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윤경민 칼럼니스트. 전 YTN도쿄지국장
[글] 윤경민 칼럼니스트. 전 YTN도쿄지국장

몽골은 광활한 면적을 자랑한다.

남한의 15배, 하지만 인구는 340만에 불과하다.

남한 인구의 15분의 1, 부산 인구 정도다. 오히려 가축 수가 훨씬 많다.  7,500만 마리의 가축이 몽골 초원을 누비고 있다.

땅덩어리가 넓다 보니 지하자원도 많다. 몽골은 10대 광물자원 부국이다.  석탄 매장량은 1,750억 톤으로 세계 4위를 자랑한다.  구리는 5,500만 톤, 세계 12위다. 

이 밖에 텅스텐과 우라늄 등 갖가지 광물자원이 땅속에 풍부하게 묻혀 있다. 다른 산업이 발달하지 못하다 보니 광공업이 GDP 대비 28%를 차지한다. 수출의 대부분이 광물이다. 35%가 구리광, 21%가 석탄, 11%가 금, 5%가 철광석.  80% 이상이 지하자원이다. 

자원은 이처럼 풍부한데 제련 기술 등이 없어 개발을 못 한다. 과거 소련의 영향을 받아 공산주의 문화가 남아서인지, 외국의 투자를 꺼리고 진입장벽을 높여놨다. 

그래도 소련 붕괴 이후 민주화의 길로 들어서고 개방하면서 우리와는 시장경제, 자유민주주의라는 공통의 가치를 갖고 있다.

한국이 제련 기술 등을 가르쳐 주는 조건으로 광산 개발사업권을 얻는다면 몽골은 산업기술 발전, 한국은 안정적 자원 공급망 확보, 이렇게 '윈윈'의 성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

몽골이 특히 중요한 것은 지정학적 위치 때문이다. 북쪽으로는 러시아 남쪽으로는 중국과 맞닿아 있다. 

권위주의 독재체제인 두 나라 사이에 끼어 있으면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가치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팽창을 저지할 수 있는 전략적 위치에 있는 것이다. 

현재 한국 내에는 몽골인이 유학생과 노동자 등 모두 약 38,000명 체류 중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는 몽골 전 국민의 1%가 넘는 수치다. 한류의 영향으로 몽골에서는 한국어 배우기 열풍이 불고 있다고 한다. 

국립 울란바토르대학 등 20여 개 대학에 한국어과가 설치되어 있다.  한국어에 대해 가르치는 초중고교도 10개가 넘는다. 

한국어 능력 시험 응시자가 해마다 수만 명에 이른다. 그들은 한국을 무지개의 나라 '솔롱고스'라고 부른다.  한국의 눈부신 발전을 배우려 한다. 기회의 땅이라고 여긴다. 

과거 적지 않은 한국인들이 아메리칸드림을 이루러 태평양을 건넜듯, 수많은 몽골인이 코리안드림을 이루기 위해 고비사막과 만리장성, 그리고 서해를 넘어오고 있다.

몽골인의 유입은 대한민국에도 기회다. 

부족한 노동력, 특히 많은 이들이 기피하는 3D 직종의 부족한 일손을 채워줄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고마운 존재다. 

농촌에, 작은 공장에 일손이 없다고 아우성친다.  출생률은 갈수록 떨어지고 노인 인구는 늘어난다.  일할 사람은 줄어들고 부양해야 할 어르신은 늘어나는 비정상적 인구구조는 치명적이다. 

이제는 외국인 노동자 없이는 대한민국 경제가 돌아가지 않는 시대가 되어가고 있다. 앞으로 상황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그런 점에서 몽골과의 교류를 확대하고 더 많은 몽골인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할 수 없이 불법 체류자가 되어버린 이들에게 합법적으로 체류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자.

불법체류는 더 큰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백신 접종의 사각지대에 놓여 코로나19에 감염될 우려가 높고 그렇게 되면 이를 통한 감염이 더 확산하는 부작용이다. 외국인 중에서도 특히 몽골인에 주목하는 것은 그들이 우리와 똑같이 생겼다는 점이다. 

사진  = 박진(왼쪽) 외교부 장관이 29일(현지시간) 바트뭉크 바트체첵 몽골 외교장관과 장관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외교부 제공) 

 

한국인과 구별할 수 없는 외모를 지녔고 언어도 어순이 같다. 

지금은 아니지만, 과거 학교에서는 한국어가 몽골어와 같은 우랄 알타이어라고 가르치기도 했다.  우리가 몽골 말을 배우기는 어려워도 몽골인들이 우리말을 배우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고 한다.  아마도 발음 때문인 듯하다. 

한국과 몽골은 경제적 상호 보완 기능을 할 수 있는 만큼 교류와 협력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정치 군사적으로도 친밀한 외교를 강화해야 한다. 

몽골이 가진 지정학적 위치와 전략적 가치를 고려한다면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인권의 가치를 지켜나간다는 점에서 두 나라의 상호 협력은 선택이 아닌 필수일 것이다.

박진 외교부 장관이 몽골을 찾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박 장관은 몽골 방문에 앞서 "한·몽간의 가치 연대 강화가 동북아 평화와 우리 국익에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몽골이 우리를 솔롱고스, 무지개의 나라라고 부르니 우리는 몽골을 갤럭시, 은하수의 나라라고 부르자. 천혜의 자연환경과 자원을 가진 나라, 무지개와 은하수의 어울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흐나 후렐수흐 몽골 대통령이 박 장관에게 자신의 헬기를 내주고 속소인 테를지 국립공원 게르까지 찾아가기로 한 것을 보면 몽골 역시 한국과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박 장관은 후렐수흐 대통령에게 줄 선물로 국궁을 골랐다.  고려를 침략한 몽골군을 향해 쏘았던 활과 화살.  몽골은 초원을 달리는 말 한 필을 준비했을까?

역사는 돌고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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