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서정준 기자] 지난 3일 오후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아카펠라 뮤지컬 '거울공주 평강이야기'의 프레스콜이 열렸다.

뮤지컬 '거울공주 평강이야기'(이하 거평이)는 2004년 초연 이후 대학로를 비롯 전국 각지와 중국, 미국, 올해 에든버러 등에서 200여 차례의 공연을 통해 세계적으로 사랑받은 아카펠라 뮤지컬이다. 무대장치, 소품, 악기 없이 배우들이 아크로바틱으로 무대를 만들고 악기, 음향효과까지 노래로 만드는 색다른 작품이다. 오는 19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공연된다.

 

주인공 연이와 야생소년 역에 김유정과 마현진, 다양한 배역과 배경, 음악까지 해내는 환경전환수들에는 이야기 소녀 역 서예화, 평강/사라 역 이지해, 온달/라이 역에 강인영, 병사1 역에 홍지희, 병사2 역에 양경원, 진/퍼커션 역에 조원선이 출연한다.

이날 열린 프레스콜은 공연 시작부터 30분 가량의 분량을 선보였으며 우리가 알고 있는 바보온달과 평강공주 이야기를 간단하게 훑고난 후 평강공주의 시녀였던 연이가 동굴로 도망쳐 야생소년과 처음 만나는 과정까지를 담아냈다.

'거평이'는 아카펠라 뮤지컬이자 아크로바틱 뮤지컬이었다. 배우들이 직접 만들어낸 나무나 동굴의 움직임은 기존 작품들에서 볼 수 없는 신선함을 줬다. 초연 멤버이자 프레스콜 사회를 맡은 배우 정선아가 "보통 공연이 잘되면 비슷한 작품들이 만들어지기 마련인데 '거평이'는 이후로도 그런 작품이 생기지 못했다"고 밝혔듯이 음악과 무용, 연기에 이르기까지 고난도의 솜씨를 지녀야만 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

시연이 끝난 후 전 배역과 민준호 연출이 참여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초연 이후 시간이 많이 흘렀는데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면?

ㄴ 민준호 연출: 처음 만들 때 의도다. '거평이'는 움직임과 소리만으로 만들어진 뮤지컬이다. 처음에도 무리한 시도라고 들으며 배우에게 욕먹으며 했는데 그게 (작품의)가치였고 그걸 지키다 보면 나오는 손맛이 있는 것 같다. 거기에서 오는 발전을 꾀하려고 했고 10년 전보다 지금하는 건 기술적으로 발전했다. 지금은 젊은 친구들이 아크로바틱도 노래도 잘한다. 초연이 가지는 연극적인 힘은 있는 거 같은데 이번 에든버러 팀도 초심의 마음을 업그레이드해서 잘 해준 것 같다.

에든버러 다녀온 경험을 말한다면.

ㄴ 양경원: 무척 힘들었다. 대학로에서 공연만 할 수 있다는 게 감사하다는 걸 느낀 한 달이었다(웃음). 사실 소중한 경험이었다. (에든버러)첫 공연 때 관객보다 저희가 많았다. 저희는 당연히 많은 관객들이 보러 올 줄 알았다. 그런데 누가 저희를 알겠냐. 괜히 다른 팀들이 홍보하고 그런 게 아니구나 해서 저희도 밖에 나가서 전단지를 천 장씩 뿌렸다. 그러면서 시작했다. 관객이 적다보니 들어오는 분들 한 분 한 분 얼굴을 볼 수 있었는데 나가실 때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너무 행복하게 나가시더라. 어떤 휠체어 타신 분은 세 번이나 오시면서 손자를 데려오기도 하고, 어떤 할아버지는 너무 재밌게 봤는데 아이에게 정확한 텍스트를 알려주고 싶다며 또 보러 오는 등 여러 일이 있었다. 에든버러에서 공연하는 다른 배우들도 보러 와줘서 진심으로 응원하고 행복해했다. 갈 땐 입이 삐죽나와서 간 사람도 있었지만, 너무 소중하고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수도 있는 그런 경험을 했다. 서울에서도 이런 마음으로 다시 한번 아름다운 공연을 선보이자 해서 연출님 필두로 열심히 하게 됐다.

'말만 하던' 작품인 '신인류의 백분토론'과 '몸만 쓰는' '거평이'의 차이점이나 소감을 말하자면.

ㄴ 서예화: 신인류는 텍스트도 텍스트지만, 지식과 낯선 분야를 해야하는 게 너무 힘들었고 또 그에 따른 즐거움이 있었는데 이건 정말 몸과 소리로 부딪혔는데 전에는 피터지게 서로 싸웠다면 이번엔 서로 끌어안아줘서 행복하다.

ㄴ 이지해: 두 개 다 (민준호)연출님 작품인데 연출님은 정말 극단적인 것 같다. 말이 너무 많거나 말이 아예 없고 몸과 소리만 내거나. 두 작품의 공통점은 극단적이고 퇴장이 없다는 점이다(일동 웃음). 에든버러를 갔다온 원동력이 됐던 것 같다.

ㄴ 홍지희: 이 작품은 오직 배우들의 몸과 목소리만으로 음악을 만드는 작품이다. 저희가 연습 많이 하게 된 부분이 동시에 아카펠라와 연기를 해야하는 것이었다. 근데 연습량이 많고 한 마음이 될 수록 연출님이 말한 작품의 취지나 가야할 방향성이 딱 맞아떨어지는 순간이 왔다. 그 순간에 나무를 하는 사람, 씬을 연기하는 사람, 모두가 행복함을 느낀다. 그럼 그게 시너지를 이뤄 공연이 더 잘된다. 원래 공연은 협력해서 만드는 건데 이번에 정말 더 필요한 것 같다.

 

초연 때와 많이 달라진 것 같은데 스토리텔링보다 아카펠라 위주로 바꾼 것에 대한 이유는? 어린 아이들이 보기에 조금 어려워진 것 같은데.

ㄴ 정선아: 민준호 연출의 특징은 배우의 기량에 맞게 그 작품을 풀어가는 힘이 있다. 제가 이야기소녀를 했을 때(초연)는 음악적 소양이 떨어져서(웃음) 관객 중에 이야기를 보면서 빨려들어가는 설정이라면 지금은 처음부터 극 속에서 존재하는 게 차이다. 관객도 그 때에 비해 유튜브 영상 등을 통해 훨씬 높은 수준의 아카펠라를 본다. 그래서 (이런 형태로)변하게 됐다. 예전 이야기소녀는 트레이닝복, 원피스 등 다양하게 입고 그랬는데 개인적으론 지금 버전이 이야기로 완성도가 있는 것 같다.

ㄴ 민준호 연출: 60년대 체조는 앞으로 점프해서 한바퀴만 구르면 금메달이 됐는데 이젠 많이 비틀고 완벽히 착지해야 되는 것처럼 공연의 취지가 좋아도 테크닉이 못따라가면 마음조차 안봐주겠구나 싶더라. 그래서 그런 면을 더 살려야겠다고 생각했고 음악, 가사, 대사가 모두 통합되는 시대라고 생각돼서 더 믹스하게 했다.

배우들의 아크로바틱이 무척 섬세해졌다고 생각된다. 언제부터 이런 것이 구체화됐는지.

ㄴ 민준호 연출: 제가 보기와 달리 무용을 배워서 그런 걸 좋아한다. 원래 예전에는 진선규 배우랑 저희가 좋아서 만든 작품인데 지금은 같이 못하게 됐다. 노래, 아크로바틱 두 가지 모두를 잘하는 배우는 많이 없는데 이들은 모두 몇 달간 노력해서 무용수들도 하기 어려워할 동작을 잘해내서 감사하다. 제가 어릴 적에 무용에 관심 생겨서 미국에 1년 정도 유학갔을 때 외국 공연들 보며 이런 컨셉을 잡기 시작했다. '우리는 목적있는 아크로바틱을 하자. 숲을 만드는 과정 안에 있는 아크로바틱을 하자' 했다. 그래서 한국엔 당시 잘 없던 카포에라도 배우는 등 그런 연구는 오래전부터 한 것 같다. 배우들이 기초소양이 있는 게 아니라서 어느정도 훈련하면 되고 어느 정도 포기해야하는지를 가늠하는 게 오래걸린 것 같다.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ㄴ 김유정: 저는 노래 자체로서는 '거울속으로' 라는 노래를 좋아하는데 제 음역과 잘 맞아서 그렇다. 제가 고음에 비해 저음이 발달됐고 음색도 거울속의 나를 했을 때 뭔가 내가 이야기하는, 연이가 아니라 김유정으로서 이야기하는 느낌이 드는 노래라서 더 애착이 간다. 제가 질풍노도의 시기 때 거울을 보며 느꼈던 감정이 있는데(웃음) 그떄가 상기되며 제 이야기를 할 수 있을 때라서 애착이 간다. 다이나믹한 면으로는 배우로서 즐기기에 오프닝곡이 너무 즐겁다. 전환되는 부분도 많아서 합을 맞추지 않으면 잘 진행될 수 없는 곡인데, 지희 배우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딱 들어맞는 순간이 있다. 그걸 잘 느낄 수 있는 게 오프닝이다.

야생소년을 연기한 소감은 어떤지.

ㄴ 마현진: 저는 이 작품을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는데 온달과 평강공주 이야기라고 해서 왔다. 그런데 네발로 뛴다고 해서 당혹스러웠다. 어떻게 가야하나 지적도 많이 받았는데 언어를 없애고 신체로 이야기하는 부분을 받아들이다 보면 제가 잘한다고 생각했던 면들이 고정화됐었구나. 그 외의 것으로도 언어를 충분히 표현하고 드러낼 수 있구나 하는 걸 알게 돼서 제 배우 생활에 큰 도움을 준 역할이다.

연습, 공연 중 가장 힘든 점이 무엇인지.

ㄴ 강인영: 저는 배우끼리의 트러블이 어느 공연에서든 가장 힘들었는데 여기선 제 체력이 문제다(웃음). 트레이닝도 받고 웨이트도 하는데 거울 보니 우는 줄 알았다. 땀을 엄청 흘리더라. 제가 제일 맏형인데 행동이나 어투는 가장 막내스럽게 하고 있다. 배우간의 트러블은 정말 거의 없었다. 제 스타일이 원래 열심히 잘하자 이런 건데 이 공연에선 좀 더 내려놓고 놀아야 된다고 생각한다.

 

무용 전공자로서 다른 환경전환수에 비해 수월한지. 무용과 비교하면?

ㄴ 조원석: 앞서 말했듯 무용을 해서 더 불편하게 다가오는 동작도 있고, 혼자 춤을 추는 것에 익숙한 스타일이었는데 이렇게 타인과 컨택하고 무게를 나누며 교감해야 한다는 게 처음에는 불편했다. 다행히 같이 트레이닝하고 하면서 그 무게를 갖고 노는 걸 즐기려고 많이 생각하고 작업하고 있다.

주변에 친한 동생이 배우를 지망한다. 그럼 '거평이'를 하면 뭘 배울 수 있을지 추천한다면? 또 꼭 봐야할 이유는 무엇인지.

ㄴ 양경원: '거평이' 처음 만들 때 에피소드로 이야기하면 될 것 같다. 이 공연이 처음 나오고 배우들이 연기를 잘하는지 못하는지 모르겠어서 참 안 팔렸다더라(웃음). 근데 그 다음에는 말이 너무 많은 작품을 했더니 또 너무 팔려서 '간다' 작품을 못했던 시기가 있었다. 이 작품은 사실 대사가 없을뿐이지 말을 한다. 소통이 이뤄지고 있다. 저희가 건네는 무언의 말을 관객들이 잘 받아들이고 있기에 저는 지망생이라면 '거평이'를 1000% 추천한다. 공연에 익숙해지고 어려운 면에 상처도 받아가며 단단해진다면 좋은 배우가 되지 않을까 싶다(웃음).

ㄴ 강인영: 뮤지컬이 보여줘야할 여러가지 삼박자를 다 갖추고 감동까지 더한 공연이라고 생각된다.

ㄴ 이지해: 우리가 요즘 살면서 서로에게 관심이 없고 나만 생각하고 바라보게 된다. 그런데 이 작품을 보면 서로를 보고 그로 인해 나를 다시 돌아보게 되는 계기가 될 것 같다. 어린아이나 배우 지망생 배우들이 이 작품을 해야하는 이유라면 공연은 공동작업이지 않나. 그런데 공동작업하며 나를 버려야 하는 작업이 거의 없다. 나를 드러내야 하는 게 배우니까. 그런데 이 작품은 나를 내려놓으면서 작품이 살아나기 떄문에 겸손함을 배울 수 있는 작품이라 강추한다.

 

마지막 인사 부탁한다.

ㄴ 민준호 연출: 저희 공연이 상업적으로 성공하리란 기대는 크게 안 한다. 공연이 이럴 수도 있다는 저희의 작은 프라이드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상업적으로 하려고 대기업과도 몇 년 전에 해봤는데 잘 안되더라. 그런데 내년에도 이제 여기저기 다니려는 건 조명 없는 곳에서도, 공연 못 보는 분들에게도 보여드리고 싶어서다. 더 가치있는 공연이 되도록 발전하겠다는 대답은 꼭 드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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