 생긴 나무를 보면서, 재연을 떠올리며 자신의 소설을 마무리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내 생각일 뿐이니, 이걸 답처럼 여기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 영화 '유리정원' 스틸컷

재연이 교수한테 주사를 끊임없이 주입했던 행동은 집착이었나, 사랑이었나?
└ 보는 이에 따라 사랑일 수도 있고, 일에 대한 집착일 수도 있는데 오로지 살려야겠다는 마음이 먼저였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본인이 생각했던 극 중 가장 인상 깊었던 대사는 있었는지?
└ 영화를 관통하는 대사인 "순수한 건 오염되기 쉽죠"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재연이 했던 "나무들은 가지를 뻗을 때 서로 상처주지 않으려고 다른 방향으로 자라나지만 사람은 안그래요" 또한 기억에 오랫동안 남는다.

특별히 선정한 이유가 있는가?
└ 살아가다보면 이 대사 자체가 피부에 와닿는 경우가 있다. 그 외 지훈의 손을 잡고 "손이 참 따뜻하네요"도 기억난다. 그의 손을 잡으면서 나도 모르게 마음이 치유되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1999년에 데뷔했으니, 연기경력이 거의 20년이 다 되어간다. 과거와 달라진 점이 있나?
└ 나이가 한 살 먹어갈 수록, 연기하는 게 더 어려워지고 고민하는 게 많아진다. 어렸을 때는, 연기하는 것에 대해 크게 인지하지 않고 했지만, 이제는 내 표정과 목소리, 말투, 눈동자 등이 카메라에 어떻게 비춰지고 모니터링하면서 스스로 평가하는 과정이 반복되다보니 자꾸 신경쓰이게 되고 연기를 하면서 방황까지 하는 것 같다

▲ 영화 '유리정원' 스틸컷

스스로 '유리정원'에 들어갔던 순간이 있었는지?
└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항상 들어가는 것 같다. 주로 집에서 혼자 가만히 감정을 삭이거나 기분을 풀어보려고 하는 등 한다.

어떤 부분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지?
└ 다른 사람들과 같다. 일을 하게 되면 내가 원하는 만큼 이루지 못했을 때나, 다른 사람들과 같이 지내다가 생기는 상처를 주거나 받을 때 스트레스가 생긴다. 이런 건 당연히 감내해야할 부분이지만, 매번 겪을 때마다 인간관계가 참 쉽지 않다는 걸 느낀다.

오랜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무뎌지는 순간도 있지 않은가?
└ 그렇지 않다. 무뎌진다기보단 모른 척 혹은 아닌 척 하는 것이다. 무뎌진다고 처음에 생각했는데 무뎌지는 게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살짝 피해간다거나 그런 지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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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연기하면서 가장 수식어가 '국민여동생'이 배우로서는 굴레인데, 어떻게 받아내려고 하는지?
└ 지금은 그 수식어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현재 문근영에게 가장 중요한건?
└ 하루하루 살아가는 게 중요하다. 최근에는 삶이 재밌어지고 있다는 걸 느끼고 있다.

혹시 건강 때문에 더 그렇게 느껴지는건가?
└ 그렇다기보단, 최근에 무슨 이유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마음이 편해졌다.

최근에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가?
└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사람으로서 혹은 배우로서도 있고. 그 것인 큰 고민이고 그걸 항상 하는 것 같다. 그동안 어떤 고민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노력하다보니, 좀 더 멀리 내다보게 되고 그 또한 고민이 되어버렸다.

그 고민의 답은 찾았는지?
└ 그렇다. 머리 아프게 많은 생각하지 않고, 그저 묵묵히 하루하루를 살아가면 되겠더라. 내 삶에 너무나 큰 의미에 두다보니 그게 집착 아닌 집착이 되어 괴로웠는데, 조금씩 내려놓고 살아가자고 생각하니까 해소되는 느낌이 있다. 지금 시점에선 하나씩 내려놓기 할 수 있지만, 길게 본다면 이 방법이 또 틀렸다고 훗날 방황할 지도 모르겠다. (웃음)

▲ 영화 '유리정원' 스틸컷

방황하는 데 있어 자신이 연기한 배역에도 영향을 받는 것인지?
└ 배역의 영향도 어느 정도 받는 편이기도 한데, 이와 상관없이 본질적인 질문으로 어떻게 살아가야할 것인지 고민하면서 방황하는 일이 많다.

재연이 유리정원을 통해 위로받듯이, 문근영도 일상에서 위로받는 건 따로 있는지?
└ 음,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닐까? 그들과 같이 맛있는 음식을 먹는다던지, 같이 좋은 곳을 간다거나, 이야기를 나누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는 게 가장 행복하다.

이번 작품이 기존 해온 것과 다른 영화라는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유리정원이 연기생활의 특별한 전환점이라고 볼 수 있는지?
└ 그렇지 않다. 나에겐 다른 작품들과 똑같다.

실제 재연과 같은 상황과 고통에 쳐했더라면, 재연처럼 행동할 것인지? 아니면 다르게 해결할 것인지?
└ 누군가로부터 괴롭힘을 당하는 상황에서 가급적 멀리 도망칠 것이다. 그 상황이 무섭다기보단 안 보고 말겠다는 식이다. 재연처럼 행동할 것 같다. (웃음)

▲ ⓒ 리틀빅픽처스

그렇다면 재연과 실제 성격이 많이 비슷한지?
└ 이런 질문은 다른 작품에서도 종종 듣곤 한다. 작품 하나가 끝나면, 내 스스로 해당인물과 나 자신이 매칭이 잘 안 된다. 이번 '유리정원'도 그렇다.

재연은 재연대로 존재하고 그를 이해하려고 노력했지만, 나라는 매개체를 통해 표현되고 드러나는 것이기에, 어디가 닮았고 안 닮았는지 말하기가 사실 어렵다. 그래서 이런 질문이 어렵게 다가왔다.

재연이 광기어린 집착을 하는데, 실제로도 그런 집착을 한 적이 있는지?
└ 청소에 집착하는 편이다. 결벽증까지는 아닌데, 바닥에 먼지가 쌓이거나 떨어지는 걸 못 참는다. 단, 바닥에 놓인 먼지만 신경 쓰고 나머지는 신경 안 쓴다는 게 문제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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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인터뷰에서 투병 후 마음가짐이 달라졌다고 했는데, 배우로서 마음가짐도 달라졌는지?
└ 음, 말이 와전된 것 같다. "하고 싶은 걸 하겠다"고 말한 건, 후회가 남은 게 있어서였다. 하려는 의욕은 있었으나, 여러가지 이유로 포기하고 접었던 게 후회되었다. 그래서 앞으로 하고픈 마음이 있으면 포기하지 않고 해야겠다는 뜻으로 말한 것이다.

그러고보니, 영화 때와 다르게 지금 긴 머리를 하고 있다.
└ 재연의 모습과 달랐으면 좋겠다 싶어서 긴 머리를 유지하고 있는 것도 있고, 머리가 짧으니까 할 수 있는 게 제한되기도 하더라. (웃음)

차후 행보는? 연극이나 다른 분야도 계속 하실 생각인지?
└ 아직 정해진 차기작은 없다. 영화 이외 다른 분야를 위해 좀 더 준비도 하고, 공부하려고 한다.

syrano@mhne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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