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 스페셜매치서 173수 만에 흑 불계승
조 9단의 통산 1968승 기록에 1승 부족해

(문화뉴스 김영욱 기자) ‘제자’ 이창호 9단이 다시 한번 ‘스승’ 조훈현 9단을 꺾었다. 영화 ‘승부’의 현실판이 재현됐다. 이 영화는 바둑 레전드 조훈현과 그의 제자 이창호의 승부를 배경으로 한 실화 바탕의 바둑 영화다.
17일 경상남도 사천시 항공우주과학관에서 열린 ‘2025 사천 방문의 해, 스페셜 매치’에서 이 9단이 조 9단에게 173수 만에 흑 불계승을 거뒀다.
김제홍 사천시 부시장의 대국 개시 선언으로 시작한 사천 스페셜매치는 조 9단이 대국 초반 속력 행마로 좌하귀 우세를 먼저 잡았다.
그러나 중후반에 접어들자 ‘신산’ 이 9단의 끝내기가 빛을 발했다. 중앙에서 느슨한 수가 등장하자 몇 수만에 형세가 뒤집혔고, 이 9단은 실수 없는 마무리로 승리에 도달했다.
이 9단은 대국 직후 “초반에 모양이 좋지 않아 불리하다고 생각했는데, 운 좋게 승리할 수 있었다”면서 “짧은 기간이었지만 오랜만에 사천을 방문해서 좋은 기운 많이 받은 것 같다. 좋은 대회를 주최한 사천시와 관계자들에게도 감사하다”고 말했다.
조 9단과 이 9단은 이번 대국 전 서로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해 훈훈함을 더했다. 조 9단은 “(이 9단을) 제자로 들여 세계 일류의 프로기사로 키워냈지만, 덕분에 바둑을 비롯한 모든 부분에서 다시 한번 배운다. 이제는 내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라고 이 9단을 추켜 세웠다.
이 9단은 “조 9단의 내제자(內弟子)가 됐기에 생각지도 못한 높은 곳까지 올라갈 수 있었다. 조 9단이 없었다면 이 정도의 실력과 명성은 얻지 못했을 것”이라고 화답했다.
이번 대결은 제한 시간 각자 30분에 초읽기 40초·5회로 진행됐다.
이번 대국 결과로 이 9단은 통산 1967승(1무 814패)을 달성하며 최다승 1위 기록을 보유한 조 9단(1968승)을 턱밑까지 추격했다. 상대 전적에서도 197승 119패로 앞서 나갔다.
이 9단은 1986년 8월 입단 후 제62회 승단대회에서 조영숙 초단(이하 당시)에게 첫 승리를 거뒀다. 이후 2000년 10월 1000승(상대 안조영 6단), 2010년 1월 1500승(상대 최철한 9단)을 달성한 바 있는 이 9단은 조 9단의 대기록에 1승만을 남겨두게 됐다.
한편, 대국 전날 미디어데이가 끝난 뒤에는 바둑 전설들을 환영하는 만찬이 열렸다. 조·이 9단은 박동식 사천시장과 김규헌 사천시의회 의장에게 바둑판을 선물하며 감사를 표했고, 박 시장도 지역 특산 답례품으로 화답했다.
사천시가 후원하고 한국기원이 주최·주관한 ‘2025 사천 방문의 해, SPECIAL MATCH’는 바둑과 관광을 결합한 문화 콘텐츠로 기획됐다. 제한 시간은 각자 30분에 초읽기 40초 5회가 주어졌으며, 본 방송은 22일 오전 11시에 바둑TV를 통해 시청할 수 있다.
문화뉴스 / 김영욱 기자 brod77@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