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밥상 586회, 무에서 유를 만나다, 무 밥상
24일 목요일 저녁 7시 40분 KBS1 방영

[문화뉴스 조아현 기자] '한국인의 밥상' 586회에서는 무에서 유를 창조해내는 깊은 맛의 ‘무’를 만나본다.

울긋불긋한 단풍이 지고 어느덧 저만치 마중 나온 겨울. 홀로 여름인 양 초록빛으로 겨울을 맞는 것이 있다. 속이 깊고 단단한 ‘무’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국부터 조림, 반찬, 김치까지 안 들어가는 곳이 천의 얼굴. 

이름은 '없을 무'지만 존재감은 '있을 유'인 무를 활용한 밥상을 소개한다.

긴긴 겨울, 무가 없었다면 무얼 먹었을까
 - 경상북도 군위군

사진 = KBS 한국인의 밥상
사진 = KBS 한국인의 밥상

해발 650m, 산꼭대기에 우뚝 솟은 경북 화산마을. 이곳의 매서운 추위를 견디며 자라나는 것은 오로지 무와 배추뿐이다. 일교차가 큰 고랭지인 만큼, 달고도 단단한 무가 만들어진다는 이곳에서 20년째 무 농사를 짓고 있는 혜숙 씨. 오늘은 제 자식만큼이나 대견한 무를 첫 수확 하는 날이다. 혜숙 씨에게 무는 사과와도 같은 존재. 과일이 풍족하지 않았던 시절, 무를 깎아 먹지 않았던 집이 어디 있으랴. 어려운 시절 무는 과일이었고, 집집마다 상비돼 있는 천연 소화제였다. 말려서 무말랭이를 만들고, 시원한 동치미를 담그면 겨우내 든든한 식량이 돼주기도 했다.

무는 갖가지 국에 들어가 시원한 맛을 내주기도 하는데, 그중 대표적인 것이 ‘뭇국’이다. 특히 경상도에서는 맑은 소고기 뭇국을 먹지 않는다. 고춧가루를 넣어 육개장마냥 매콤하고 칼칼하게 먹는다. 단, 제사 때만 하얀 소고기 뭇국을 올린다고. 무가 인삼보다 낫다는 이맘때. 혜숙 씨가 꼭 만드는 음식 중 하나는 ‘무 조청’이다.  무를 갈고, 삭히고, 졸이는데 무려 7일 정도 걸린다는 겨울의 보약 ‘무 조청’은 오랜 시간 가족들의 건강을 지켜줬다고 한다. 거기에 시어머니가 명절마다 찾았던 ‘무전’까지. 혜숙 씨네 가족의 겨울을 책임져줄 든든한 무 밥상을 만나본다.

하찮다며 버려졌던 시래기, 귀한 몸 되셨네 
- 강원도 양구군

사진 = KBS 한국인의 밥상
사진 = KBS 한국인의 밥상

무는 뒷전이고, 무청부터 거둔다. 밭에는 무청이 잘려나간 무가 땅에 고스란히 박혀있다. 바로 강원도 양구의 이야기다. 먹을 것이 없던 시절, 처마 밑에 하나 둘 말려서 지져먹고, 국 끓여먹던 그 시래기의 위상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급기야 야들야들 부드러운 ‘시래기 전용 무’까지 등장했다. 양구군에 온 지 50년도 넘었다는 판님 씨. 처음 왔을 때, 온통 산지였던 이곳을 맨손으로 개간해 무밭을 일궜다고 한다. 사남매 뒤로 하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비탈진 곳에서 하루를 보내고 나면 그렇게 고될 수가 없었다. 달리 먹을 것이 없던 그 시절, 그래도 시래기가 있었기에 배고픔을 버틸 수 있었다고.

잘 말려진 시래기와 된장, 멸치를 넣고 자작하게 끓인 시래기 지짐은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이 밥을 부르는 밥도둑이다. 그 옛날에도 잔칫날은 있었으니, 돼지 뼈를 얻으면 그걸로 육수를 내고, 갈은 콩과 시래기를 넣어 강원도식 ‘시래기 콩탕’을 만들어 먹었다. 강원도의 별미, 코다리에 시래기를 듬뿍 넣어 칼칼하게 즐기는 시래기코다리찜과 시래기장떡까지. 향토색 짙은 추억의 맛이자 소박한 자연의 맛, 시래기 한 상을 차려본다.

무궁무진 무, 과일무를 아시나요? 
- 경기도 평택시
 

사진 = KBS 한국인의 밥상
사진 = KBS 한국인의 밥상

무의 종류는 생각보다 무궁무진하다. 우리가 즐겨먹는 조선무부터 알타리무, 열무, 단무지를 만들 때 사용하는 왜무까지. 그러나 이보다도 훨씬 다양한 것이 무의 세계. 그중에서는 과일처럼 달고 수박처럼 속이 빨간 무도 있다. 바로 과일무다. 중국의 빨간 무와 우리나라 토종 무를 교배시켜 만든 ‘수박무’는 당도가 높아 과일무라고도 불린다.

귀농하여 수박무를 8년째 키우고 있는 보달 씨. 수박무가 가장 제 맛을 내는 것은 동치미다. 겨울철, 한 모금 들이켜면 속이 시원해지는 음식. 게다가 수박무로 만들면 색감도 예쁘고 아삭아삭한 식감까지 그만이다. 그밖에도 수박무로 만든 샐러드와 각종 채소와 함께 곁들이는 수박무쌈말이까지. 강렬한 빛깔 덕분에 별다른 양념이나 솜씨 없이도 근사한 한 상이 완성된다. 배추와 함께 가장 많이 먹는 국민 채소, 무. 우리가 모르는 무의 세계는 훨씬 더 다채롭다. 

버릴 생각을 하지 않으면 먹을 궁리가 생긴다 ‘언 무 구이’
- 경기도 양평군
 

사진 = KBS 한국인의 밥상
사진 = KBS 한국인의 밥상

꽁꽁 언 무를 먹어본 사람이 있을까? 언 무로 정갈한 음식을 만들어내는 분이 있다. 사찰 음식 1호 명장 선재 스님이 그 주인공이다. 언 무를 먹게 된 데는 선재 스님이 출가한지 얼마 안 됐을 무렵, 스님을 찾아 온 어머니와의 사연이 담겨 있다. 겨울날, 딸을 보고싶은 마음에 사찰을 찾아온 선재 스님의 어머니. 한창 무를 수확하느라 지게까지 지고 있던 20대 중반의 딸을 본 어머님은 그 자리에서 쓰러지시고 말았다. 어머님을 챙기고 돌아오니, 무가 모두 얼어버리고 말았다. 그 ‘언 무’를 노스님이 버리지 않고 탱자나무에 걸어 말린 다음 구워주셨다고. 어머님 덕분에 먹게 된 ‘언 무 구이’는 선재 스님에게 잊을 수 없는 음식이 되었다.

무는 그야말로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음식. 따뜻한 성질의 무는 스님들에게 겨우내 최고의 보양식이다. 콩나물과 무를 넣어 만든 ‘겨울 냉국’과 무로 빚은 ‘무 만두’는 생소하지만 속을 편안하게 해주는 사찰 만두이다. 거기에 무 하나만으로도 빛나는 음식, 달달 볶은 ‘무왁자지’(무조림)까지. 순리를 거스르지 않고 건강하게 차린 무 밥상에서 유를 만나본다.

한편 '한국인의 밥상'은 KBS에서 매주 목요일 저녁 7시 40분에 방영한다.

주요기사
방송 최신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