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 art82' interview #32

아티스트 '아이라최'을 소개합니다.

(사진제공: 디아트82)
(사진제공: 디아트82)

▶ 간단한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달빛 비치는그림 속 파라다이스를 여행하는 아이라최 작가입니다.

▶ 미술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어릴 적 공예 학원을 운영하던 어머니를 따라 학원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어요. 기억나지 않을 나이부터 다양한 재료를 가지고 표현하는 것에 익숙했어요. 중학생이 되자 손이 풀리지 않는 욕망이 있는 것처럼 답답하게 느껴졌어요. 3년간 손이 부르트게 가야금을 쳤는데도 풀리지 않았어요. 고등학교에 진학하고도 그 느낌이 계속되어, 수업 중에 교과서에 뭘 막 그렸더니 무언가가 탁 풀리는 거에요. 그 날로 미대 입시를 시작했어요.

▶ 작품을 만드는데 영감을 주는 것들은?

제 그림에는 동물과 식물과 인간, 이렇게 자연물만 등장해요. 어릴 때는 아버지께서 작은 농장을 만들어 주셨어요. 좋아하는 동물이나 식물이 있으면 모두 기를 수 있게 해주셨어요. 유년 시절의 기억으로부터 지금까지 동식물이 가장 큰 영감의 원천이에요. 요즘은 그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동물원과 식물원을 찾기도 하고요. 다큐멘터리를 보기도 하고, 사진 자료를 많이 찾아요. 다양한 동물과 식물들이 있는 나라로의 여행도 좋아하고요.

▶ 작품 당 평균 작업 기간은 얼마나 걸리나요?

나이프로 유화 물감을 얇게 올리고 말리는 작업을 반복하다 보니, 한 점만 작업하지 않고 두 점 정도를 동시에 작업해요. 주말 없이 매일 그림만 그리는데, 대략 2-30호 한 점에 최소 일주일은 걸리는 것 같아요.

▶ 미술 작가로 활동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일희일비가 있는 직업인 것 같아요. 미술 시장 상황이나 작가의 개인적 이슈에 따라 잘 되기도 하고, 안 되기도 하는 시기가 있어요. 작품을 많이 사랑해 주시는 시기에는 들뜨지 않고, 그렇지 않은 시기에는 자책하지 않는 평상심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어려워요.

▶ 미술 작가로 활동하면서 가장 보람있었던 적은 언제인가요?

우연히 학교 끝나고 친구들과 지나가다 제 전시를 본 한 소녀가 있었나 봐요. 모은 돈에다가 부모님을 설득해서 어떻게든 제 그림을 컬렉팅했다고 해요. 집에 조명까지 달아 멋진 '그림 자리'를 마련해 뒀더라고, 갤러리의 설치 기사님이 말씀해 주셨어요. 어느 날 SNS에 댓글이 달렸는데, 시험이 끝나서 이제서야 글을 남긴다고, 좋은 그림 감사하다고 하더라고요. 제 낙원에 그 소녀가 들어온 느낌을 받았어요. 마음이 너무 고마워서 그냥 주고 싶을 정도였어요. 저도 어릴 때 아르바이트한 돈으로 어떤 작품을 산 적이 있는데, 아직도 그 그림이 저를 웃게 하거든요. 제 그림도 누군가에게는 그런 존재가 되었을까? 하고 행복했어요.

▶ 이번 전시회 소개 부탁드립니다.

올해는 계절에 따라 개인전을 계획하고 있어요. 4월에는 갤러리 애프터눈에서 만개한 봄을, 8월에는 갤러리 멜팅팟에서 여름을, 12월에는 갤러리 MHK에서 겨울의 낙원을 보여드릴 예정이에요. 얼마전부터 이젤 앞에서 몸이 너무 굳는 것 같아 종종 등산을 하기 시작했어요.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있으니 매번 새로운 감흥이 느껴지더라고요. 제가 계절을 즐기는 방법은 그 감흥을 그리는 것이 아닐까 싶었어요. 계절에 따라 변화하는 그림들에 많은 관심 바랍니다.

(사진제공: 디아트82)

▶ 자신의 작품을 한 단어로 표한한다면?

낙원

▶ 본인 작품의 감상 포인트를 꼽자면 뭐가 있을까요?

제 그림에는 동물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시그니처인 하얀 표범은 그림 속 낙원을 지키는 수호자의 역할을 해요. 자세히 보면 오렌지색 하트 모양 코를 하고 있고, 무늬에도 하트가 숨겨져 있어요. 흰 표범이 사랑하는 검은 표범은 연인을, 호기심 많은 아기 판다는 어린이를, 유영하는 커다란 플라밍고는 무해한 군중을, 관찰자 카멜레온은 노인을, 나비와 무당벌레와 같은 곤충들은 안내자의 의미를 가지고 있답니다.

▶ 어떤 예술가로 기억되고 싶은가요?

각자가 기억하고 싶은 저의 모습으로요.

▶ 작가 활동을 지속 하기 위해 필요한것 3가지만 꼽는다면?

한 가지밖에 생각이 안 나는데, 열정이 가장 필요한 것 같아요. 작가 활동은 아무도 시키지 않는 일인데 막연하기까지 해서 웬만한 열정이 없으면 포기하기 쉬운 일이에요. 본인의 의지로 끊임없이 노력하려면 열정밖에 없어요. 돈도 필요하지만 투잡, 쓰리잡을 해서라도 작업을 계속하려면 열정이 있어야 해요.

▶ 작가 활동을 시작 하려는 후배에게 조언 할게 있다면?

얼마 전 20대의 제 일기장을 보다가 큰 위로가 되는 글을 발견했어요. '내가 잘 하고 있는지 생각하지 말자. 내가 뭘 하고 있는지 생각하자.' 작가 활동은 노력과 성과가 비례하지 않는 것 같아요. 죽도록 노력하는데 눈앞에 당장 성과가 보이지 않고, 열심히 그린 그림들이 전시가 끝나면 다시 돌아오는 날들의 연속이에요. 그럴수록 '무엇을' 하는지, 작품과 테마에 더 몰입해야 좋은 그림이 나오는 것 같아요.

▶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앞으로도 지금처럼, 매일 눈을 뜨면 그림을 그리러 작업실에 나오고 졸리면 집에 갈 계획이에요. 혼자 작업실에서 어떤 날은 아무도 모르는 전투를 하고, 어떤 날은 행복에 겨워 흥얼거리면서요. 매년 전시와 아트페어와 다양한 스케쥴이 잡히지만, 하루를 떼어 보면 작업실에서 보내는 날들의 연속이에요. '죽기 전에는 꼭 명작을 보고 가겠다'라는 꿈을 향해, 다음 그림을 궁금해하며 일상을 이어가는게 계획이에요.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나 콜렉터분들께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저는 누구에게나 그들만의 낙원이 있다고 생각해요. 어떤 형태의 판타지로든 말이에요. 세상이 아무리 재미없어도 우리 모두는 상상했으면 좋겠어요. 우리는 어디로 가는지, 어디에서 왔는지, 오늘 밤 꿈에 어떤 세상을 여행하고 싶은지요. 제 그림이 그런 스위치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존재하지 않는 것에도 모든 걸 쏟아붓는 사람도 있다는걸, 그런 우직하게 순수한 사람의 그림 속에서 자유와 해방의 파라다이스를 찾았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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