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상실 희귀병 소녀의 사랑,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사랑하는 이들에게 웃으며 건네는 작별인사, ‘세상의 마지막 기차역’
타임슬립 쌍방향 구원 로맨스, ‘어느 날, 내 죽음에 네가 들어왔다'

사진='세상의 마지막 기차역',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어느 날, 내 죽음에 네가 들어왔다'/모모 제공
사진='세상의 마지막 기차역',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어느 날, 내 죽음에 네가 들어왔다'/모모 제공

[문화뉴스 백승혜 인턴기자] 흐드러지는 벚꽃에 괜스레 마음 설레는 봄밤, 아련하고 애틋한 사랑 이야기에 잠 못 이루게 해 줄 일본 로맨스 소설이 국내에 착륙했다. 

독보적인 감성과 낭만적인 전개로 올봄, 국적을 초월한 ‘로맨스 열풍’을 이끌어 갈 일본 로맨스 소설 3편을 소개한다.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이치조 미사키

사진=모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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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소년 도루는 같은 반 불량 학생들의 강요에 의해 마오리에게 억지로 고백해 사귀게 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를 진심으로 좋아하게 된다. 그런데 알고 보니 마오리는 하루가 지나면 전날의 기억을 잃는 ‘선행성 기억상실증’이란 병을 앓고 있었다. 과연 도루는 매일매일 마오리와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고 다가오는 내일을 지켜낼 수 있을까?

청춘의 풋풋함이 한아름 담긴 소재의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는 4,607:1의 경쟁률을 뚫고 일본 제26회 전격소설대상 ‘미디어윅스 문고상’에 당선된 로맨스 소설로, 국내에서는 2021년 출간 후 현재까지 42만 부가 넘게 판매됐다. 양국의 인기에 힘입어 제작된 동명의 영화는 일본과 한국에서 모두 1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얼어붙어있던 극장가를 녹이기도 했다.

기억을 잃는 연인과의 사랑은 두 사람 모두에게 비극적일 수밖에 없다. 바라보는 입장에서는 나날이 더 깊은 정을 쌓아가는 나와는 달리 매일매일 감정과 기억이 리셋되는 상대방을 마주해야 하기 때문이고, 기억을 잃는 입장에서는 행복했을 어제의 내가 미치도록 부럽고 또다시 모든 것을 잊어버릴 내일의 내가 염려되는 까닭이다. 그러나 도루와 마오리는 여러 악조건에도 흔들리지 않고 자신들의 최선으로 사랑을 지켜나간다. 여기에 마오리의 단짝 와타야, 도루의 누나 사나에, 마오리의 부모님 등 선하고 올곧은 인물들의 조력으로 두 주인공은 시간마저도 빼앗지 못할 안타까운 사랑의 기억들을 써 내려간다. 

삭막한 세상 속, 사랑이 할 수 있는 일이 여전히 남아있음을 시사하는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는 독자로 하여금 사랑의 위대함을 재고할 기회를 마련해 줄 것이다. 

‘세상의 마지막 기차역’
무라세 다케시

사진=모모 제공
사진=모모 제공

소설 ‘세상의 마지막 기차역’은 동영상 플랫폼 ‘틱톡’에 소개되며 입소문을 타 2022년 국내 출간 이후 판매 20만 부를 돌파했다. 급행열차 탈선 사고로 저마다 다른 사연을 지니게 된 유가족들이 사고 전날 열차에 올라타 사랑하는 이들을 만나게 된다는 설정이다.

약혼자를 잃은 여성, 짝사랑하던 소녀를 놓친 소년, 사고 피의자로 지목된 기관사의 아내... 주인공들은 갑작스레 마주한 이별로 삶의 의욕과 목적을 잃어버린다. 그러던 중 올라타게 된 유령열차에서 그들은 사고 전날의 피해자들을 만나게 되고, 그동안 하지 못했던 말들을 쏟아낸다. 개중에는 도저히 사랑하는 이와 이별할 수 없는 마음에 열차에서 내리지 않고 함께 죽어야겠다고 다짐하는 인물도 등장한다. 

그러나 유령열차에서 마주한 피해자들의 대답은 일관된다. 바로 ‘죽지 말고 살아내라’는 것. 상실의 아픔은 분명 이뤄 말할 수 없을 만큼의 고통을 안겨주지만, 그럼에도 삶은 이보다 더 커다란 기쁨과 행복을 가져다주어 죽은 이들의 몫까지 살아내야 할 이유를 선사하기 때문이다. 인생의 희로애락 가운데 잠시 깊은 슬픔의 수렁에 빠진 것뿐이라며, 망자들은 부드러운 미소로 유가족들을 다독인다. 사랑하는 이들의 간곡한 청에 결국 주인공들은 직접 이별을 택하고 유령열차에서 하차한다.

이들이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던 것은, 사고 피의자의 아내로서 죽음을 각오했던 기타무라에게 유족이 써주었던 편지에도 적혀있듯 ‘굴러떨어지던 돌도 때가 되면 멈추듯이 이 세상은 언제나 우리에게 빛나는 미래를 선사하기 때문’일 것이다. 해뜨기 전 새벽이 가장 어두운 것처럼, 등장인물들은 모두 커다란 절망 후에 찾아온 찬란한 희망을 놓치지 않고 이내 살아낼 것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러니 삶보다는 죽음의 의미를 더 자주 곱씹어보는 이들이라면, ‘세상의 마지막 기차역’을 집어보자. 주인공들의 서글프고도 용기 있는 사랑은 독자의 마음을 감화시켜 눈이 부시도록 근사한 인생을 조우하게 해줄테니.

‘어느 날, 내 죽음에 네가 들어왔다’
세이카 료겐

사진=모모 제공
사진=모모 제공

“당신의 수명을 내게 넘겨주시겠어요?”

3년 후의 수명을 전부 넘겨주며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은시계를 받게 된 19살 주인공 아이바. 24시간 전으로 돌아갈 수 있고, 사용 후 36시간 내에는 재사용이 불가능한 은시계를 통해 마음껏 벌게 된 돈으로 하루하루를 흘려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접한 한 소녀의 자살 소식에 아이바는 알 수 없는 이끌림을 느끼게 되고, 결국 소녀의 죽음을 필사적으로 막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아이바가 시간을 되돌려 소녀를 구해내려 하는 동안 그의 죽음에도 서서히 그림자가 드리우는데...

누구나 한 번쯤 상상했을 법한, 목숨을 담보로 한 시간여행을 다룬 ‘어느 날, 내 죽음에 네가 들어왔다’는 사신과의 섬뜩한 거래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살아갈 이유를 찾지 못해 사신에게 수명을 넘겨버린 아이바와 그런 그의 눈에 들어온, 자신을 쏙 빼닮은 듯한 소녀 이치노세. 두 주인공은 서로를 죽음으로부터 멀어지게 하려 발버둥 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러한 노력은 상대방이 아닌 자기 스스로를 살려내는 결과를 낳는다.

이는 서로를 반드시 구해내겠다는 삶의 목적이 설정됨에 따라 죽어야 할 이유는 사라지고, 반대로 살아야 할 이유는 뚜렷해졌기 때문이다. 이미 ‘죽고 싶다’는 생각은 각자의 머릿속에서 사라진 지 오래인 아이바와 아치노세. 과연 두 주인공은 죽음을 향해 달리고 있는 운명의 시계를 멈춘 채 사랑이란 이름으로 서로를 구원해낼 수 있을까?

단조롭고 무미건조한 일상에 익숙해져있다면, 마지막까지 눈을 뗄 수 없는 전개와 애틋하고도 환상적인 판타지 로맨스를 선사하는 ‘어느 날, 내 죽음에 네가 들어왔다’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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