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저녁 7시 10분 KBS 방송

[문화뉴스 황동은 기자] 2023년 계묘년 새해가 밝았다. 동네지기 이만기는 올 한 해도 신발이 닳도록 열심히 달릴 각오를 다진다. 동네 한 바퀴 새해 첫 여정은 동해안의 중심, 경북 포항으로 기운차게 떠난다. 

한반도에서 가장 먼저 해가 떠오르는 호미곶

사진=K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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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의 최동단에 위치해 지형상 호랑이 꼬리에 해당하는 호미곶이다. 한반도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곳으로, 육당 최남선 선생은 호미곶을 일출제일의 명소라며 조선 십 경의 하나로 꼽는다. 동네지기 이만기는 새벽어둠을 뚫고 호미곶으로 향한다. 새해를 맞아 저마다의 소망을 품은 사람들을 만나고,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며 2023년 새해 소망을 빈다. 

천하 명당, 호미반도 해안둘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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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최동단지역으로 영일만을 낀 트레킹로드인 호미반도 해안둘레길이다. 총 4개의 코스로 이뤄져 있으며, 그중 2코스인 선바우길은 동해면 입암리부터 흥환리까지 6.5km를 연결하는 구간이다. 선바우길 왼쪽으로는 끝없는 바다가, 오른쪽으로 아름답고 기묘한 기암절벽의 장관이 펼쳐져 있다.

선바우길을 지나 한 어촌마을로 들어선 이만기는 길가에서 오징어를 말리던 노부부를 만난다. 아침에 갓 잡아 온 오징어를 대접받은 후 유쾌한 만남을 뒤로 한 채 다시 힘차게 길을 떠난다. 

제리 장모와 사위 이만기가 함께 떠나는 동네 한 바퀴  

사진=KBS 제공

영일만에 위치한 동해면이다. 포항에 온 김에 새해를 맞아 장모님을 만나 뵙고 가기로 한다. 대문에 들어서자마자 반려견 만득이는 꼬리를 흔들며 반갑게 맞이하고, 반제리 장모님은 버선발로 사위를 맞아준다. 반가움도 잠시, 사위가 오기만을 기다렸다는 듯 “이서방”을 부르기 시작한다. 겨울 한파를 막기 위한 단열재 붙이기에 투입된다. 장모와 사위는 때때로 맞지 않는 의견에 티격태격하기도 하지만, 또 언제 그랬냐는 듯 완벽한 호흡을 자랑한다.

할 일을 마치고 일어서려는 이만기를 장모가 따라나선다. 그렇게 두 사람은 함께 포항 한 바퀴에 나선다. 도착한 곳은 스페이스워크로 트랙길이 333m, 계단개수 717개의 규모로 이뤄져 포항 전경을 360도로 감상할 수 있는 명소다. 장모님과 함께 스페이스워크에 올라 바다를 바라보며 새해 소망을 빌어본다. 

왁자지껄 어울려 사는 큰동해시장 상인들

사진=K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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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를 자랑하는 큰동해시장이다. 1980년 복합 상가로 시작해 지금에 이르기까지 오랜 시간 동안 포항 남구를 대표하는 전통시장으로 자리매김해왔다. 시끌벅적 신나는 소리를 따라 가니 한곳에 모여 전통 놀이 중인 상인들을 만난다.

매주 토요일이면 큰동해시장 상인들이 모여 딱지치기, 제기차기 등을 하며 함께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이왕 마주친 거 포항의 명물, 과메기를 걸고 이만기 vs 상인들의 제기차기 대결이 펼쳐진다. 

아픈 아내의 빈자리를 지키는 칼국수집 사장님

사진=K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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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시 북구에 위치한 흥해읍 대련리다. 외진 시골길을 걷다 의외의 칼국수 집을 발견한다. 외딴 곳에서 칼국수 집을 하고 있는 주인장의 사연이 궁금해진다. 황재윤 사장은 11년째 칼국수를 만들고 있다. 학창시절부터 밴드활동을 하며 음악에 대한 꿈을 키웠고, 이후 연주자 일을 하다 자신만의 가게를 가지게 됐다.

하지만 IMF로 인해 사업이 망해 생계가 어려워지자 낮에는 폐기물 철거를, 밤에는 폐지 줍는 일을 하며 삼남매를 키워냈다. 힘든 시기를 보내던 황재윤 사장에게 손을 내민 건 울산에서 칼국수 집을 운영하던 친구였다. 친구에게 칼국수 만드는 법을 전수 받아 식당을 열게 되었고 다행히 단골손님들이 늘며 생활이 조금씩 나아졌다고 한다.

하지만 먹고 살만해 지니 아내에게 큰 병이 찾아오고, 병상에 있는 아내가 건강해지기만을 바라며 남편은 매일 칼국수를 만든다. 평생 고생만 한 아내에게 바치는 남편의 노래를 들어본다. 

러시아부터 배타고 온 요트 청년의 포항 정착기 

사진= K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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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운하와 영일만 바다가 만나는 동빈내항을 걸어가던 이만기 눈에 줄지어 정박해있는 요트들이 발견된다. 때마침 투어를 나가기 위해 준비 중이던 요트 한 대를 발견하고, 이만기도 요트에 몸을 싣는다.

포항은 파도가 낮고 바람이 잘 불어 사시사철 요트를 즐기기에 최적의 환경이다. 박33세 청년 박하늘씨는 러시아부터 요트를 타고 포항으로 왔다. 여행을 좋아해 여러 나라를 여행하다 러시아에 있는 여행사에 취직했고, 우연히 타본 요트에 푹 빠져 전 재산을 털어 중고 요트를 샀다. 6개월 간 집도, 돈벌이도 없이 요트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망망대해를 유랑하던 하늘씨는 포항에 정착하고, 요트 투어로 돈을 벌며 다음 꿈을 계획 중이다. 본인의 요트를 타고 세계 일주를 하는 것이다. 꿈을 향해 도전하는 청춘을 만나본다. 

포항 시민들의 힐링 장소, 송도 솔밭 도시숲

사진= K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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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가 우거진 곳이라는 의미의 솔, 파도를 뜻하는 파랑을 합친 솔파랑 벽화거리다. 아기자기한 벽화로 가득한 골목길을 빠져나오니 우거진 소나무 숲이 눈앞에 펼쳐진다. 송도 해수욕장에 조성된 솔밭 도시숲이다. 시내와 가까워 포항 시민들의 산책 장소로 많은 사랑을 받는 곳이다. 도심 속 숲을 걸으며 시민들도 만나고, 건강도 챙겨본다. 

SINCE 1980, 3대가 함께하는 죽도시장 호떡집

사진= K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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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죽도시장이다. 이곳에 43년간 한 자리를 지킨 호떡집이 있다. 노모와 딸, 손자까지 무려 3대가 함께하는 집이다. 43년 전 난전으로 시작해 평생 호떡을 굽는 어머니가 힘겨워 보여 12년 전 딸이 합세하고, 3년 전부터는 대기업을 다니다 퇴사하고, 손자까지 함께하고 있다. 손자가 합류하면서 호떡의 보편화를 위해 밀키트를 만드는 등 새로운 시도도 계속되고 있다. 딸과 손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늘 걱정이 앞서는 노모는 아직도 가게에 나와 든든히 옆을 지켜준다. 오늘도 3대가 함께 구워내는 호떡집의 불판은 꺼지지 않는다. 
 

경상도 사투리 쓰는 튀르키예 아재의 간식 점빵 

사진= K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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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마리의 용이 승천한 포구라 하여 이름 붙여진 구룡포다. 구룡포에는 100년 전의 시간이 그대로 멈춘 곳이 있다. 1923년 일제가 구룡포항을 축항하고 동해권역의 어업을 관할해 일본인들의 유입이 늘어나며 일본인 가옥거리가 형성됐다. 지금은 남아있는 가옥을 통해 당시의 생활상을 보며 착취당했던 뼈아픈 역사의 현장이 되고 있다. 그곳을 걷던 이만기는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로 손님을 사로잡는 외국인 사장님을 만난다.

외국인(데이비드) 사장님은 고향인 튀르키예를 떠나 한국에 온 지 올해로 20년 차다. 한국으로 돈을 벌기 위해 왔다가 살기 좋고 아름다운 한국에 반해 정착을 했다. 전국의 지역 축제와 행사를 돌아다니며 간식을 팔다 코로나로 인해 축제가 사라지게 되면서 마지막 행사지였던 포항 구룡포에 자연스레 터를 잡게 됐다. 이국적인 외모를 제외하면 완벽한 한국인처럼 보이지만 고향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은 날로 커져만 가고 있다고 한다. 늘 밝은 목소리로 가옥인 거리를 지키는 모하마드 사장님의 간식 점빵을 만나본다. 

서로 의지해 살아가는 구룡포 해녀 가족 

사진= K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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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해녀가 많은 경상북도다. 경북에서도 해녀의 70%가 포항에 산다. 구룡포의 어촌마을을 돌아보던 동네지기 이만기는 물질하던 해녀들을 발견한다. 그중 포항 유일의 해남이 있다. 어머니, 딸, 아들이 함께 물질을 하는 해녀 가족이다.

어머니 최귀자씨는 바다를 놀이터 삼아 놀다 자연스레 해녀가 되었다. 20년간 병상에 있던 남편을 대신해 평생 바다에서 일을 하며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왔다. 남매는 처음엔 어머니를 돕기 위해 시작한 해녀 일이 이제는 본업이 됐다. 

처음엔 자신의 고생길을 밟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어머니는 극구 반대했지만, 자식들의 완강한 고집에 결국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바다는 어머니의 삶의 터전에서 어느덧 자식들의 삶의 터전이 되었다. 추운 겨울 바다에서도 희망을 건져내는 구룡포 해녀 가족의 삶을 엿본다.  

한편, KBS '동네 한바퀴'는 매주 토요일 저녁 7시 10분에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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