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1등을 꿈꾸는 당신에게
슈만과 드뷔시가 건네는 '작은 위로'

꿈이 있으신가요?
저의 꿈은 막연하지만, 한 가지는 여러분과 비슷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예전에는 ‘이걸 해야지’, ‘이런 사람이 되어야지’ 하는 구체적인 목표가 있었다면, 요즘은 ‘로또 1등에 당첨되면 좋겠다’는 꿈을 꾸곤 하니까요. (웃음)
문화뉴스에서 처음 전하는 글은 ‘꿈’을 주제로 시작해 보려고 합니다. 꿈을 소재로 한 클래식 음악 두 곡, 슈만의 <어린이 정경> 중 ‘트로이메라이’, 그리고 드뷔시의 <꿈>을 소개합니다.
슈만 : <어린이 정경, Op.15>, ‘트로이메라이’
‘트로이메라이(Träumerei)’라는 단어가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사실 독일어로 ‘작은 꿈’, 혹은 ‘꿈꾸기’라는 뜻입니다. 클래식 음악 TV 프로그램에서 음악 코디네이터 겸 작가로 일할 때, 이 곡의 한글 자막을 어떻게 표기할지 두고 꽤 오래 고민했던 기억이 납니다.
‘꿈’이라고 번역하자니 ‘작은 꿈’이라는 뉘앙스가 빠지고, ‘작은 꿈’이라고 하자니 이미 많은 분이 ‘트로이메라이’라는 원어 제목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죠.
결국 자막은 원어 그대로 ‘트로이메라이’로 나갔습니다. 지금 다시 같은 선택을 하더라도, 아마 똑같이 고민할 것 같습니다. 클래식 음악을 전달하는 일에는 이런 고민이 늘 따라붙곤 합니다.
‘트로이메라이’가 포함된 <어린이 정경>은 슈만이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만든 13개의 짧은 곡 모음집입니다. ‘미지의 나라들’, ‘신기한 이야기’, ‘술래잡기’ 등이 이어지고, ‘트로이메라이’는 그중 일곱 번째 곡입니다. 공연장에서 이 곡을 듣고 조용히 눈물을 닦는 어르신을 본 적이 있는데, 그만큼 어른의 마음속 깊은 향수를 불러오는 음악입니다.
드뷔시 : <꿈, L.68>
슈만의 꿈이 서정적인 선율로 유년의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면, 드뷔시의 <꿈(Rêverie)>은 별빛이 총총한 밤하늘을 떠올리게 합니다.
은은하게 반짝이는 빛들이 바람 따라 흔들리고, 잦아들었다가 다시 빛을 내는 듯한 느낌이죠. 멀리서 희미하게 아른거리는 꿈결 같은 분위기가 이 작품의 색채를 이룹니다.
드뷔시는 이 곡을 1890년경에 작곡했으며, <꿈>은 그의 초기 작품으로 분류됩니다. 이후 드뷔시는 더욱 뚜렷한 인상주의 음악세계로 나아가며 자신만의 색깔을 정립해 나갑니다.
두 곡을 소개하고 보니 제 복권 1등 당첨 꿈이 조금 초라해 보이기도 합니다. 꿈은 크게 가지라고 하는데 말이죠.
여러분의 꿈은 어느 음악에 더 가까우신가요? 이 두 곡을 들으며 잊고 지냈던 예쁜 꿈을 떠올리거나, 다시 반짝이는 무언가를 결심하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글 · 유신애 - 클래식 음악 작가
저서: <로맨스 인 클래식>, <베토벤 빼고 클래식>
피아노 전공 후 클래식 전문 기자, KBS 클래식 프로그램 음악 코디네이터 활동. 현재는 강연과 북토크를 중심으로 활동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