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단 프로스랩 공동주최 김광림 작 연출의 날 보러 와요

 

 

[글] 문화뉴스 박정기 (한국희곡창작워크숍 대표)
pjg5134@mhns.co.kr 한국을 대표하는 관록의 공연평론가이자 극작가·연출가.

[문화뉴스] 김광림(1952~)은 함경도 태생의 극작가 겸 연출가다. 경기고등학교, 서울대학교 불문학과, UCLA 연극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서울예술전문대학 교수, 극단 연우무대 예술 감독,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원장, 현재 서울문화재단 이사장을 역임하고 있다.

희곡으로는 <날 보러 와요> <나는 고백한다> <나는 꿈에 장주가 되었다> <집> <저 별이 위험하다> <홍동지는 살어있다> <사랑을 찾아서> <우리나라 우투리>

수상으로는 1989년 동아연극상 연출상(수족관) 1993년 백상예술대상 연출상, 작품상, 대상(북어대가리), 1996년 서울연극제 대상(날 보러 와요), 1996년 백상예술대상 희곡상(날 보러 와요), 1996년 한국예술평론가협회 올해의 예술가상 등을 수상했다.

<날 보러 와요>는 화성연쇄살인사건을 다룬 연극이다. 화성 연쇄 살인 사건(華城連鎖殺人事件)은 1986년부터 1991년까지 경기도 화성군 일대에서 여성 10명이 살해된 미해결 사건이다. 최초 사건은 1986년에 일어났으며, 마지막 사건은 1991년에 일어났다.

이 사건들의 공소시효는 범행 당시의 형사소송법 규정(제249조)에 따라 범행 후 15년이 지난 2001년 9월 14일 ~ 2006년 4월 2일 사이에 모두 만료되었다. 유일하게 해결된 8차 살인사건은 현장에 남아 있는 모발을 증거로 1989년에 윤 모(22)를 검거하였는데, 이 사건은 다른 사건과의 관련성이 없는 것으로 결론 내려졌다. 10 차사건 역시 9차 사건과 정액의 유전자가 다른데다가 장소나 범행 수법이 여타 사건과 차이가 커서 범인이 다른 사건으로 추정되고 있다. 오전6시경 일어난 1차 사건을 제외한 2~10차 사건은 주로 저녁7시~11시 사이에 일어났다.

용의자의 몽타주는 1988년 9월 7차 살인사건 직후 버스에 올라탄 남자에 대한 운전기사와 안내원의 기억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버스 기사가 증언한 범인의 특징은 성폭행 피해자들의 증언과 대체로 일치했다. 피해자들의 진술에 따르면 사건 당시 범인은 마른 체격에 165~170cm의 키, 스포츠형으로 짧게 깎은 머리, 오똑한 코에 쌍꺼풀이 없고 눈매가 날카로운 갸름한 얼굴의 20대 중반의 남자였다. 또한 부드러운 손을 가지고 있었다. 일부 전문가들은 범인이 다른 성폭행 사건을 더 저질렀을 가능성이 높으며 화성군 주민이 아니라 수원시에 거주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무대는 배경 가까이 억새풀이 자란 들길이 펼쳐있고, 그 앞으로 경찰서의 내부다. 건물은 없고 철제 책상, 의자, 사물함, 서류함, 그리고 책상위에 축음기, 전화기, 타자기가 놓여 있다. 경찰서의 상수 쪽에는 취조실, 하수 쪽에는 찻집이 탁자와 의자 등으로 좁은 공간에 자리를 잡았다. 무대 좌우로 들풀이 길게 자라난 것이 보인다.

연극은 도입에 극장 천정에서 빗줄기가 실제로 내려 퍼 붓는다. 배경 가까이 빨간 옷에 우산을 펴 들고 가는 여인을 괴한이 덮치며 강간 후 살해하는 장면이 펼쳐진다. 암전되면 배경에 영상으로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신문기사가 크게 확대되어 투사된다. 장면이 바뀌면 객석 가까이에 풍으로 입이 삐뚤어져 말을 제대로 못하는 남성 환자를 미모의 젊은 여인이 간병을 하는지 대화하는 모습이 잠시 펼쳐지면서 이야기는 과거로 돌아간다. 장면전환과 함께 태안 경찰서 내부로 바뀐다. 시를 쓰는 신임 경찰과 그를 촬영하는 여기자와의 티격태격하는 장면이 전개되면서 원래 근무하던 동료가 등장해 이를 말리고, 곧 이어 고참이 등장하는가 하면, 새로 이 경찰서에 부임한 반장도 자리를 잡는다. 신임반장은 연쇄살인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자원해 온 것으로 소개가 된다.

연쇄살인사건은 반드시 비가 내리는 날 저녁 무렵에 발생하고, 모차르트의 진혼곡<鎭魂曲, 레퀴엠>의 음율과 함께 빨간 색 옷을 입은 여인이 피살된다는 일종의 괴담이 소개가 된다. 미모의 여기자가 등장을 해 사건취재를 하고, 경찰서 부근에 상주하다 시피 한다. 여기에 부근 찻집의 여종업원이 자주 차와 찻그릇을 들고 등장해 시를 쓰는 경찰에게 관심을 기울인다. 원래 있던 경찰 한 명은 여기자에게 관심을 기울인다. 용의자가 잡혀오고, 반 푼 같고 어눌한 용의자는 사건설명을 하다가 결정적인 범행을 저지른 대목에 가서는 바로 그 때 꿈을 깼다고 횡설수설한다. 그의 범행을 보았다는 증인이자 범인의 부인이라는 중년여인이 등장해 사투리로 한바탕 떠벌이지만 신통한 증거를 대지는 못한다. 다른 살해사건과 연관된 남자증인도 등장하지만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 범인체포에 열과 성을 다하지만, 사건은 오리무중상태일 뿐이다. 경찰들끼리의 충돌이 일기도 하고, 젊은 경찰이니 미모의 여기자를 좋아하게 되는 애정장면과 시를 쓰는 경찰을 연모하는 다방 여종업원의 구애장면이 대중가요의 음악과 함께 펼쳐지지만 범죄수사가 해결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그러던 중 초반에 잡혀와 반 푼인 듯 횡설수설 어눌한 말로 떠벌이던 용의자가 정확하고 또렷한 말씨로 또박또박 사건의 경위를 이야기 한다. 거기에 그의 부인까지 시인을 한다. 드디어 범인을 잡게 된 것으로 알고 반장과 경찰들은 기쁜 표정을 짓는다.

그러나 그는 그가 살해한 한 여인만의 범행을 저지른 것이지 연쇄살인범은 아닌 것으로 혈액형과 정액검사로 밝혀진다. 수사가 원점으로 돌아가게 되니 반장은 과로와 충격으로 쓰러진다. 모두 퇴근한 경찰서에 시를 쓰는 경찰이 홀로 남아있다. 그 때 컴컴한 경찰서에 사물함이 열리면서 범인이 벌거벗은 모습으로 회중전등을 비추며 등장한다.

"너는 어디 있어?"하고 물으니, "나는 네 가슴 속에 있어" 한다. "너는 가짜야!" 하니, "날 느껴봐" 하며 사라진다. 시를 쓰는 경찰이 "아니야! 아니야!"하며 울먹이는 장면에서 암전이 되면, 연극의 첫 장면이 다시 펼쳐진다. 반장에게 여기자가 "빨리 완쾌하셔서 복귀하세요."한다. 등 뒤로 경찰들이 모두 등장해 다짐하듯 손을 불끈 쥐는 장면에서 공연은 끝이 난다.

   
 

출연은 OB팀으로 이대연, 권해효, 김뢰하, 유연수, 류태호, 이항나, 공상아, 차순배가 출연해 성격창출은 물론 호연을 보인다. YB팀으로 손종학, 김준원, 이원재, 김대종, 이현철, 우미화, 임소라, 양택호 남씨부인역 황석정, 이봉련 더블캐스팅 되어 출연한다.

제작 프로스랩, 플래닝 매니저 팀장 조아람, 음악 이나리매, 무대디자인 박동우, 조명디자인 구근회, 의상디자인 백지혜, 분장디자인 김근영, 영상디자인 신유청, 소품디자인 김소하, 프로듀서 홍윤경 등 제작진과 기술진의 열정과 기량이 제대로 드러나, 국립극단 프로스랩 공동주최, 김광림 작 연출의 <날 보러 와요>를 성공적인 공연으로 창출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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