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 한옥 비엔날레, '재현' 아닌 실제 군민 부부의 10년 만의 '진짜' 혼례 화제
(문화뉴스 이동구 기자) 요즘 '전통'이나 '문화'를 내세운 축제는 참 많다. 하지만 그 많은 축제 속에서 '진짜'를 만나기란 쉽지 않다. 잘 만든 '재현'과 '체험'은 넘쳐나지만, 어딘가 박제된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관람객은 그저 구경꾼이 되고, 행사는 '보여주기'에 그치기 일쑤다.
그런데 이번 영암 한옥문화 비엔날레 소식은 좀 흥미롭다. 축제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인 '전통혼례'가 '재현'이 아닌, 한 군민 부부의 '진짜' 결혼식으로 치러졌다는 점이다.
배경은 이렇다. 9일 영암목재문화체험장에서 열린 비엔날레 행사에서 영암군민 김정희 신랑과 쩐티미린 신부가 백년가약을 맺었다. 이들은 놀랍게도 약혼 후 10년 만에, 그것도 자녀와 친인척, 마을 이웃들이 보는 앞에서 정식으로 혼례를 올렸다. 월출산이 병풍처럼 둘러싼 고즈넉한 한옥 앞에서 말이다.
여기서 곱씹어볼 대목이 생긴다. 신랑 김 씨가 "많은 사람들 앞에서 전통혼례를 한다는 것이 처음엔 주저됐다"고 밝힌 부분이다.
만약 이 행사가 그저 '출연료'를 받고 연기하는 '쇼'였다면, 그가 주저할 이유가 있었을까? 아마추어의 풋풋한 긴장감 정도는 있었을지언정, 자신의 인생에 가장 큰일 중 하나를 치르는 사람의 '진짜' 망설임은 아니었을 것이다.

우리는 이 '주저됨'에서 역설적으로 이번 행사의 '진정성'을 읽는다. 백마를 타고 꽃가마를 탄 신랑 신부의 모습이 한 폭의 그림처럼 그럴싸해서가 아니다. 그들이 '진짜' 부부이고, 그들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을 이웃과 관광객들이 '진짜'로 축하해주는, 살아있는 '잔치'가 되었기 때문이다.
풍물패의 길터주기, 김숙희 명창의 사랑가, 하객들의 밤·대추 던지기는 단순한 식순이 아니라, 10년을 함께한 부부의 앞날을 축복하는 진심 어린 '의식' 그 자체였다.
한옥 비엔날레 기획자들의 '신의 한 수'는 바로 여기에 있다. 한옥의 본연의 멋은 그저 잘 지어진 목조 건축물에 있지 않다. 그 속에서 사람이 태어나고, 사랑하고, 아이를 F-키우고, 잔치를 벌이는 '삶' 그 자체를 담아내는 '그릇'이 될 때 비로소 완성된다.
이번 비엔날레는 한옥이라는 '그릇'이 얼마나 멋진 '삶'을 담아낼 수 있는지를, 그것도 가장 극적인 순간인 '혼례'를 통해 보여주었다. '전시'만 하던 공간에서 '진짜 삶'이 펼쳐진 것이다.
신랑 신부에게는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관광객들에게는 박제된 문화가 아닌 살아 숨 쉬는 전통을, 축제를 연 영암군은 '문화'란 무엇인가에 대한 세련된 답변을 내놓았다.
비엔날레는 16일까지 이어진다고 한다. 전시관의 다례 체험이나 국제학술포럼도 의미 있겠지만, 이 축제의 백미는 단연 '진짜'가 빛났던 그날의 혼례식이 아니었을까.
문화뉴스 / 이동구 기자 pcs81914@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