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특별시가 저출생 위기 극복과 육아 친화적인 근무 환경 개선을 위해 내놓은 ‘일·육아 동행 근무제’가 선한 영향력을 주고 있다. 내년 초 임신한 직원부터 임신부터 초등학교 1~2학년(8세) 자녀를 키우고 있는 직원까지를 대상으로 육아 공무원 누구나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도록 ‘서울형 일・육아 동행 근무제'를 선도적으로 추진한다. 무엇보다 애를 키우는 직원에게 지원을 집중하는 기존 저출산 대책의 틀을 깨고, 같은 부서 동료들까지 지원하겠다는 발상의 신선함이 빛난다.

지난 12월 28일 서울시에 따르면 육아 중인 서울시 공무원은 자녀의 연령대(모성보호기·유아기·초등 저학년)에 따라 시기별로 적합한 근무 유형을 선택할 수 있게 됐다. 그간 유연근무 등 기존의 육아지원 복무제도는 관리자와 동료에 대한 눈치 보기로 개인별 육아 상황에 맞춰 활용하기 어려웠다면, 새로운 서울형 육아 근무제에서는 서울시 육아 공무원이라면 누구나 관리시스템에 자동 가입돼 자녀의 연령대별 적합한 근무유형 이를테면 유연근무, 단축근무(모성보호시간, 육아시간, 교육지도시간 등 육아 지원시간 사용), 시간선택제 전환 등을 선택해서 근무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서울시는 육아 공무원이 육아 공무원이 자신의 임신 자녀의 유아기, 초등 저학년 등 육아 시기별로 적합한 근무유형을 개인 상황에 맞춰 선택할 수 있도록 ▷모성보호기(교통혼잡 회피형), ▷유아기(등・하원 지원형), ▷초등 저학년(교육지원형) 등의 3단계 근무유형을 설계했다. 우선 모성보호기(임신 기간)에는 출퇴근 때 겪는 육체적·정신적 피로를 줄이기 위해 모성보호시간(하루 2시간 단축근무)을 이용해 주 5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근무할 수 있고, 다음 유아기(자녀 0∼5세)에는 유연근무(시차 출퇴근제)와 육아시간(하루 2시간 단축근무)을 활용해 3시간 일찍 퇴근하거나 늦게 출근해 자녀의 등·하원을 함께 할 수 있으며, 마지막으로 초등 저학년(자녀 6∼8세)은 유아기보다 오히려 집에 돌아오는 시간이 빨라지는 점을 고려해 유연근무(근무시간 선택제)와 교육지도시간(하루 2시간 단축근무)을 통해 주 4일은 4시간 일찍 퇴근해 자녀의 교육과 생활지도를 하고 부족한 근무시간은 주 1일 근무시간을 늘려 보충한다.

또한 육아공무원이 경력단절과 경제적 손실을 최소화하면서도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도록 근무시간을 축소해서 일할 수 있는 ‘시간 선택제 전환’ 근무도 활성화 한다. 아울러, 좋은 취지의 제도가 마련되더라도 주변의 눈치로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없도록 육아자가 소속된 기관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해 육아 공무원이 눈치 보지 않고 유연하게 근무할 수 있는 환경 조성에도 힘쓴다. 한편 기존에는 육아시간 및 유급 육아휴직 가능 기간을 모두 소진한 후 자녀를 돌봐줄 사람이 없는 경우, 경력단절을 감수하고 무급 육아휴직을 할 수밖에 없는 직원들이 많았다. 이를 개선코자 직원들이 무급 육아휴직을 택하는 대신, 경력을 이어가면서 육아를 병행할 수 있도록 전일제 공무원이 15~35시간 범위로 근무시간을 축소할 수 있는 ‘시간 선택제 전환’ 제도 역시 활성화한다. 제도가 마련돼 있더라도 주변 눈치를 보느라 육아 직원이 유연근무나 단축근무(육아 지원 시간 사용) 등 육아 지원 근무제도를 사용하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육아직원은 누구나 육아지원 근무제도를 사용하는 것을 ‘기본값’으로 하고, 오히려 사용하지 않을 시는 별도 사유서를 제출해야 한다.

한편, 육아자가 눈치보지 않고 유연근무 및 단축근무(육아 지원 시간 사용)를 할 수 있도록 육아자의 소속 기관에 대한 지원책도 마련한다. 육아자 비율이 높은 실·국에 신규 실무 수습을 우선 발령하고, 정기 인사 시에도 과원배치를 선제적으로 고려하여 부서의 업무 부담을 경감할 수 있도록하고, 중요도·난이도가 높은 업무를 수행하는 직원에게 지급하는 중요직무급 지급인원 배분시, 육아시간 사용률이 높은 실국에 지급인원을 가산한다. 현재는 실‧본부‧국별 현원에 격무․기피 정도를 고려해 지급인원을 배분하는데, 여기에 기관별 ‘육아지원시간 사용률’을 추가한다. 중요직무급 대상으로 선정되면 6개월간 소정의 수당(6급이하 10만원)을 지급받게 된다. 서울시는 이 같은 ⌜서울형 일‧육아동행 근무⌟ 제도를 자치구와 민간으로 확산함으로써 육아를 하는 공무원과 직장인들이 유연근무 등 육아지원 근무제도를 자유롭게 사용하는 문화를 정착시킨다는 계획이다.

육아휴직자나 유연근무자가 많은 부서에 월 10만 원의 수당을 받는 중요 직무급을 우선 배정하고, 정기인사 때 인원도 가장 먼저 늘려준다는 것이 핵심 골자이다. 동료 직원이 임신, 육아 등으로 휴직하거나 근무시간을 줄여야 할 상황이 생기면 다른 직원들이 그 부담을 지기 마련인데 앞으로는 부담이 아니라 축복을 공유하도록 바꾸겠다는 발상의 전환이다. 서울시는 각종 육아지원제도를 효율적으로 결합한 이번 시도가 잘 정착되면 육아공무원이 임신부터 8세까지 경력단절과 경제적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어 저출생을 극복하는 모범사례가 될 수도 있다. 서울시의 이와 같은 노력이 민간으로 확산돼 육아문제를 더 이상 개인에게 맡기지 않고 사회가 함께 책임지는 육아친화적 문화가 정착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특히 이러한 발상의 전환은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여진 형국이다. 해외 사례를 뒤지거나 현금 지원만 만지작거려서는 결코 나오기 힘들다. 한국의 직장 문화를 들여다봐야 나올 수 있는 아이디어이지만 육아 공무원 자신만이 뒤집어쓴 육아 독박을 부서까지 함께 쓰고 공동 대응하겠다는 발상이다. 실제 일터에서 육아휴직이나 유연근무제를 신청하는 것은 그만큼 힘들다. 자신이 일을 줄이는 만큼 동료들이 떠맡으니 죄인처럼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사람이 적은 중소기업은 더욱 그렇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육아휴직을 한 엄마의 60.0%는 300인 이상 기업 소속이고, 육아휴직 아빠는 70.1%가 300인 이상 기업 직원이었다.

서울시의 이번 대책 중엔 여러 형태의 유연근무 방식을 정해놓고 직원에게 선택하도록 한 점도 돋보인다. 직원이 임신 중인지, 자녀가 유아기인지, 초등학생인지 등에 따라 자신에게 맞는 근무 방식을 고르는 것이다. 이러한 정책들이 실제 저출산 해결에 얼마만큼 기여를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에게는 이런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정부가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지난 2006년부터 2021년까지 16년 동안 무려 280조 원이나 쏟아부었는데도 범위를 확대하면 380조 원을 썼다지만 합계출산율은 해마다 최저치를 경신하며 급락하고 있어 2025년 합계출산율은 0.65명까지 떨어질 전망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꼴찌다. 인구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필요한 합계출산율은 2.1명이다. 그런데 지난해 합계출산율 0.78명은 이의 2.7분의 1에 그치고 있다. 당연히 OECD 회원국 평균 출산율인 1.58명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지경까지 추락했다. 더는 돈 풀기식 정책적 지원만으로는 ‘국가소멸’로 내달리는 이 망국적인 저출산 흐름을 되돌리기 어렵다. 출산 정책의 출발은 여성의 육아 독박 해소와 여성의 경력단절을 차단하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

사진=박근종
사진=박근종

(현, 서울특별시자치구공단이사장협의회 회장,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 전, 소방준감, 서울소방제1방면지휘본부장, 종로·송파·관악·성북소방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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