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년 반복된 '기대와 실망'... 하지만 이번엔 실질적 협력 신호 감지돼
- 노경호 코코미디어 대표 "숏드라마 IP·배우가 최대 수혜 전망"

(문화뉴스 고나리 기자)

사진 = 한한령 해제 가능성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 AI로 제작한 관련 이미지 
사진 = 한한령 해제 가능성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 AI로 제작한 관련 이미지 

2016년 사드 배치 이후 8년간 한국 콘텐츠 업계를 옥죄던 한한령(限韓令) 해제 가능성이 APEC 정상회담을 계기로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그동안 업계는 한한령 해제에 대한 기대와 실망을 수차례 반복하며 "설레발은 이제 그만"이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를 내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과거 여러 차례 기대와 실망을 반복했던 것과 달리, 정부와 플랫폼 차원의 실질적 협력 신호가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에서 오랫동안 콘텐츠 유통을 해온 코코미디어 노경호 대표는 "업계 전반적으로 '조심스러운 낙관론'이 우세하다"라며, "과거와 달리 이번에는 단순 교류 재개 수준이 아니라, 양국 정부·플랫폼 차원의 실질적 협력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텐센트비디오, 유쿠, 더우인, 샤오홍슈 등 중국 내 주요 OTT 및 숏폼 플랫폼들은 한한령 기간에도 K-콘텐츠에 대한 수요를 지속적으로 보내왔다. 최근 들어서는 한국 제작사에 '로컬 합작 제작'이나 '공동 IP 개발' 제안이 다시 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콘텐츠 업계는 한한령 기간에도 글로벌 OTT를 통해 콘텐츠를 유통해왔고, 현지 파트너 네트워크를 유지해왔다. 이들은 이번 기회를 '공식 진입 복귀'의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중국 진출 경로가 확대될 경우 가장 큰 혜택을 받을 분야로는 숏드라마 IP, 숏드라마 배우 MCN, 제작사가 꼽힌다. 중국 콘텐츠 시장은 시청자들이 영상을 3배속으로 볼 만큼 빠른 흐름과 효율적인 시간 활용을 추구하고 있다.

숏드라마는 빠른 전개로 큰 사랑을 받고 있지만, 최근에는 고퀄리티 작품들이 등장하면서 롱폼의 깊이 있는 스토리텔링까지 구현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롱폼 수준의 서사를 가진 작품이 9일 만에 20억 뷰를 기록한 사례도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앞으로 숏드라마 시장에서는 콘텐츠 IP와 배우, 두 가지 핵심 요소만 남게 될 것"이라며 "나머지 제작 요소들은 대체 가능하지만, IP와 배우는 대체 불가능하다"라고 강조한다.

특히 한국만의 독특한 콘텐츠 색깔과 배우 파워는 중국 시장에서 대체 불가능한 경쟁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투자 측면에서도 최근 중국 내 플랫폼사나 한국 내 콘텐츠 펀드에서 한·중 공동 제작사, 숏폼 스튜디오, IP 레이블에 대한 관심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단순 유통이 아닌 '공동 IP 소유형 제작사'가 가장 큰 혜택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한한령 해제 기대감이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국내 콘텐츠 스타트업 투자가 급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벤처투자 플랫폼 '더브이씨'에 따르면 2021년 1조 3,586억 원에 달하던 콘텐츠 스타트업 투자금액은 2024년 3,516억 원으로 4년 만에 75% 감소했다. 올해 1~3분기 누적 투자금액은 642억 원으로 작년 연간 투자의 5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중국 시장 재개방은 투자 절벽에 몰린 콘텐츠 업계에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다. 중국 시장조사기관 아이리서치에 따르면 콘텐츠에서 파생된 '서브컬처' 중국 시장 규모는 2016년 53억 위안에서 2023년 1,024억 위안으로 7년 새 20배 가까이 성장했다.

한한령 해제를 앞두고 업계는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부 제작사들은 중국 현지 제작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형 숏드라마 제작에 나서고 있으며, 12월 중 관련 작품들이 공개될 예정이다.

다만 업계는 여전히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한한령은 명확한 문서가 존재하지 않는 일종의 비공식적 조치였던 만큼, 아직까지는 정부의 공식 발표나 플랫폼 오픈 절차를 지켜보면서 계약 구조와 검열 가이드라인 등을 신중히 점검하는 분위기다.

K-팝 업계의 경우 올해 트와이스, 아이브 등이 팬 미팅을 열었으나 노래를 하는 콘서트는 여전히 허가가 어렵고, 지역마다 허가 기준이 제각각이라는 점도 업계를 조심스럽게 만드는 요인이다.

그럼에도 업계는 "이번 계기로 긍정적인 미래를 전망하고 있다"며 "특히 IP와 배우 경쟁력을 갖춘 기업들의 약진이 기대된다"라고 입을 모은다.

사진 =중국의 숏드라마 제작 경험을 토대로 코코미디어가 제작한 숏드라마 '이처럼 눈부신 그녀' ⓒ 코코미디어 
사진 =중국의 숏드라마 제작 경험을 토대로 코코미디어가 제작한 숏드라마 '이처럼 눈부신 그녀' ⓒ 코코미디어 

문화뉴스 / 고나리 기자 press@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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