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2인극 페스티벌' 기획초청작 '흑백다방' 차현석 연출, 윤상호, 정성호 배우 인터뷰

   
▲ (왼쪽부터) 배우 정성호, 차현석 연출, 배우 윤상호가 '2인극 페스티벌'을 의미하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문화가 있는 날·예술이 있는 삶을 빛냅니다…문화뉴스] "'흑백다방'은 이제 한 살 됐다. 나중에 부모가 없더라도 바르게 성장해서 큰일을 해낼 것 같다."

그렇게 연극 '흑백다방'은 지난 7일과 8일,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돌잔치를 무사히 마쳤다. 처음 관객들과 함께한 무대인 '2인극 페스티벌'을 통해서였다. 지난해 '2인극 페스티벌'에서 연극 '흑백다방'은 작품상과 배우상을 받으며 화려하게 시작했다. 연극 '흑백다방'은 잊고 있던 과거의 사람이 찾아와 서로가 피해자이면서 가해자로서 벌어지는 내용을 다뤘다. 예고 살인, 복수가 복수를 낳는 악순환, 보고, 보이는 모습과 다른 삶의 모순 등 1980년대를 지나오면서 우리 사회의 모순과 부조리에 내던져진 날 것들이 드러난다.

지난봄, 연극 '흑백다방'은 일본의 '타이니 앨리스 페스티벌'에 특별공연으로 초청받아 특별상을 받았다. 오태석, 이윤택, 박근형 등 한국을 대표하는 연출가의 작품이 이곳을 통해 일본에 처음 소개됐는데, 차현석 연출의 '흑백다방'도 이곳에서 처음 선을 보였다. 공연 전부터 표가 매진됐고, 좀 더 많은 관객이 볼 수 있도록 보조석 쿠션까지 등장했다. 특히 이 공연을 끝으로 도쿄 신주쿠에 있는 '타이니 앨리스 소극장'이 폐관했는데, '흑백다방'은 극장의 마지막 공연으로 위로를 전달하기도 했다.

그리고 4월엔 '제2회 서울연극인대상 시상식'에서 '흑백다방'이 우수작품상과 연기상을 받았다. 서울연극인대상은 연극이라는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예술혼을 불태우는 연극인들의 노고를 위로하기 위해 만들어진 연극인들을 위한 상이다. 올해 서울 여러 소극장에서 앙코르 공연됐고, 여름엔 밀양에서 열린 '제15회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에서 연기상을 받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렇게 좋은 작품성과 탄탄한 연기력으로 사랑을 받고 '상복'까지 터진 '흑백다방'은 내년 봄 개봉을 목표로 이번 달 영화 촬영을 준비 중이다. 2인극이라는 한계를 딛고 독립 영화로 옮겨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차현석 연출, 윤상호, 정성호 배우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본다. 인터뷰를 읽으면서 중간에 나오는 인터뷰 영상으로 작품에 대한 소개를 보는 것을 추천한다.


▲ 배우 윤상호, 정성호 작품 소개 인터뷰

1년 만에 기획초청작으로 '2인극 페스티벌' 무대에 섰다.
ㄴ 차현석 : '2인극 페스티벌'에서 15주년 기념으로 저희를 초청해주셔서 감사하다. 좋은 결과 후에 계절마다 공연을 다 했다. '2인극 페스티벌'이 있기에 소개가 되었고 마치 친정에 온 느낌이다. 감개무량하면서, 기자간담회를 할 때도 여러분들이 질문을 해주셨다. 잘해야겠다는 책임감도 생겼는데, 떨리기도 하면서 설레는 것 같다.

윤상호 : 지난해 '2인극 페스티벌' 후 1년이 지났다. 나이도 1년을 먹었는데, 공연의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고 항상 처음 하는 것처럼, 긴장되는 마음으로 했다. 관객의 반응에 휩쓸리지 않겠다는 다짐을 늘 한다.

정성호 : 물론 윤상호 배우 말하는 것이 맞는 이야기다. 1년여 동안 이 작품이 계속 공연이 되고, 앞으로 계속할 것이다. 1년 전과 지금의 차이점은 관객들의 지지겠다. 사실 그게 플러스가 됐다. 그 반응 때문에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기 위해 조심하는 것은 배우의 자세다. 애초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좋은 반응을 겪었고, 좋아해 준 사람들로 인해 힘을 더욱 받아 작품을 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계속 익숙해지게 된다.

쉽게 이야기하면 반복하면서 재미가 없어지게 되는데, 이 공연은 반응과 지지를 먹고 작품의 힘이 붙는 것 같다. 나 같은 경우도 처음 어떤 공연이 발생하여지느냐는 궁금증에 시작한 것이 그때 비하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확신을 하고 공연하고 있다. 앞으로 공연하는데 플러스 작용을 하도록 노력할 것이다.


▲ 차현석 연출 인터뷰 영상

정성호 배우의 말처럼 계속 같은 공연을 하면 매너리즘에 빠질 수 있는 우려가 있다.
ㄴ 차현석 : 배우분들이 사람이다 보니 매너리즘에 빠질 수 있다. 그런데 왜 이 사람들이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았겠냐고 생각했다. 지난여름 밀양 공연 때를 예를 들면, 관객분들이 입장을 하는 순간에도 정성호 배우가 무대에 앉아 책을 읽는다. 보통 종소리가 울릴 때부터 연극이 시작되는데, 그전부터 무대에서 책을 읽으면서 연기가 시작된다.

여기에 윤상호 배우는 밖에 10분 정도 있다가 들어온다. 관록이 있는 배우이지만, 들어오는 순간엔 떨린다고 한다. 그렇게 느긋한 자세와 날것의 만남이 극 속에서 서로 부딪칠 때 새롭다는 이야기를 하신다. 공연 중 배우가 등장하고 퇴장하는 작품이 아니다 보니 이런 현상을 지속해서 가져올 것 같다. 매해 새로운 공연을 하면서 그런 부분은 새로울 것 같다.

정성호 : '윤상호'가 등장하는 부분을 예만 들어도, 내가 특별히 발동을 걸지 않아도 될 만큼 관객 전체가 연기하는 것 같다. '윤상호'가 부스럭하고 살짝 나왔나 나오지 않았나 싶은데 일순간 관객들의 관심이 확 나한테 쏠린다. 그것은 무대의 경험이다. 그런 부분이 내가 매너리즘에 빠지고 안 빠지고의 문제가 아닌, 전체 공연이 굉장히 생생할 수밖에 없는 이유 같다.

   
▲ 차현석 연출은 직접 연습 사진을 찍으며 작품의 영화화를 결정했다. ⓒ 차현석

영화 촬영에 돌입했다고 들었다. 계기가 있다면?
ㄴ 차현석 : 지난여름 개봉한 '혜경궁 홍씨'는 연극을 촬영해서 영화로 만든 것이다. 처음엔 '흑백다방'을 그런 식으로 만들어볼까 생각했다. 그러다 이런 사진들을 직접 찍으면서 곰곰이 생각해봤다. 이걸 공연처럼 기록용으로 남기는 것도 의미가 있겠지만, 영화적 문법으로 과감하게 변신하는 것도 더 잘 보일 것 같았다. 그 순간 머리에 지진이 났다. '혜경궁 홍씨'처럼 라이브 공연을 잘 구성해 하나의 기록 영화도 보여주는 것도 괜찮은데, 두 분이 워낙 카메라를 잘 받는다. 가까이 보면 표정이 살아있는데, 그걸 스크린에 잘 남기는 것도 중요했다.

독립영화이기 때문에, 메이저처럼 영화를 찍을 상황은 되지 못한다. 이달 중순부터 촬영 예정이다. 장소도 연극처럼 한 장소에서 촬영할 예정이다. 12월에 후반 작업을 하고 내년 봄 개봉 예정이다. 1시간 30분 러닝타임을 생각하고 있는데, 이미 영화제도 경쟁 부문이나 비경쟁 부문 초청 이야기가 되는 부분도 있다. 당연히 윤상호, 정성호 배우가 출연한다.

정성호 : 영화로 찍는다고 하니 흥미로웠다. 어떠한 과정을 거쳐 결과를 보여줄지, 생각만 해도 기대가 된다. 작업 자체가 흥미롭게 느껴지는 것이, 연극도 처음 시작했을 때 윤상호 배우와 합을 꼭 맞춰보고 싶었던 배우였고 기대가 됐었는데 그것과 똑같이 영화도 그런 마음 갖고 촬영할 예정이다. 잘 만들려고 노력하겠지만, 그런 생각을 하고 해도 무엇이 나올지 호기심을 두고 작업을 해나간다. 처음에 뭐가 나올지 궁금한 호기심에 출발한 것처럼, 영화도 잊지 않으려 한다. 칭찬하고, 욕심부리고, 부담감을 느끼기 보단 그런 걸 모두 내려놓고 연극을 처음 만들 때처럼, 호기심을 잃지 않고 찍는다면 작품의 성패를 떠난 유의미한 시간이 될 거라고 본다.

올해 일본에서도 공연을 펼쳤다.
ㄴ 윤상호 : '타이니 앨리스 소극장' 공연 당시 일본에 있는 연극 평론가들이 칭찬을 넘어서서 극찬을 해주셨다. '흑백다방'의 배역이 두드러지고 집중됐다는 것이었다. 그런 점이 앞으로 공연에 큰 힘이 될 것 같다.

   
▲ 연극 '흑백다방'의 '2인극 페스티벌' 공연 연습실엔 분침과 시침이 없는 시계가 놓여 있었다.

최근 공연들과 다르게 이번 '2인극 페스티벌'에선 무대 전환의 시간 관계상 단출한 소품들로 구성했다. 그런데 그 중에서 분침 없는 시계가 인상적으로 서 있다. 어떤 의미인가?
ㄴ 차현석 : 초와 분은 두 개의 바늘로 이뤄진다. 우리가 2인극인데, '윤상호'와 '정성호'가 시침일 수도 분침일 수도 있다. 이것이 비어있다는 것은 이들의 움직임과 사건 갈등의 변화가 극의 시간인 1시간 10분이라는 실제 상연시간과 비교해 상징이 있고, 유희가 있을 것 같았다. 영화와는 다른 연극적 기법이라 볼 수 있겠다.

앞으로 계속 공연될 이 작품에서 관객들이 주의 깊게 보면 좋겠다 할 장면은 무엇인가?
ㄴ 정성호 : 물론 모든 장면이다. (웃음) 그 중 초반에 나오는 상담받으러 온 손님이 누구인지 알게 되었을 때, 멈춰진 두 사람의 10여 초 시간을 백미로 꼽고 싶다.

윤상호 : 장면보다 하면 할수록 감정에 빠지는 대사가 있다. "선생님, 지구 돌아가는 소리 안 들리시죠? 저도 레코드판 돌아가는 소리 안 들려요"라는 대사다. 감정에 너무 빠져서 정성호 배우가 너무 빠진 것 같다고 해서 드라이하게 쳤는데 왠지 색다른 느낌이었다. 감정에 빠진 것도 아닌 예술적인 순간이라는 느낌이 있었다.

차현석 : "다방에서 사람 죽는 거 봤느냐? 다방은 사람과 사람이 이야기하는 곳이다. 우리 아무도 죽지 않는다"라는 대사가 있다. 가장 긴장되는 순간인데. 연극에 대한 내용과 정보를 전혀 모르는 사람들은 정성호 배우가 다 죽을 거로 알고 있다. 옷을 차려입는 사람은 다 죽고, 커피를 마시면서 다방에서 나오면 끝나는 전개로 흐를 것 같다는 것이다. 그런데 죽음이 당장 찾아오려는 상황에서도 칼이라는 분노를 내려놓고 대화를 시도한다. 대화가 안 되니, 증오만 키우는 답답한 사회에서 이 장면이 연극의 포인트가 된다.

   
▲ 지난 7일과 8일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공연된 연극 '흑백다방'의 한 장면.

나에게 연극 '흑백다방'이란?
ㄴ 윤상호 : 연극배우 생활을 20년 넘게 해오면서 가장 뜻깊은 작품 같다.

정성호 : 자의 반 타의 반으로 20여 년 한길 배우 인생을 살아온 나에 대한 위로가 되는 선물과 보상인 것 같다.

차현석 : 흑백다방은 나한테 자식과 같은 존재다. 처음엔 애인인 줄 알았다. 애인은 잘못하면 헤어지고 갈등도 생긴다. 그런데 부모는 자식한테 무한한 사랑을 줄 수 있고, 세상을 떠나더라도 흔적 하나 남길 수 있는 게 자식이다. '흑백다방'은 이제 한 살 됐다. 나중에 부모가 없더라도 바르게 성장해서 큰일을 해낼 것 같다.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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