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연극인 창작집단의 김지숙 예술감독 안톤 체호프 원작 이윤택 각색 연출의 바냐 아저씨

 

 

[글] 문화뉴스 박정기 (한국희곡창작워크숍 대표)
pjg5134@mhns.co.kr 한국을 대표하는 관록의 공연평론가이자 극작가·연출가.

[문화뉴스] 안톤 체호프(Анто́н Па́влович Че́хов, 영어:Anton Pavlovich Chekhov, 1860~1904)는 러시아 남부의 항구도시 타간로그(Taganrog)에서 출생했다. 잡화상의 아들로, 조부는 농노였다. 아버지의 파산으로 스스로 돈을 벌어서 중학 생활을 마쳤다. 1879년에 모스크바 대학 의학부에 입학했고, 그와 동시에 가족의 생계를 위해 단편소설을 잡지에 기고하기 시작했다.

1880년대 전반, 수년에 걸쳐 〈어느 관리의 죽음〉〈카멜레온〉〈하사관 프리시베예프〉〈슬픔〉 등과 같은 풍자와 유머, 애수가 담긴 뛰어난 단편을 많이 남겼다.

희곡 〈이바노프〉〈지루한 이야기〉 속에는 그 시대 지식인들의 우울한 생활상이 잘 묘사되어 있다. 1899년에 결핵 요양을 위하여 크림 반도의 얄타 교외로 옮겨 갈 때까지 단편소설 〈결투〉〈검은 수사〉〈귀여운 여인〉〈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골짜기〉 등을 집필했다.

1896년 희곡 〈갈매기〉의 공연 실패는 그를 담시 극작을 멀리 하기도 했으나, 〈바냐 아저씨〉를 집필한 이듬해인 1898년, 모스크바 예술 극단의 스타니슬라브스키 연출의〈갈매기〉 공연은 성공적이었다. 1900년〈세 자매〉를 썼다. 만년의 병환 속에서 〈벚꽃 동산〉을 집필해 1904년에 공연하고 대성공을 거두었지만 그해 요양지인 독일의 바덴바덴에서 작고했다.

<숲의 정령, 숲 귀신>은 1989년 29세의 나이에 쓴 체호프의 세 번째 장막극으로서 <바냐 아저씨>의 원작이다. <숲의 정령>이 1989년 러시아에서 초연된 당시에는 세간의 혹평을 받았으나, 체호프는 작품 수정을 통해 <바냐 아저씨>를 새로운 희곡으로 완성했다. 두 작품 의 주인공은 <숲의 정령>과 <바냐 아저씨>다. <숲의 정령>에서는 의사인 호르쇼프가 극의 중심에 서고, 아저씨는 바냐가 아니라 이고르라는 이름으로 등장한다. 반면 <바냐 아저씨>에서는 의사의 이름이 아스뜨롭으로 바뀌고, 바냐 아저씨는 이고르라는 이름에서 바냐라는 이름으로 바뀌어 극의 중심인물이 된다. 두 작품에는 세레브랴꼬프, 엘레나, 쏘냐, 마리아, 이반 등 같은 인물이 등장해 흡사한 부분도 있지만, 극적 구성이 다르기에 새롭게 전달된다.

   
 

주인공인 바냐 아저씨는 죽은 누이동생의 남편인 세레브랴꼬프 교수를 위해서 누이동생의 딸 소냐와 함께 매부의 시골 토지를 지키며 살고 있다. 그런데 퇴직교수인 매부가 젊고 아름다운 후처 엘레나를 데리고 시골영지로 돌아온다. 바냐 아저씨는 첫눈에 엘레나의 미모에 빠진다. 퇴직교수인 매부는 지성의 표본인 듯 보이지만 사실은 속물근성이 강한 인물이라는 것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게다가 나이든 인물이면 별의별 병이 따르듯 병투성이 인물이라, 이에 실망한 바냐 아저씨는 일종의 동정심에서 출발한 감정이 연모의 정으로 바뀌어 엘레나를 대하게 된다.

바냐 아저씨의 친구인 의사 아스뜨롭은 몽상가적 기질이 있는 인물이다. 바냐 아저씨의 조카인 소냐는 그런 의사 아스뜨롭을 남몰래 좋아하고 사랑하기까지 한다. 그런데 정작 아스뜨롭 마저 미모의 엘레나에게 빠지고 만다.

어느 날 세레브랴꼬프 교수는 사람들을 집합시키고는 영지를 팔고 도회지로 나가겠다고 선언한다. <바냐 아저씨>는 세레브랴꼬프 교수가 땅을 팔겠다고 선언을 하자 바냐가 30년 가까이 땅 지키기와 가꾸기에 젊음을 바친 노력의 대가가 날아가려 하니 상실감과 분노로 총으로 교수를 죽이려 하지만 결국 불발에 그치고 만다. 교수는 <바냐 아저씨>의 행동에 경악하고 이곳을 떠나려 결심한다. 의사 아스뜨롭과 엘레나의 이별의 키스, 이 모습을 보는 바냐 아쩌씨의 심정이 그려지고, 대단원에서 바냐 아저씨와 소냐가 힘든 현실을 감내하며 당연한 일상인 듯 살아가는 모습에서 극은 마무리가 된다.

무대는 갈색풍이 감도는 저택의 거실이다. 정면 벽 가까이에 술 장, 건반악기, 긴 탁자와 의자가 배치되고, 무대 좌우로 한 단 높이의 단을 깔고, 하수 쪽에는 탁자와 의자, 상수 쪽에는 장서가 꽂힌 책장과 그 앞에 책상과 의자가 있다. 무대 좌우에 등퇴장 로가 있다.

연극은 도입에 찔레긴이 기타를 들고 등장해 부드러운 저음으로 노래를 부르며 상수 쪽 의자에 앉으면, 등장인물들이 차례로 들어와 자리에 앉는다. 분장과 의상, 그리고 가발이나 소품 등이 극에 어울리고, 중견그룹을 대표하는 연기자들이라 그런지 출연진의 개성이 뚜렷하고 제대로 된 성격설정에다가 호연과 열연을 해낸다. 바냐나 소냐가 등장을 하면 우리 바로 이웃 아저씨나 이웃 처녀나 다름이 없어 금세 친 대중적인 공감대가 형성되고 배우 친화적 심정마저 형성된다. 그러면서 서서히 변화가 밀려온다. 훤칠한 신사풍의 의사 아스뜨롭, 백발이지만 탁월한 미모의 어머니인 바이니쯔 까야와 역시 출중한 미모의 유모 마리나, 중후한 멋과 지성의 표본인 교수 세레브랴꼬프, 온화하고 인정미가 넘쳐 보이는 지주 찔레긴, 거기에 미모와 관능미를 겸한 엘레나가 등장해 극을 친 대중적이면서도 고수준 고품격으로 이끌어 가, 연극 <바냐 아저씨>를 무척 재미있는 연극으로 만들어 낸다.

기주봉이 바냐 아저씨로 출연해 일생일대의 명연을 해내며 대사는 물론 호흡 하나하나 까지 전달을 시킨다. 김지숙이 엘레나로 출연해 미모와 관능미는 물론 자제하는 듯싶은 연기로 남성관객의 시선을 일신에 집중시킨다. 곽동철이 의사 아스뜨롭으로 출연해 신선한 품격과 감성으로 여성관객의 눈길을 끈다. 이용녀가 어머니로 출연해 마치 귀족부인 같은 품성과 품격으로 고아한 매력을 풍긴다. 고인배가 세례브라꼬프 교수로 출연해 귀족적 풍모와 지성적 풍모로 일관하다가 속성으로의 변화를 제대로 표현해 내어 갈채를 받는다. 이재희가 백발의 이모 마리나로 출연해 고아한 매력을 유감없이 드러낸다. 뜨개질하는 모습까지 우아한 그녀를 어찌 더 묘사 하리오? 이봉규가 지주인 찔레긴으로 기타를 들고 출연해 무대 분위기를 주도한다. 잘 생긴 모습과 서글서글한 눈매에 온화한 미소, 그리고 부드러운 저음으로의 노래는 관객을 서정적 감상의 세계와 친 대중적 분위기로 이끌어가는 역할을 제대로 해낸다. 김미수가 소냐로 출연해 열연과 호연으로 갈채를 받는다. 미모인데도 아닌 척 하는 모습이 더욱 예뻐 남성관객의 시선을 일신에 집중시킨다. 신재일이 심부름꾼으로 출연해 호연을 보인다.

   
 

중견연극인 창작집단 대표 김지숙, PD 임덕희, 조연출 김소희, 조혜영, 기술감독 김형도, 무대디자인 김경수, 조명감독 조인곤, 분장 박팔영, 조명오퍼 최충욱, 음향오퍼 윤희준, 무대크루 이효은 정재환 강송희 조연출 이동준, 음향감독 강정훈, 영상편집 김보미, 디자인 김명남, 티켓매니저 김아람 장달님 등 제작진과 기술진의 열정과 노력이 일치되어, 중견연극인 창작집단의 김지숙 예술감독, 안톤 체호프 작, 이윤택 각색 연출의 <바냐 아저씨>를 연출가와 출연진의 기량이 조화를 이루어, 친 대중적이자 고 수준 고품격의 걸작연극으로 탄생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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