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CHF: NOTHING IS SACRED'
선명한 아이덴티티와 지향성... Z, 알파 세대가 열광하는 아티스트 그룹
"절대 건드리면 안 되는 영역을 건드리는 것"

사진=대림미술관 제공 / 미스치프X대림미술관, 일상을 예술로 가져오기 위한 위대한 만남

[문화뉴스 김예품 기자] 대림미술관이 미국 브루클린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아티스트 그룹 MSCHF(미스치프)와 손을 잡았다. 대림미술관은 지난 2022년 3월 젊은 연인들의 뜨거운 관심을 이끈 전시 '어쨌든, 사랑'의 성공을 거둔 뒤 다시 한번 젊은 시각을 겨냥했다. 동시에 미스치프는 그룹 결성 이후 첫 해외 전시이자 미술관 전시를 한국에서 선보여 더욱 큰 의미가 있다.

미스치프는 2019년 가브리엘 웨일리(CEO, Gabriel Whaley), 케빈 위즈너(CEO, Kevin Wiesner), 루카스 벤텔(CCO, Lukas Bentel), 스테픈 테트롤트(Stephen Tetreault)가 함께 설립한 아티스트 그룹이다. 미스치프는 스스로의 형태나 의미를 정의하지 않고, 다양한 범주의 한정판 작품을 홈페이지에 2주마다 ‘드롭(Drop)’하는 방식이다. 

미스치프는 '장난 짓(mischief)'이라는 모토 아래 도발적이고 재치있는 작품으로 매번 화제와 논란을 일으키며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이번 대림미술관의 전시 'MSCHF: NOTHING IS SACRED'는 미스치프 그룹이 지금까지 전개해 온 예술 활동 중 대중들의 환호, 혹은 사회의 비난을 받은 작품 중 약 100점을 엄선해 모았다. 게임, 오브제, 회화, 퍼포먼스 등 다양한 형태로 전시되는 예술품들은 얼핏 보면 어린아이의 기발한 상상, 혹은 짖궃은 장난처럼도 보이지만 그 이면에서는 사회적 현상을 풍자하고 비판하며 아프게 꼬집는다. 

사진=대림미술관 제공 / 미스치프X대림미술관, 일상을 예술로 가져오기 위한 위대한 만남
사진=대림미술관 제공 / 미스치프X대림미술관, 일상을 예술로 가져오기 위한 위대한 만남

이번 전시로 미스치프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모든 것들이 빠른 속도로 과잉 생산·변화하는 현대 사회를 안일하게 보지 않고 비판적인 관점과 시각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예술 신념으로 인해 법적 분쟁에 건건이 휘말리기 일쑤지만 루카스 벤델는 "절대 건드리면 안 되는 영역을 건드리는 것 자체가 의미 있다"며 "힘 있는 사람과 기업을 자꾸 건드리고 세상을 작동시키는 시스템을 건드려야 필요한 변화를 모색할 수 있다"고 전했다. 또한 가브리엘 웨일리는 이번 전시에서 "비판적으로, 하지만 염세적이지는 않은 남다른 관점으로 세상을 보는 경험을 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대림미술관은 이처럼 현대미술계의 독보적인 존재감을 드러내는 미스치프를 알아보고 섭외해 올해 초부터 이번 전시를 꾸준히 준비해 왔다. 1997년 개관한 대림미술관은 한국 최초의 사진 전문 미술관으로 출발하여 현재는 디자인, 순수예술을 등 전시 영역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특히 ‘일상이 예술이 되는 미술관’이라는 대림미술관의 비전은 미스치프 그룹이 추구하는 가치와 매우 맞닿아 있다. 일상의 시각을 새롭게 조명하고 비판하는 미스치프의 예술행렬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사물의 가치를 새롭게 조명함으로써 대중들이 일상에서 예술을 즐길 수 있는 전시 콘텐츠를 만들려는 대림미술관과 닮아 보인다. 

 

오만 원권 돈뭉치를 삼만 원에?

과잉된 소비 경쟁 심리와 충동구매의 결과

사진=문화뉴스DB / 미스치프X대림미술관, 일상을 예술로 가져오기 위한 위대한 만남
사진=문화뉴스DB / 미스치프X대림미술관, 일상을 예술로 가져오기 위한 위대한 만남

미스치프는 눈이 의심될 정도로 극도로 낮은 해상도의 돈뭉치 사진을 상품으로 게시해 판매했고, 몇분 지나지 않아 전부 매진 되었다. 구매 사이트엔 '당신이 구매한 것을 받는 것이니 화내지 말 것'이라는 일종의 경고 문구가 적혀있었다. 무슨 상품인지도 정확히 모르고 구매한 대중이 받는 것은 사진과 똑같이 생긴 '돈뭉치 피규어'였다. 지금까지 다섯개의 통화 돈다발을 출시했는데, 그중 신사임당이 그려진 한국의 오만 원권도 눈에 띄었다. 이 프로젝트는 대중들의 과잉된 소비 심리와 충동구매가 어디까지 도달할 것인지 그 극단적인 면을 실험하기 위해 진행되었다. 

 

예술은 모두가 가질 수 있는 것,

데미안 허스트의 스팟 페인팅을 조각낸 미스치프

사진=문화뉴스DB / 미스치프X대림미술관, 일상을 예술로 가져오기 위한 위대한 만남
사진=문화뉴스DB / 미스치프X대림미술관, 일상을 예술로 가져오기 위한 위대한 만남

이들의 짖꿏은 '장난 짓'은 예술가들도 피해갈 수 없었다. 미스치프는 마를린 먼로 초상화와 켐밸 수프 캔 작품으로 대중에게 잘 알려진 팝 아트 선구자 '앤디 워홀'의 '요정' 진품을 구매했다. 그리고선 '앤디 워홀의 '요정'의 진품'이라는 제목으로 구매한 진품을 999번 복사해 진품이 무엇인지 알 수 없도록 한 상태에서 1,000점을 판매했다. 

앤디 워홀에 이은 다음 주자는 스팟 페인팅 시리즈로 유명한 '데미안 허스트'였다. 작품 'L-Isoleucine T-Butyl Ester(2018)'를  구매해 작품에 그려진 88개의 점을 모두 정사각형으로 오려내어 다시 1개의 작품을 88개의 작품으로 재탄생시켰다. 그 결과 88개의 점 작품과 점을 모두 오려낸 구멍 난 본래 작품까지 89명에게 되팔아 약 7배 이상의 수익을 올렸다. 

어쩌면 앤디 워홀과 데미안 허스트, 그리고 예술 작품 수집가들의 뒷통수를 과격한 프로젝트였으나 미스치프가 의도 역시 대중들에게 인상 깊게 전달되었다. 마땅한 구매력을 가진 사람들만 저명한 예술가들의 작품을 독점으로 소유하는 것 보다 모두가 함께 예술을 소유할 방법도 있었다. 더불어 독점하는 것보다 함께 소유하는 것이 예술가들에게도 더 큰 경제적 이익을 볼 수 있다는 의미도 전달되었다. 

 

신성과 일상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방법,

예수 신발과 사탄 신발 

사진=문화뉴스DB
사진=문화뉴스DB / 미스치프X대림미술관, 일상을 예술로 가져오기 위한 위대한 만남

단연코 이번 전시에서 가장 충격적이고 파격적인 작품은 인기 있는 나이키 신발을 커스텀한 예수 신발(JESUS SHOES)과 사탄 신발(SATAN SHOES)이다. 나이키 에어맥스 97의 바닥 에어솔 부분에 성수를 넣어 판매한 예수 신발은 2019년 구글에서 가장 많이 검색된 신발로 등극했다. 뒤이어 래퍼 릴 나스 엑스(Lil Nas X)와 협업해 만든 사탄 신발은 에어솔에 순수 사람의 피 한 방울을 넣어 만들었다. 미스치프가 이 작품으로 꼬집고자 했던 것은 상업계의 무분별한 콜라보레이션이었다. 콜라보레이션의 의미가 퇴색되고 너도나도 할 것 없이 브랜드를 섞는 콜라보레이션을 비판하는 작품이다. 나이키와 협의 없이 출시 해 법정 분쟁에 휘말려 화제의 중심이 되었고 비록 전량 회수 조치 되었으나 이 역시 마찬가지로 대중들에게 미스치프의 걷잡을 수 없는 듯한 창의적인 이미지를 되새기게 했다. 

이처럼 미스치프는 이제까지 당연시 해온 대중문화와 사회적 관습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작품을 선보인다. 또한, 미스치프의 행보에는 항상 물음표가 따라붙는다. 예술, 오브제, 기술 및 사회적 문제에 이르기까지, 미스치프는 장르를 가리지 않고 경계를 무너뜨리는 작업을 지속해서 선보이며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팬덤을 만들어 내고 있다.

한편, 전시 'MSCHF: NOTHING IS SACRED'는 11월 10일부터 2024년 3월 31일까지 대림미술관에서 만나볼 수 있다. 

문화뉴스 / 김예품 기자 press@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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