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은혼' 오구리 슌, 후쿠다 유이치 감독 내한 기자회견

▲ 영화 '은혼' 스틸컷

[문화뉴스 MHN 석재현 기자] 최근 일본영화계에 불고 있는 유행 중 하나는 '만화 실사판 영화 제작'이다. 어제오늘 일이 아니었고, 몇 년 전부터 끊임없이 이어져오고 있다. 마치, 미국에서 마블 코믹스와 DC 코믹스의 실사영화들이 등장하듯, '만화천국'으로 불리고 있는 일본 또한 그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

국내에도 잘 알려진 만화 실사판 일본 영화들도 제법 많다. 뮤지컬과 연극으로까지 번져 간 '데스노트'라던지, 2,30대 남성들이라면 한 번 쯤 읽었을 '바람의 검심', 지난 7월에 있었던 부천국제판타스틱 영화제에서는 폐막작으로 패러디와 온갖 애드리브가 난무하는 만화 '은혼'을 실사화한 영화 '은혼'이 걸리기까지 했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가 끝난 지 약 5개월 후, '은혼'이 국내 정식개봉까지 하는 기염을 토했다. 2017년 일본 현지에서도 실사 영화 중 박스오피스 1위에 올라섰고, 일본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은혼' 원작을 향한 팬덤이 강하기에 이 소식은 마니아들을 자극하기 충분했다. 

▲ ⓒ 문화뉴스 MHN 이민혜 기자

6일 오후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영화 '은혼' 기자회견이 있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극 중 '사카타 긴토키'를 연기한 주연배우 오구리 슌과 후쿠다 유이치 감독이 참석했다. 특히나, 오구리 슌은 지난 2010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출품했던 자신의 연출작 '슈얼리 선데이' 이후 7년 만에 한국 땅을 밟는 것이었다. 약 1시간 가량 진행된 기자회견은 진지함보단 '은혼'의 분위기처럼 유쾌하고 폭소의 연발이었다.

한국을 방문한 소감을 듣고 싶다.
ㄴ 후쿠다 유이치 :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분들이 참석해주셔서 놀랐다. 그만큼 이 영화가 한국에서도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오구리 슌 : 굉장히 오랜만에 한국에 찾아왔는데, 맛있는 음식을 먹고 돌아갔으면 좋겠다. 오늘 오전에 김포공항에 도착해 여기까지 오는 동안, 많은 경호원 분들이 나를 경호해주셨는데, 지금까지 필요한 지는 전혀 못느낄만큼 내가 인기가 없는 것 같다. 그래서 경호원들에게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다. (웃음) 

후쿠다 유이치 : 오구리 슌이 공항에서 팬들이 아무도 안 기다려줘서 상심한 것 같다. (웃음) 공항에서 수많은 인파를 뚫고 지나가는 걸 상상했던 것 같다. 아무 어려움 없이 공항을 빠져나왔다.

오구리 슌 : 오기 전에 내가 한국에서 인기가 많다고 들어서 기대하고 왔는데, 막상 인기가 없다는 걸 실감했다. (웃음) 

▲ ⓒ 문화뉴스 MHN 이민혜 기자

영화 '은혼'이 올해 개봉한 애니메이션 실사영화 중 일본에서 가장 인기를 끌었다고 들었다. 인기 비결이 궁금하다.
ㄴ 후쿠다 유이치 : '은혼'이 일본에서 인기 있는 만화 중 하나다. 그래서 원작만화의 팬들과 그렇지 않은 일반 관객들도 납득할 수 있는 화려한 캐스팅으로 제작에 들어갔고, 한국에선 장재욱 무술감독이 협력해준 덕분에 멋진 액션을 만들 수 있었다. 이런 노력이 일본 현지에서 인정받아서 인기를 끌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생각한다.

오구리 슌 : 나 또한 매우 기쁘게 생각하고 있다. 일본에서도 '은혼'이 새로운 장르에 속하는데, 일본에서 인정받아 기쁘게 생각한다. 올해 일본에서 개봉한 실사영화 중에선 흥행 1위다.

후쿠다 유이치 : 하마터면 '너의 췌장이 먹고 싶어(오구리 슌 출연)'에게 추월당할 뻔 했다. (웃음) 이 영화가 한국에서는 엄청나게 인기가 많은 걸로 안다. 

오구리 슌 : 한국에선 '은혼'이 '너의 췌장이 먹고 싶어'에 질 것 같다. 그런데 '은혼' 같은 영화가 실사 영화 1위라는 타이틀이 괜찮은 건지 걱정된다. (웃음) 일본에는 '신칸센'으로 개봉한 한국영화 '부산행' 같은 영화에 출연하고 싶다. 

후쿠다 유이치 : 한국영화계에 어필하는건가? 나도 한국에서 불러준다면 좋겠지만 언어장벽이 있어서 가능할 지 모르겠다. (웃음)

▲ ⓒ 문화뉴스 MHN 이민혜 기자

후쿠다 유이치 감독에게 질문한다. 영화 '은혼'의 각본과 감독을 맡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ㄴ 후쿠다 유이치 : 간단히 소개하자면, '은혼'의 원작자인 소라치 히데아키 작가님이 내가 예전에 연출했던 드라마 '용사 요시히코' 시리즈를 비롯한 다른 작품을 보신 후, 나에게 맡기면 제대로 구현해줄 수 있겠다는 말을 들었다. 나의 연출 방식과 소라치 히데아키 작가님의 코미디와 방향성이 잘 맞아 좋은 결과를 낼 수 있겠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참여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오구리 슌에게 질문하겠다. 당신이 주인공 사카타 긴토키 역을 제안받은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오구리 슌 : 나도 그 이유에 대해 솔직히 잘 모르겠다. 아마도 감독님이 염두한 긴토키의 이미지와 나의 이미지가 겹치는 부분이 있었기에 섭외했다고 생각하고, 덕분에 행복하게 잘 촬영했다.

이번에 긴토키의 파트너 '신파치'와 '카구라' 역에 일본 내에서 미남배우로 알려진 스다 마사키와 '천년돌' 하시모토 칸나가 연기하는 것 또한 놀랐다. 잘생기고 예쁜 사람들이 제대로 망가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왜 이들을 캐스팅했는지 듣고 싶다.
ㄴ 후쿠다 유이치 : 스다 마사키는 '은혼' 이전에 같이 일했던 적이 있다. 그가 잘생긴 배우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실제 본인의 이미지는 격차가 상당히 큰 사람이다. 그래서 멋진 역만 해왔던 그의 이미지를 바꿔보고 싶었다. 그래서 신파치의 연약하고 허당끼 이미지가 잘 맞아떨어질 것이라 생각해 처음부터 물망에 올려두었다.

카구라 역의 배우를 캐스팅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건 긴토키-신파치와 키 차이, 그리고 외모였다. 그리고 평상시에 재미있게 말을 할 수 있느냐인데, 개인적으로 재밌는 대화를 하지 못하면 재밌는 연기를 선보일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 점에서 하시모토 칸나는 실제로 재미있는 배우였고, 극 중에서도 거리낌없이 코를 후비거나 토하는 장면 등을 해냈다.

▲ ⓒ 문화뉴스 MHN 이민혜 기자

오구리 슌, 최근 당신의 행보를 보면 '크로우즈 제로'를 비롯해 '루팡 3세', '뮤지엄' 등 애니메이션 실사화 영화에 많이 출연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번에 맡은 긴토키 또한 상당히 까다로웠을텐데, 연기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건 무엇이었나?
ㄴ 오구리 슌 : 안 그래도 일본에서 '실사판 영화 전문 배우'가 아니냐는 말도 들었다. (웃음) 사카타 긴토키를 연기하는 데 그렇게 어렵진 않았다. 다만, 코미디 요소가 많기에 웃음을 주는 데 시간과 극의 리듬이 중요했다. 이에 익숙치 않아 감독님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다. 그리고 사실 나는 노래를 굉장히 잘 부르는데, 일부러 노래를 못하는 척 부르려고 하는 게 힘들었다. 

후쿠다 유이치 : 노래하는 데 첨언하자면, 사실 오구리 슌이 일본을 대표하는 뮤지컬 배우인데, 미안하게 생각한다.

그리고 이번 '은혼'에 참여한 장재욱 무술감독을 추천한 장본인이 오구리 슌 당신이라는 걸 알고 있다. 어떻게 서로 알게 되었나?
ㄴ 오구리 슌 : '루팡 3세' 촬영 당시 참여 했던 무술팀이 한국 팀이었다. 장재욱 감독도 그 팀에 속해있었고, '루팡 3세'를 통해 친해졌다. 촬영 후, '일본영화에서 액션이 필요하면 요청해도 되냐?'고 물어봤더니 '시간이 될 때 도와주겠다'고 나에게 답했다. 그 뒤 '우로보로스'에서도 한 번 더 호흡을 맞췄다. 그게 인연이 되어, '은혼' 캐스팅 후 감독님에게 추천하고자 유튜브에 올라와있는 장재욱 감독의 프로모션 작품을 보여드렸고, 감독님이 흡족해하며 만나자고 말씀하셔서, '은혼'에서도 함께 할 수 있었다.

비록 장 감독과는 언어의 장벽이 있어 서로의 생각이 100% 전달되지 못하거나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지만, 그는 성실하고 진지하며 언제든 다음 장면에 무엇을 할 지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기회가 된다면, 장재욱 감독과 또 한 번 하고 싶다.

▲ 영화 '은혼' 스틸컷

일본에서 제작되는 만화 실사 영화들은 대부분이 잔잔함이 느껴지는 반면에 '은혼'은 전혀 반대인 것 같다. 어떻게 표현하고자 했는가?  
ㄴ 후쿠다 유이치 : '용사 요시히코'처럼 나의 연출 방식은 만화같이 만드는 편이고, '은혼' 또한 실사영화이지만 애니메이션 같은 연출을 보여주려고 최대한 애썼다. 예를 들어, 카구라가 신파치 얼굴을 주먹으로 가격하는 장면을 만화처럼 슬로모션으로 얼굴 움직임을 표현했다. CG 또한 가급적이면 애니메이션처럼 표현하려고 했는데, 가장 애 먹었던 장면이 하늘의 질감을 표현하는 것이었다. 실사영화처럼 담아내려니 등장인물들의 존재감과 맞지 않아 애니메이션처럼 인물 중심에 맞춰 배경 또한 연출했다.

하지만 한국에는 '은혼'을 모르는 일반 관객들이 많고, 정서 또한 다르기에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것이다. 어떻게 어필되길 바라는가?
ㄴ 후쿠다 유이치 : 그런 우려가 여기선 그대로 적중할 지도 모르겠다. 극 중 등장하는 '천인'이나 '엘리자베스'는 실제 인형 탈을 쓰고 등장하기에 보는 관객들이 어이없어 하거나 무언가 집어던질 수도 있다. (웃음) 믿기지 않겠지만, 인형 탈을 뒤집어 쓰고 나오는 것을 비롯해 의상에 상당히 신경썼다. 

예를 들면, 카구라의 옷은 만화에서 그저 빨간 옷에 노란색 선만 그어진 채 나오는데, 실사화 작업을 거치면 옷이 싸구려처럼 보일 수 있어 좀 더 신경썼다. 인물들의 가발 또한 신경썼다. 관객에 따라 호불호가 있겠지만, 그래도 애쓴 흔적이 보이겠구나 하며 반응하는 분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은혼' 원작을 모르는 분들이 보게 되면, 그들에게 설명해야 하는 부분이 많아진다. 그래서 설명을 최소화하기 위한 고민 끝에 애니메이션 극장판인 '신역홍앵편'을 선택했다. 악인이 등장하고 착한 사람들이 그들을 물리치는 권선징악 같은 이야기를 토대로, 액션 코미디를 집어넣었다.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그대로 울고 웃고 즐겼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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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에 각종 패러디가 많이 나오는데, '은혼'을 통해 개인기가 얼마나 늘었는가?
ㄴ 오구리 슌 : '은혼'에 출연하면서 여러 코미디를 선보이다보니 개인기가 다소 늘었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나는 진지하고 중후한 작품에 출연하고 싶었는데, '은혼'을 계기로 나의 판단기준이 바뀌었다. 가끔 '감독님을 만나지 않았으면 좋았을 걸'이라고 후회하기도 한다. 

후쿠다 유이치 : 잘 모르는 사람이 보면 농담이 아니라 진짜로 믿겠다. (웃음)

오구리 슌 : 나는 항상 진지하다 (웃음)
 
그리고 2010년 이후, 7년 만에 내한인데, 지난 번에 방문했을 때와 달라진 게 있는지?
ㄴ 후쿠다 유이치 : 오구리 슌, 2010년 때도 공항에서 팬들에게 둘러쌓였었나? (웃음)

오구리 슌 : 그때도 인기는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웃음) 올해 내가 출연한 '너의 췌장이 먹고 싶어'와 '은혼'이 연달아 한국에서 개봉해서 남다르긴 했다.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기자회견장으로 와서 특별히 한 건 없지만, 누군가 나를 위해 준비해 준 떡볶이가 이번 방문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다. 

후쿠다 유이치 : 참고로 오구리 슌의 떡볶이만 있었고, 내 꺼는 없더라. (웃음)

▲ ⓒ 문화뉴스 MHN 이민혜 기자

오구리 슌, 당신은 '은혼' 원작 팬으로도 잘 알려져 있는데, 이번 영화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을 꼽는다면?
ㄴ 오구리 슌 : 원작에도 등장하는 장면이지만, 초반에 해결사 일행들이 다같이 투구벌레 잡으러 간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후쿠다 감독에게 질문하겠다. 듣자하니, '은혼' 속편 제작이 확정되었다는데, 이번 영화 캐스팅으로 그대로 가는 건가?
ㄴ 후쿠다 유이치 : 운 좋게 속편을 만들게 되었다. 현재 쓰고 있는 각본에 힘을 너무 많이 들어가다보니 프로듀서가 '이 각본대로 하면 제작비가 너무 많이 들어가니까 수정해달라"고 해서 수정 중이다. 오구리 슌 또한 다음 편에도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웃음) 

끝으로 한국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ㄴ 후쿠다 유이치 : 그동안 내가 연출한 작품이 외국에서 개봉했다는 이야기만 종종 들었을 뿐, 직접 해외에 방문하여 무대인사까지 하는 건 처음이다. 그래서 내가 속은 게 아니라는 걸 확인한 것만으로도 기쁘다. 가급적 많은 분들이 봐주셨으면 좋겠다.

오구리 슌 : 이 영화는 말그대로 만화세계를 그대로 그리고 있기에 그 자체로 즐겨주고, 보면서 한심하거나 어처구니없다고 생각이 들더라도 있는 그대로 즐겨달라. 이 한심한 영화를 위해 작년 여름에 모든 이들이 진지하게 만들었다.

한편, 영화 '은혼'은 2010년 개봉한 '은혼' 애니메이션 극장판 '신역홍앵편'을 실사화한 작품으로 12월 7일 개봉한다.

▲ ⓒ 문화뉴스 MHN 이민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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