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기도] – 이해인 시인 

너도나도/ 집을 향한 그리움으로/ 둥근 달이 되는 한가위 우리가 서로를/ 바라보는 눈길이/ 달빛처럼 순하고 부드럽기를/ 우리의 삶이/ 욕심의 어둠을 걷어 내 좀 더 환해지기를/ 모난 마음과 편견을 버리고/ 좀 더 둥글어지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하려니/ 하늘보다 내 마음에/ 고운 달이 먼저 뜹니다 한가위 달을 마음에 걸어두고/ 당신도 내내 행복하세요, 둥글게

이수동 시인, 화가  '달빛사랑', 2003년 작품 / 이수동 화백은 2000년 방영된 드라마 ‘가을동화’에서 미술강사인 남자 주인공 ‘송승헌‘이 그린 그림의 실제 인물이기도 하다.
이수동 시인, 화가  '달빛사랑', 2003년 작품 / 이수동 화백은 2000년 방영된 드라마 ‘가을동화’에서 미술강사인 남자 주인공 ‘송승헌‘이 그린 그림의 실제 인물이기도 하다.

불을 끄고 달을 켭니다. 

중추(中秋)의 밤, 하늘 천장에 떠 있는 만월(滿月)의 환한 빛이  방안에 가득 드리웁니다. 

추석(秋夕)은 음력 8월 15일로 <설>, <단오>, <정월대보름>과 함께 우리나라의 4대 명절에 속합니다. 추석은 다른 말로 한가위, 중추절(仲秋節)이라고도 합니다. 

한가위의 '한'은 '크다'는 뜻이고 '가위'는 '가운데'라는 뜻을 가진 우리의 옛말입니다. 따라서 한가위란 8월의 한가운데에 있는 큰 날이라는 의미입니다. 또한 중화문화권(中華文化圈)의 명절인 중추절(仲秋節)도 가을의 중간인 음력 8월 15일에 있다고 하여 그 이름이 붙여진 것입니다.

추석은 고대로부터 있어왔던 '달에 대한 신앙'에서 유래된 것이라는 설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옛부터  가을이 풍요로운 것은 월신(月神)이 복을 내렸기 때문이라고 여겼기에 가장 밝고, 크고, 둥근  8월의 보름달을 향해  감사의 제사를 지내게 되었고, 또한 자고로 어두운 밤은 두려움과 공포의 대상이었기에 밝게 빛나는 만월(滿月)은 마음의 평안을 준다고 믿었습니다. 이 때문에 달빛 아래서 축제를 벌이게 되었고 일 년 중 가장 큰 만월을 이루는 8월 15일인 추석을 큰 명절로 여겼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달 없는 추석은  그 의미를 상실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추석의 밝은 달은  풍요롭고, 평화로운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그 저변에는  슬픔과 아픔과 그리움의 페이소스(Pathos)가  짙게 깔려 있습니다. 

이곳을 비추는 달빛은 ‘낭만’이지만 열리지 않는 북녁을 비추는 달빛은 슬픔입니다.  아픔입니다. 그래서인지 오늘따라  유난히도  고향이 그립습니다.

고향이 있는 사람은 행복합니다.  그러나  고향이 있어도 가지 못하는 사람은 불행합니다. 

"고향의 나지막한 동산이라도 나를 반기면 정말이지  그곳에 묻히고 싶다"고  지난 어느 추석날 북녁 하늘을 바라보며 눈물지으시던  아버지가 생각납니다. 그래서인지 오늘은  비록 눈뜨기 전 고향이지만  괜스레 마음속 깊은 곳에 그리움이 파고듭니다.

예로부터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이 있습니다. 올 추석에는 우리 모두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이것이  민족의 명절인 추석에  두 손 모아 올리는  시인의 간절한 '달빛기도'가 아닐런지요.....

조범제 화백 '보름달과 금강산', 2013년 작품 / '금강산 연작화가'조범제 화백이 조선후기에 성행했던 화풍인 진경산수(眞景山水)체로 그린작품. '진경산수체'는 대표적으로 '정선' 과 '김홍도'의 작품이 유명하다.
조범제 화백 '보름달과 금강산', 2013년 작품 / '금강산 연작화가'조범제 화백이 조선후기에 성행했던 화풍인 진경산수(眞景山水)체로 그린작품. '진경산수체'는 대표적으로 '정선' 과 '김홍도'의 작품이 유명하다.

오늘은우리의 국민가곡  [그리운 금강산]을 함께 듣고 싶습니다. 

이 곡은 한국전쟁 발발(勃發) 11주년을 맞았던 1961년, KBS가 남북통일의 염원을 담아  작곡가 ‘최영섭’에게 의뢰하여 태어난 곡입니다. 

이에 부응하여 최영섭은 칸타타 ‘아름다운 내 강산’을 작곡하게 되었고 모두 11곡 중 시인 ‘한상억’에게 가사를 부탁하여 만든 노래가 바로 [그리운 금강산]입니다. 

이 곡은 남북간의 적십자 회담이 진행되면서 화해 분위기를 타고 1985년 남북 이산가족 고향 방문이 이루어졌을 때 소프라노 ‘이규도’가 평양에서 불러 뜨거운 박수갈채를 받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유감스러운 것은 가사의 내용 중 "더럽힌지 몇몇 해", "우리 다 맺힌 원한", "짓밟힌 자리"등이 북한에 대한 적대 감정을 드러냈다 하여 금지곡으로 지정된 사실입니다. 

작곡자 최영섭은 남북 화해를 위해 작사자 한상억과 의논하여 이렇게 수정했습니다. 

"더럽힌지 몇몇 해" → "못가본지 몇몇 해" 
"우리 다 맺힌 원한" → "우리 다 맺힌 슬픔"  
"짓밟힌 자리" → "예대로 인가"

이렇듯 예술가곡의 가사를 수정해서 남북 화해가 이루어질 수 있다면 좋으련만....., 그러나 그렇지 못한 것이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이 곡은 현재 국내 50여 유명 성악가의 음반에 실려 출반 되었고 해외에서도 세계 정상의 성악가인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  '루치아노 파바로티', 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규', '홍혜경', ‘조수미’ 그리고 '미샤 마이스키'의 첼로 독주곡 등의 음반이 나와 있습니다.

특히 지난 2009년 스페인 출신의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 내한 공연이 잠실 체조경기장에서 열렸을 때 소프라노 홍혜경과 함께 앵콜곡으로 이 곡을 비교적 정확한 딕션(Diction)으로 부르자 관객들은 공연장이 터져나갈 정도로 환호했습니다. 물론 수정되지 않은 본래의 가사로..... 아무튼 도밍고가 부른 전체 레파토리 중 이 앵콜곡이 연주회의 하이라이트를 이루었습니다.
 
'고향이 있어도 못가는 사람들이 부르는 노래'   [그리운 금강산]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Plácido Domingo)  내한공연 실황으로 들어보시죠.


플라시도 도밍고, 홍혜경 - 그리운 금강산

[그리운 금강산] 

이제 금강산은  그저, 일만 이천 봉 아름다운 명산(名山)이 아닙니다.  실향민들에게 있어서 금강산은  돌아가 안기고 싶은 고향의 상징 이자 그리운부모, 형제, 자매가 만나 영원히 함께해야 할 민족통일의 대명사 입니다.

2023년 추석을 맞으며  우리 모두의 행복한 미래를 위한  '달빛기도'에  함께 마음을 모아보지 않으시겠습니까? 
 

강인

 

 

예술비평가
사단법인 카프코리아 대표 
국민의힘 국가정책 자문위원(문화)

 

문화뉴스 / 강인 colin153@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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