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밥상 601회, 우리 마을엔 별난 밥집이 있다
충청남도 당진시, 전라남도 담양군, 충청남도 홍성군
오리백숙, 고구마묵, 라따뚜이, 몽따뉴 등 음식 소개
23일 목요일 저녁 7시 40분 KBS1 방영

사진=KBS '한국인의 밥상'
사진=KBS '한국인의 밥상'

[문화뉴스 이서연 기자] '한국인의 밥상' 601회에서는 마을 안에서 식당의 가치를 실현하는 현장으로 떠나본다.

코로나19의 매서운 광풍이 지나가는 동안 음식과 관련된 산업은 경천동지의 변화를 겪었다. ‘혼밥‘ 해시태그의 유행을 선두로 간편식과 배달 음식의 소비량은 대폭 늘어났고 많은 식당들이 간판을 내렸다. 그러나 단순히 끼니를 해결하는 것으로는 식당의 빈자리를 메울 수 없다. 

식당은 사람들이 모이는 만남의 장이자, 주인장의 손끝에서 비롯된 정과 인심을 맛보는 장소이다. 특히 주민들의 사랑을 받는 시골 마을의 식당은 마을의 소식통이자 사랑방의 역할까지 도맡는다. 식당이야말로 밥과 사연이 어우러지는 ’멀티 플레이스‘인 것이다.

마을 막둥이가 꾸려가는 주방!– 충청남도 당진시

사진=KBS '한국인의 밥상'
사진=KBS '한국인의 밥상'

당진시 고대면의 한갓진 마을에 아침마다 좌판이 벌어지는 별난 시골집이 있다. 마을 할머니들이 지고 온 보따리마다 고구마며 시래기며 한가득! 거기에 집 앞을 지나던 트럭은 염소 새끼마저 내려놓고 가니, 집주인 최정재 씨는 팔 걱정이 태산이란다. 시장통이나 다름없는 이 집의 정체는 고산 마을에 딱 하나 있는 식당이라는데.

고산 마을에서 나고 자란 정재 씨가 다년간의 도시 생활 끝에 고향에 돌아와 식당을 연 것이다. 라면 물 맞추기도 버겁던 정재 씨가 지금껏 식당을 이어올 수 있었던 건 조언을 아끼지 않은 손님들 덕. 그중 일등 공신은 수시로 오가며 정재 씨의 부엌을 들여다본 마을 할매들이다. 장사할 궁리에 머리가 아파도 결국은 웃으며 보따리를 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란다. 

좌판에 물건을 얹은 할머니들의 발이 향하는 곳은 식탁 앞! 어느새 손님으로 변신한 할매들이 이번에는 주문받으라며 정재 씨를 찾는다. 각종 약재와 능이, 돼지감자를 넣고 푹 고아낸 오리백숙은 고산 마을 할매들이 즐겨 찾는 보양식이라는데. 부모님께 대접하듯 좋은 것만 드리고 싶은 정재 씨의 마음이 녹아있다. 손님으로 머문 시간도 잠시, 신메뉴를 개발하겠다고 나선 정재 씨에 할머니들이 이번에는 요리 스승으로 변했다.

마을 사람들이 도토리묵만큼이나 좋아한다는 고구마묵은 할머니들의 비법이 들어가야 탱글탱글한 자태를 드러내는데. 손님이 선생님이 되는 것은 정재 씨의 부엌에서 예사로 일어나는 일! 씀바귀로 만드는 쏙쌔 김치 역시 솜씨 좋은 손님이 전수해 준 봄 보양식이다. 주변 사람들의 도움과 애정을 주춧돌 삼아 꾸려가는 정재 씨의 부엌을 들여다본다.

논밭 한가운데서 만나는 프랑스! – 전라남도 담양군

사진=KBS '한국인의 밥상'
사진=KBS '한국인의 밥상'

전라남도 담양군 인근의 농산물 도매시장에 상인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푸른 눈의 손님이 나타났다. 능숙한 솜씨로 채소의 상태를 살피는 신드페셀 제롬 씨가 그 주인공이다. 프랑스에서 아내 김지영 씨를 만나 한국 생활을 시작한 것도 어느새 6년째, 이제는 한국인보다 구수한 입맛을 자랑하는 제롬 씨다. 시장에 가는 날이면 암뽕순대국밥을 먹는 것이 정해진 수순일 정도라는데. 장보기를 마친 그들이 향한 곳은 더욱 특별하다.

허허벌판 한가운데 에펠탑과 프랑스 국기로 무장한 건물은 제롬 씨와 지영 씨가 운영 중인 프랑스 가정식 식당! 전원생활을 꿈꾸던 젊은 부부가 연고도 없는 시골 마을에 한식도 아닌 프랑스 음식으로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아내 지영 씨는 프랑스인 시어머니에게 전수 한 레시피를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응용해 선보이고 있다는데. 시댁에서 먹었던 음식처럼 정겨운 맛을 내고 싶었다는 지영 씨. 토마토소스에 채소와 고기완자를 넣고 푹 익힌 라따뚜이에 버섯과 감자, 소고기를 차곡차곡 쌓아 만드는 몽따뉴까지. 음식들이 테이블로 나가면 어느새 손님들은 프랑스 여행을 온 기분에 물든다. 서글서글한 제롬 씨는 고향의 맛을 소개하는 역할!

오래간만에 찾아온 마을 어르신들을 맞이하는 것 역시 제롬 씨의 몫이다.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제롬 씨 덕에 프랑스 음식이 낯선 마을 사람들도 거리낌 없이 새로운 맛에 도전할 수 있게 됐다는데. 모처럼 마을에 찾아 든 젊은 부부 제롬 씨와 지영 씨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선물을 전하는 마을 사람들. 고향 음식으로 정과 문화를 나누는 프랑스 청년 제롬 씨를 만난다!

엄니 손맛 가득한 산촌으로! – 충청남도 홍성군 

사진=KBS '한국인의 밥상'
사진=KBS '한국인의 밥상'

서해안에 근접한 산 가운데 가장 높다는 오서산. 그 산자락 아래로 고즈넉한 산촌, 상담마을이 자리하고 있다. 이른 아침부터 상담 마을 할머니들이 속속들이 모여드는 곳은 마을 회관이 아닌 주방이라는데. 바로 마을 식당의 장사 준비를 위해서다. 노인 일자리 마련을 위해 시작된 마을 식당은 할머니들의 손길 끝에서 8년째 이어져 온 곳이다.

아침이면 장사 밑천인 두부 만드는 냄새가 온 마을에 퍼진다는데. 점심시간에만 운영하는 하루 네 시간짜리 식당의 영업시간을 놓칠세라 밀려드는 손님들! 대부분은 인근 마을의 주민들이다. 근방에 딱 하나 있는 마을 식당이 주민들에게는 새참 먹기 좋은 쉼터이자 찾아온 손님을 대접하는 사랑방이란다.

마을 주민들이 직접 키운 채소를 잔뜩 얹어 바글바글 끓여내는 두부전골이 상담 마을 식당의 인기 메뉴! 엄마가 해주던 음식처럼 푸근한 맛에 손님들은 자꾸만 식당을 찾게 된다는데. 할매들은 사람 구경, 세상 구경, 거기에 돈 버는 재미까지 쏠쏠하게 느낄 수 있으니 노년에 안겨든 일거리에도 즐거울 따름이란다. 한바탕 점심 장사를 치르고 고생한 서로를 위해 손님이 아닌 본인들을 위한 한 상을 차려내는 할매들.

장이 다 떨어지는 봄철에 불린 메주를 찧어서 만드는 간이 된장, 쩜장과 민물새우와 무만 있으면 뚝딱 만들어 먹을 수 있는 민물새우무지짐이가 상에 올랐다. 80년 경력의 주방장들이 뚝딱 차려낸 한 상 덕에 하루의 노고는 씻기고 웃음만 남는다. 함께 하는 동료들이 있어 힘닿는 데까지 이어가고픈 할매들의 마을 식당. 산촌 할매들의 푸근한 손맛이 있는 오서산 자락으로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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