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항아리 평원 / 사진=윤창원 칼럼니스트 제공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항아리 평원 / 사진=윤창원 칼럼니스트 제공

[문화뉴스 칼럼니스트 윤창원] 라오스의 씨앙쿠앙 주는 북쪽으로 후아판(Houaphan) 주, 서쪽으로 루앙프라방(Luang Prabang) 주, 남서쪽으로 비엔티안(Vientiane) 주, 남동쪽으로 볼리캄사이(Bolikhamsai) 주와 경계를 이루고, 동쪽으로는 베트남 응에안(Nghệ An) 주와 국경을 접한다.

씨앙쿠앙 주의 행정구역은 8개 군(district)으로 나뉜다. 이 군은 펙(Paek), 팍사이(Phaxay), 푸쿳(Phoukoot), 캄(Kham), 농엣(Nong Hét), 쿤(Khoun), 타톰(Thathom), 녹마이(Mokmai)군으로 구성되어 있다. 씨앙쿠앙 주의 주도인 폰사완은 8개 군(district) 중 하나인 펙(Paek) 지구에 속하며 비엔티안으로부터 북동쪽으로 약 174.37km 지점에 있다. 

라오스는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1995년 등재된 '루앙프라방 역사도시', 2001년에 등재된 '왓푸 사원과 참파삭 문화경관', 2019년 등재된 '항아리 평원 – 씨앙쿠앙의 석조 항아리 유적'이 있는데 이중 항아리 평원이 씨앙쿠앙에 있다.

항아리 평원은 거대한 돌 항아리(라오스어로 '하이힌'이라고 한다.)가 발견된 모든 지역을 일컫는 말이다. 평균 해발 1100m 고원의 평지에 흩어져 있는데, 총면적은 450km²이고  동서로 20km, 남북으로 30km에 걸쳐 있다. 현재까지 60개 지역에서 4,000여개의 돌 항아리가 발견됐다. 씨앙쿠앙에서 발견된 돌 항아리들은 사암을 깎아서 만들었으며, 평균 크기가 1.5m로 가장 큰 것은 2m가 넘는다.

돌항아리의 정체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있지만 지금은 2,500~3,000년 전인 선사시대에 만들어진 것들로 장례의식과 연관된 것이 아닐까 추정하고 있다. 돌항아리는 일종의 무덤으로 시신을 매장하고 보존하기 위해 그 위에 돌 항아리를 올려둔 것이다. 돌항아리 아래에서 유골 등이 발견되면서 무덤임이 증명되기도 했다. 돌을 깎는 데 썼던 철제 도구들과 청동 장신구들이 함께 발견됐다고 한다. 신분이 높을수록 크고, 모양이 정교하다. 무덤이라서 그런지 돌항아리들은 다른 곳보다 높은 언덕에 위치해 있다. 엄청난 무게의 돌항아리를 운반해 온 것으로 보아 당시로서는 상당히 앞선 문명으로 보인다. 누구의 무덤이며 어떻게 운반했는지는 여전히 미스테리다. 고대 문명은 우리가 아는 것보다 훨씬 더 경이롭다. 유적의 이름은 건설연도도 명확하지 않고, 누구의 것인지도 모르기 때문에 발견된 순서대로 번호를 붙였다. 폰사완 시내에서 1번유적은 10km, 2번 유적은 24km, 3번 유적은 30km 떨어져 있다.

씨잉쿠앙주의 산과 들에서 발견되는 다양한 불발탄 / 사진=윤창원 칼럼니스트 제공
씨잉쿠앙주의 산과 들에서 발견되는 다양한 불발탄 / 사진=윤창원 칼럼니스트 제공

씨앙쿠앙은 항아리 평원과 대비되는 아픈 역사가 있는데, 세계에서 가장 많은 폭탄이 투하된 지역 중 하나라는 것이다. 베트남 전쟁 기간동안 베트남과 라오스의 공산화를 꺼린 미국은 비밀리에 공습작전을 진행했다. 융단 폭격이 이어지던 공습은 1964년부터 1973년까지 하루도 쉬지 않고 이루어졌다. 현재도 불발 폭탄 UXO과 폭탄으로 인해 움푹 파인 웅덩이가 산재해 있어 전쟁의 상처를 쉽게 목격할 수 있다.

라오스에 1965년부터 75년까지 미군은 58만번, 300만톤 이상의 폭격을 퍼부었는데 이는 9년 동안 매 8분마다 쉼 없이 폭격을 퍼부은 것이다 . 당시 라오스 국민이 300만명 이었으니 1인당 1톤의 폭탄세례를 받은 것이나 다름 없다.

이는 1964년부터 1973년까지 이어진 베트남전의 여파 때문이다. 전쟁 당시 투하된 폭발물 2억 7,000만 개 중 약 30%인 8,000만 개가 불발탄으로 이중 100만개 정도만 겨우 제거 됐다, 불발탄은 라오스 국토 전역에 퍼져있다. 지금까지 5만여 명 이상이 불발탄 피해를 보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불발탄 피해자의 40%는 어린이들이다. / 사진=윤창원 칼럼니스트 제공
불발탄 피해자의 40%는 어린이들이다. / 사진=윤창원 칼럼니스트 제공

불발탄 피해자중 40%는 어린아이들이라고 하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2015년 라오스 불발탄 연간보고서에 따르면 2010~2015년 사이에 제거된 불발탄 수는 총 267,347개로 약 50헥타르에 달하는 불발탄 오염지역을 제거하였으며, 불발탄 사고는 2008년 186건에서 2015년 27건으로 사건발생 건수가 매우 낮아지고 있다. 하지만 산간지역 등 접근이 어려운 지역에는 불발탄이 여전히 남아 있으며, 불발탄 현황조사가 일부 지역에 한해 이루어져 남아있는 위험에 대한 정확한 자료가 미비한 상황이다.

라오스 정부는 주요 원조국들의 요구에 따라 2004년 불발탄 제거와 장기 개발 목적과의 연계성 강화를 위하여 불발탄분야 개발 전략인 "Safe Path Forward I(2003~2013)"을 결의하였으며, 이에 기초하여 2004년 3월 총리령에 의해 불발탄제거청(NRA, National Regulatory Authority)를 설립했다. 현재 불발탄제거청은 노동사회복지부 소속 정부기관으로 불발탄, 지뢰 조사 및 제거 계획 및 활동 점검, 불발탄 지원 활동 승인, 관리 및 운영, 불발탄 관련 데이터베이스 구축, 불발탄 제거지원 단체간 활동 조정 등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일본정부의 지원으로 제작된 불발탄 경각심을 고취하는 포스터가 씨앙쿠앙주 불발탄 제거청 사무실에 걸려 있다. / 사진=윤창원 칼럼니스트 제공
일본정부의 지원으로 제작된 불발탄 경각심을 고취하는 포스터가 씨앙쿠앙주 불발탄 제거청 사무실에 걸려 있다. / 사진=윤창원 칼럼니스트 제공

씨앙쿠앙은 주 전체가 불발탄 피해가 심각한 지역으로 일본, 미국, 뉴질랜드 등의 지원으로 조사 및 제거 활동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지만 피해자들에 대한 지원은 현지 NGO, 국제NGO를 통한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다. 불발탄 피해자 지원관련 불발탄제거청 피해자지원국은 피해자 조사, 데이터 수집 및 분석의 업무만 담당하고 있으며, 실질적인 지원은 COPE, QLA와 같은 NGO를 통해 진행되고 있다.

북베트남 이동로를 따라 라오스에 뿌려진 이 폭탄에 대해 미국은 공식적으로 폭격을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불발탄제거 작업에 가장 많은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한국과 라오스는 폭발물이 많이 매설된 나라라는 아픈 공통점이 있다. 
전쟁은 끝났지만 여전히 이어지는  비극의 역사는 끝이 없다.

사진= 윤창원 칼럼니스트 제공
사진= 윤창원 칼럼니스트 제공

 

글=윤창원

윤창원은 2004년 인도 쓰나미 국제구호활동을 시작으로 미얀마, 아이티, 파키스탄, 인도네시아, 일본의 자연재해 구호활동에 참여하였으며 미국, 중국, 캄보디아, 몽골, 베트남, 라오스, 네팔, 독일, 코스타리카 등의 평화 현장을 찾았다.

서울디지털대 교수로 있으며 역사의 흔적과 여행을 통해 우리가 눈에 보이지 않는 관계의 사슬임을 알고 깨닫고 전하려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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