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기업이 깔고, 市가 타고, 시민은 본다.
(문화뉴스 이동구 기자) 광양시 구봉산. 몇 년 전만 해도 그냥 이름 좋은 뒷산이었다.
그런데 요즘은 광양시청의 ‘홍보 효자’다. 시내 곳곳에 현수막이 걸렸다.
‘광양 최초 관광단지 지정! 정인화 시장의 성과!’
말만 들으면 시가 땅 사고, 시가 개발하고, 시가 만든 줄 알겠다.

하지만 사실은 다르다.
시민들은 이미 안다. 이 사업의 시작은 정인화 시장이 아니라 LF였다.
2019년 당시 LF(옛 LG패션)가 시와 협약을 맺고 “구봉산 관광단지를 만들겠다”고 제안했다.
시의 역할은 행정지원, 즉 길 닦고 인허가 도와주는 수준이었다.
돈은 민간이, 위험도 민간이 짊어지는 구조.
민자사업의 전형이다.
토지 매입이 쉽지 않았다.
보상가를 두고 지루한 줄다리기.
기획부동산이 낀 땅도 있었다.
매입률은 80%를 넘기기까지 몇 년이 걸렸다.
그동안 사업은 멈췄고, 시도 답답했다.
그런데 지금 와서 ‘우리 시가 해냈다’라니?
그걸 듣는 시민은 어색하다.
“그럼 지난 6년 동안 뭐 했는데요?”
정인화 시장은 최근 들어 ‘광양 최초 관광단지 지정’이라는 문구로 홍보를 강화하고 있다.
시내 현수막, 보도자료, 시장 일정까지 전부 ‘성과’ 프레임으로 묶었다.
마치 본인이 직접 개발한 듯한 연출이다.
정인화 시장은 직접 페이스북등 SNS에 마치 본인의 치적인양 도배를 한다
이쯤 되면 의문이 든다.
‘홍보가 행정보다 빠른 이유는 뭘까.’

공직자가 홍보하는 건 나쁘지 않다.
하지만 남의 공을 자기 공처럼 포장하는 건 문제다.
LF가 투자하고, 시가 행정지원을 약속한 건 2019년이다.
정 시장 취임은 2022년.
시간상으로도 ‘성과의 시작’은 이미 이전에 있었다.
그걸 아는 시민은 이렇게 말한다.
“치적 홍보가 아니라 차라리 사업진행 브리핑을 하라.”
홍보는 말보다 디테일이다.
지금 시민이 궁금한 건 ‘누가’가 아니라 ‘어디까지 됐나’다.
남은 미매입 부지, 보상 일정, 착공 시점, 지역 일자리 계획.
이게 시의 몫이다.
그런데 그런 건 보도자료 어디에도 없다.
대신 “광양시가 해냈다”는 문구만 반복된다.
기자가 현장을 돌며 들은 말은 이렇다.
“시장이 선거 앞두고 얼굴 알리기에 열 올리는 것 같다.”
“LF가 깔아놓은 사업인데 왜 시가 주인인 척 하나.”
이건 여론이다.
행정이 이 여론을 무시한다면, 홍보의 목적은 이미 실패한 거다.
민간이 깔고 시가 타는 구조는 나쁘지 않다.
문제는 ‘누가 깔았는지’를 숨기는 태도다.
공을 나눌 줄 아는 행정이 진짜 공적이다.
시민은 바보가 아니다.
“시장이 무슨 사업을 했는지, 누가 시작했는지 다 안다.”
그게 요즘 시민의 레벨이다.
이제 필요한 건 자화자찬이 아니라 투명한 보고다.
‘LF와 언제 협약했고, 지금 어떤 단계며, 착공은 언제쯤 가능한가.’
이걸 정리해 브리핑하면 된다.
그게 행정의 기본이고, 언론이 원하는 것도 그거다.
홍보는 결과로 말하는 거지, 현수막으로 만드는 게 아니다.
구봉산 개발은 광양시의 공이 아니다.
그렇다고 정인화 시장이 아무 역할이 없다는 뜻도 아니다.
문제는 ‘공을 독점하려는 태도’다.
홍보가 과하면 신뢰는 줄고,
진짜 성과가 나올 때 시민은 이미 등을 돌린다.
“진짜 공은 조용하다.”
그걸 모르면, 행정은 언제나 홍보에 발목 잡힌다.
문화뉴스 / 이동구 기자 pcs81914@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