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고나리 기자)

"2016년 오디션에서 떨어졌지만, 언젠가 꼭 이 무대에 서고 싶다는 마음은 포기하지 않았어요."
대학로 컬쳐씨어터에서 만난 배우 전수희는 연극 '운빨로맨스'의 주인공 '점보늬'로 관객들과 만난 지 4개월여가 지났지만, 첫 무대에 선 것처럼 열정을 보이고 있다. 5월 28일 16차 시즌 합류 이후 현재까지 달려온 전수희에게서 '포기하지 않는 청춘'이라는 작품의 메시지가 느껴졌다.
네이버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운빨로맨스'는 평점 9.8점을 기록하며 대학로 대표 로맨틱 코미디로 자리매김했다. 작품의 핵심은 '운명 vs 의지'의 대립. 모든 불운이 자신에게서 시작된다고 믿는 운명론자 '점보늬'와 운이 아닌 능력을 믿는 의지론자 '제택후'의 로맨스다.
"저는 의지론자예요. 세상에 안 될 건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전수희는 자신의 캐릭터와 정반대라고 웃으며 말했다. 크리스찬인 그는 점이나 운세를 전혀 믿지 않는다. "작품에서 부적을 들고 다닐 때 교회 분들이 저를 어떻게 생각하실까 민망했어요. 다행히 '연기'라고 이해해 주셨지만요."
중학교 때부터 생긴 특이한 징크스는 있다. "잘할 것 같다고 생각하면 꼭 실수하더라고요. 그래서 요즘은 '실수할 것 같은데'라고 하면 오히려 잘 돼요." 이런 경험들이 '점보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한다.
전수희와 '운빨로맨스'의 인연은 9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6년 초연 오디션을 봤었어요. 떨어졌지만 언젠가 꼭 해보고 싶다는 마음은 가지고 있었죠."

작품 속 프레젠테이션 장면에서 '점보늬'는 '포기하지 않는 청춘'을 주제로 발표한다. 과거 싸이클 국가대표였던 '제택후'와 '점성철' 코치('점보늬'의 아버지)의 이야기를 통해 'Never Give Up' 정신을 전달하는 장면이다.
"처음에는 슬픈 감정이 들다가, 과거 이야기임에도 힘을 주는 느낌이에요. 그 뒤에 이어지는 대사를 할 때마다 벅차요." 전수희는 이 장면을 공연할 때마다 특별한 감정을 느낀다고 했다.
전수희의 인생은 작품 속 'Never Give Up' 정신의 증명이다. 2011년 MBN 공채 개그맨 1기로 데뷔 후, 2015년 SBS 15기, 2018년 KBS 32기 공채 개그맨에 합격하며 '개그공화국', '웃찾사', '개그콘서트' 등 방송사 개그 프로그램에 다수 출연했다.
"제 삶이 늘 그런 순간의 연속인 것 같아요. 하고 싶은 건 포기하지 않고 하는 편이거든요"라는 전수희는 배우로도 활동 영역을 확장했다. 연극 '가족의 탄생', '춘천거기' 등을 통해 연기력을 선보인 바 있다.
4개월째 '운빨로맨스'를 공연 중이지만 전수희는 발전하고 있다. "6개월 끝에 거의 다다른다고 해서 하던 대로 해야지가 아니에요. 더 나은 '보늬'가 되고 싶어서 감정을 더 담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같은 소속사(펀한엔터테인먼트)이자 같은 배역으로 캐스팅된 브라운아이드걸스 나르샤의 공연도 모니터링했다. "'택후' 역 배우들이 나르샤 언니 칭찬을 많이 하시더라고요. 무대 뒤에서 소리를 들으면서 '에너지가 다르구나'라고 느꼈어요."
'운빨로맨스'에서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는 '점보늬'가 호랑이띠 남자 '제택후'를 쫓아가는 추격신이다. "하룻밤만 자자"고 적극적으로 대시하며 말을 타고 쫓아가는 이 장면은 관객들의 폭소를 자아낸다.
"너무 힘들어요. 진짜 말 타고 나가고 싶을 정도로요." 전수희는 솔직하게 토로했다. "근데 연출님이 '내가 진짜 힘들어할 때가 좋아하는 사람 쫓아갈 때'라고 하셔서 위로가 됐어요. 그 마음을 생각하면서 연기해요."
반대로 가장 긴장되는 장면은 감정이 들어가는 슬픈 신이다. "슬픈 마음을 가지고 있지만 눈물을 바깥으로 표현하는 게 익숙하지 않아서요. 그 부분은 많이 긴장돼요."
'전수희표 점보늬'만의 매력에 대해 전수희는 "간절함과 그 안에서 톡톡 튀는 러블리함이 느껴졌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아직 '운빨로맨스'를 보지 못한 관객들을 향해서는 "연습 들어가기 전부터 모니터링했는데도 질리지가 않아요. 이런 공연 처음인 것 같아요. 한 번 꼭 와주셨으면 좋겠어요"라고 이야기했다.
대학로 컬쳐씨어터는 소극장이다. 관객과의 거리가 가깝다. "그게 소극장 연극의 가장 큰 매력이에요. 관객분들이 배우의 감정, 실수, 호흡, 흘리는 땀까지도 실감 나게 볼 수 있잖아요."

한편, 전수희는 추석 명절을 맞은 관객들에게 현실적인 조언을 건넸다. "저도 그런 거 겪더라고요. '결혼은 언제 하니?' 이런 말들이 스트레스잖아요. 이제는 그런 말 듣고만 있지 말고 좀 당당하게 표현하셔도 될 것 같아요."
이어 전수희는 "맛있는 거 드시고 다이어트는 나중에 하시고요. 가족들하고 안 좋았던 감정 좀 풀고, 좋은 시간 가지셨으면 좋겠어요. 거기에 '운빨로맨스'도 함께 보러 오시면 더 좋고요"라고 덧붙였다. 연극 '운빨로맨스'는 서울 대학로 컬쳐씨어터에서 공연 중이다.
문화뉴스 / 고나리 기자 press@mhn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