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5년 꿈 많았던 28살 두 청춘 '윤동주'와 '송몽규', 별들을 기억하다.

   
 

[문화뉴스]"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파란 녹이 낀 구리 거울 속에 내 얼굴이 남아 있는 것은 어느 왕조의 유물이기에 이다지도 욕될까.","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위의 세 구절은 국어 시간에 익히 들어보았을 시인 윤동주의 '서시', '참회록', '자화상'이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시인 윤동주의 삶을 TV나 영화에서 조명한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영화 '동주'는 시인 윤동주와 그의 사촌이자 절친한 친구이자 같은 해 3개월 일찍 태어나고 1달 먼저 세상을 떠난 송몽규라는 잊힌 독립운동가를 주요 인물로 영화화한다.

언어도, 이름도, 꿈도, 모든 것이 허락되지 않았던 일제 강점기 한집에서 태어나고 자란 동갑내기 사촌지간 동주와 몽규. 시인을 꿈꾸는 청년 동주에게 신념을 위해 거침없이 행동하는 청년 몽규는 가장 가까운 벗이면서도, 넘기 힘든 산처럼 느껴진다. 창씨개명을 강요하는 혼란스러운 나라를 떠나 일본 유학길에 오른 두 사람은 시대의 비극과 자신들의 꿈 앞에서 더욱 아파한다. 어둠의 시대에 평생을 함께한 친구이자 영원한 라이벌이었던 윤동주와 송몽규의 끝나지 않은 이야기를 영화로 만나볼 수 있다.

역사를 인간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왕의 남자'와 '사도'의 이준익 감독이 다시 한 번 잊힌 시인과 독립운동가를 기억하기 위해 메가폰을 잡았다. 그리고 청춘을 대표하는 배우 강하늘과 박정민이 동주, 몽규 역을 맡는다. 두 배우는 작품을 위해 일본어와 북간도 사투리를 연습하고, 윤동주와 송몽규에 관한 책들을 다수 읽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동주'를 연기한 후, 한동안 슬픔에 빠져나오지 못한 박정민 배우는 실제로 중국에 있는 윤동주, 송몽규의 생가와 묘소에 찾은 적도 있다. 28일 동대문에 있는 영화관에서 영화 시사회와 기자간담회가 개최되었으며, 이준익 감독과 두 배우가 참석한 가운데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지난번 '쎄시봉'에서도 윤형주의 역할을 했고, 이번에 윤동주 시인의 역할을 맡았다. 이 집안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ㄴ 강하늘 : 윤 씨 집안과 관련은 없다.(웃음) 윤동주 역을 맡고 윤형주 선생님께 전화를 드리니, 윤 씨로 바꾸라며 우스갯소리를 하셨다.

이 영화는 시 한 편의 탄생과정을 영화 줄거리 전체로 그려놓은 것이다. 흑백화면이 주는 장단점에 대해 감독님과 상의한 것이 있다면. 배우들의 입장에서 흑백화면이 영화 이야기에 어떤 효과를 준다고 생각하는가.

ㄴ 강하늘 : 원래 집에서 흑백영화 보는 것을 좋아한다. '지슬'이나, '쉰들러 리스트'도 좋아하고, 고전 흑백영화도 즐기는 편이다. 왜 컬러를 두고 흑백에 빠졌는지 이유를 잘 몰랐는데.. 이번에 감독님과 작품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조금 안 것 같다. 흑백영화는 다른 것들보다 인물에게 집중할 수 있다. 눈썹, 표정의 섬세한 것도 컬러영화에 비해 금방 눈에 띈다. 이를 역이용하면 더욱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본인은 주로 소설을 읽는데, 소설이 흑백영화와 비슷한 것 같다. 내 마음대로 색을 입힐 수 있다. 머릿속으로 상상을 색깔이 다양하게 만들고 과거와 현재를 왔다 갔다 할 수 있다. 완성된 영화를 지금 봤는데 흑백영화라는 사실이 나중에는 잊히고, 방금 영상을 상상해보면 나만의 색깔로 색깔이 다양하게 작품이 다시 다가온다.

흑백영화를 작업하면서 연출적으로 주안점을 둔 것은 무엇인가?

ㄴ 이준익 : 처음부터 흑백으로 생각하고 시작했다. 이유는 윤동주라는 시인을 기억하는 사진 속의 흑백을 유지하고 싶었다. 또 하나는 일본강점기를 재현하기 위한 비용적 측면을 고려했다.

중간중간 윤동주 시인의 시가 삽입된다. 이를 통해 얻고자 하는 효과가 있다면?

ㄴ 이준익 : 12~13편 정도의 시가 삽입된다. 시인의 삶을 말하는데 시를 제외하고 이야기를 만들 수는 없다. 연표를 비켜나가는 시도 있었지만, 가능하면 연표를 지키려 했다. 나레이션 같은 시가 나레이션같지 않고, 내면의 독백 같은 것으로. 윤동주 시의 경우, 70년 전에 모두가 아는 특정한 정서가 있으므로 영화적 이야기 전개를 전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다.

같은 시대 다른 삶을 산 두 사람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자 했는가.

ㄴ 이준익 : 윤동주를 영화화하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몇 년 전 한 대학을 방문해서 그의 비석을 보았을 때다. 그러나 윤동주 인물 한 명으로는 영화화하기 어렵다. 그러나 그보다 삼 개월 먼저 태어나고, 한 달 후에 세상을 떠났던 송몽규라는 인물과 함께 다루면 더욱 영화적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단 두 인물의 차이는 무엇인가. 윤동주는 시가 남았기 때문에 과정은 별로지만 결과는 좋은 인물이다. 송몽규는 결과는 없지만, 과정은 훌륭하다. 과정이 아름다웠던 사람이 잊히고 무시되는 역사를 이 영화를 통해, 송몽규의 가치도 보여주고자 했다.

일본강점기를 살았던 두 인물을 연기하면서 든 소감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ㄴ 강하늘 : 솔직히 말하면 몰랐다. 그때 당시를 직접 느낄 수 없고, 감히 이해해보려 하지 못했다. 감히. 그리고 최대한 많은 상상을 했다. 영화를 준비하면서 다큐멘터리도 많이 보고, 책도 많이 보고, 다시 한 번 윤동주 시인의 시집도 읽어보았다.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은 최대한 해보자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이 노력도 참 부족했던 것 같다. 그때 당시는 노력했던 것들을 떠올리며 연기하려 했다.

박정민 : 오늘 영화를 처음 봤다. 일본 강점기에 그분들의 그 마음과 크기를 모르겠다.죄송한 마음 뿐이다.(울먹)

제작보고회에서 언급한 것처럼, 송몽규에 대한 정보가 많이 없어서 고민이 많았을 것이다. 감독님과 이야기하면서 찾아나간부분과 스스로 찾아나간 부분에 대해 듣고싶다.

ㄴ 박정민 : 감독님이 캐스팅하면서 박정민을 송몽규역할로 캐스팅하셨을 때부터 "박정민은 송몽규다"라고 말했다. 감독님께서 나를 믿어주셨다. 최대한 마음을 열고 연기하라고 주문하셨다. (울먹울먹)
이준익 : 박정민 배우가 그 인물이 처한 상황을 공기로 만들고, 송몽규라는 안타까웠던 인물에 대한 역할을 했던 것에 슬픈 것 같다.
   
 
문성근 배우가 윤동주 시인이 존경하는 정지용 역할을 연기했다. 만주 용정 시절, 윤동주, 송몽규, 문익환 목사가 함께 문예지를 만든 걸로 알려졌는데, 문익환 목사의 아들인 문성근 배우를 캐스팅한 과정은 어떠한지.
ㄴ 이준익: 문익환 목사님. 이분의 삶도 따로 영화로 만들 수 있는데, 영화에 잠깐만 출연시켜드려 죄송하다. 윤동주 시인이 존경하고 어려서부터 동경했던 정지용 시인의 역할을 해달라고 문성근 선생님께 부탁했다. '부끄러움을 아는 건 부끄러운 게 아니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게 부끄러운 것이다'라는 명대사를 치고 가셨다. 이 자리를 빌려 다시 감사드린다.

2월 16일이 윤동주 시인의 서거일로 알고 있다. 이 영화가 어떤 의미로 관객들에게 받아들였으면 좋겠는가.

ㄴ 이준익 : 작년이 서거 70주년이었고, 내년이 윤동주 시인의 탄생 100주년이다. 1917년 12월 30일 출생. 이걸 억지로 맞춘 것은 아니지만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영상 예술인 영화와 정적 예술인 시가 접목한 작품을 만들었다. 어려웠던 점은?

이준익 : 신연식 작가가 대본에서 처리를 잘했다. 이런 영화를 말로 설명한다는 자체가 섣부른 거 같아서 가능한 한 적게 말하겠다.

사도에서 영조와 사도세자의 비극을 다루었는데, 이번에도 아픈 시대를 살아간 두 청춘, 윤동주와 송몽규의 아픔과 비극에 집중했다.

ㄴ 이준익 : 모든 인생은 비극이다. 모두 죽으니까 다 비극이 아닌가. 비극은 반드시 아름다움으로 승화되어야 한다는 나름대로 철학이 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비극을 드라마로 형성한 이후에 전 세계에서 2000년 넘게 셰익스피어를 비롯해 수많은 비극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사도와 동주 모두 비극 자체에 함몰되기 위해 만든 것은 아니다. 앞으로도 더 아름다운 비극을 찾아내도록 노력하겠다.
   
 
두 배우가 이 작품을 선택한 계기나 이유는 무엇인지.
ㄴ 강하늘 : 이전부터 윤동주 시인을 좋아했다. 그래서 무의식중에 윤동주라는 시인을 거대하고 큰 이미지를 그려놓았다. 영화 '동주'에서 역할을 보며 가장 좋았던 점은 윤동주라는 시인도 지금의 나와 같이 질투심, 열등감, 패배감, 승리감을 느끼는 평범한 젊은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큰 충격을 받았다. 머릿속의 이미지는 순결하고 고결한 이미지였는데, 나와 가까운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준 대본이라 충격을 받고 이 작품을 선택하게 됐다.

박정민 : 선택해야 하는 수많은 이유보다는 이 이야기를 선택해야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감독님이 이 역할을 나한테 주신다니 영광스러웠다. 매니저 형님한테 재차 여쭈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도 좋았다.

이준익 감독은 '황산벌', '왕의 남자','사도' 등 사극 연출에서 출중한 실력을 보여주었다. 감독님 연출력과 더불어 신연식 감독의 시나리오적 측면이 두드러진다.

ㄴ 이준익 : 신연식 감독의 인문학적 소양과 작가로서 자질이 영화에 큰 영역을 담당해서, 영화를 수월하게 찍을 수 있었다.

일본에서 취조받고 조사받을 때, 두 인물이 민족적으로 처한 슬픈 상황을 아는데, 굳이 울먹이며 이 장면을 처리한 이유가 있는가.

ㄴ 이준익: 자칫 울음을 강요하는 신파적 연출이라고 지적을 받아도 상관없다. 곧 죽을 사람의 자신에 대한 솔직한 고백이 아닐까. 신념. 그냥 아무 감정 없이 이 두 인물을 보내는 것은 옳지 않다고 판단했다. 우느냐 울지 않느냐는 사실 중요하지 않았다.

형무소에서 강하늘, 박정민 모두 삭발을 하고 평소에 보지 못한 모습을 보여줬다. 촬영 당시에도, 영화를 본 후에도 마음이 복잡할 것 같다. 촬영에 어떻게 임했는지 알고 싶다.

ㄴ 강하늘 : 나와 박정민 배우 모두 마지막 촬영이 교도소 장면이었다. 영화는 19회차, 총 19일 만에 찍어낸 영화다. 19일의 촬영 기간 나와 박정민 배우 모두 압박감 때문에 잠 못 이루는 나날들을 보냈다. 매우 많은 고민을 하며 지새웠다. 촬영이 끝나면 맥주 한잔 하면서 '내일은 어떡하나, 그래도 오늘 이런 점은 잘했다.' 이야기를 나누면서 힘을 내기도 했다. 촬영 마지막 날은 모든 긴장감을 쏟아 부었다. 그 날을 돌이켜 생각하면 교도소 장면들이 선명하게 기억에 남아 있지 않고 꿈처럼 남아있다. 모든 집중력을 쏟아 부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촬영이 끝나고 박정민 배우와 학사모 던지듯 대본을 위로 던졌다. 대본이 정말 큰 중압감을 만들며 19일의 촬영 기간 나를 억누르고 있었고 마지막 감독님의 OK 사인과 함께 날려 버리며 박정민 배우와 껴안고 많이 울었다. 감독님도 고생했다며 눈물도 보이시던 촬영 현장의 모습이 기억난다.

박정민 : 캐스팅된 순간부터 촬영 끝나는 날까지 오직 교도소 장면만을 위해서 달려가는 느낌이었다. 날마다 긴장과 걱정의 연속이었다. 제작보고회 때도 언급했지만, 윤동주, 송몽규 묘소에 찾아간 적이 있고, 영화에 등장하는 묘소 사진은 내가 직접 찍은 것이다. 교도소 장면을 촬영할 때 초라한 묘의 모습이 머리를 스쳐 지나가면서 너무 억울한 감정이 들었다. 단순히 결과물이 없다는 이유로 지금 세대의 사람들이 기억하지 못하고, 알려고도 하지 않는 송몽규 선생님의 초라한 묘소가 생각나서 눈물이 났다.

   
 
윤동주는 민족시인이고, 전 국민이 사랑하는 시인이다. 그런 인물을 그려낸다는 것에 대한 부담감, 압박감을 어떻게 견뎠는지 궁금하다. 그리고 실존 인물을 다루다 보니 영화 속 픽션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이 있었을 것 같은데 한 말씀 부탁한다. 

ㄴ 이준익 감독 : 부담감은 당연히 있다. 겁나고 두렵기도 하다. 만약 잘못 찍었을 경우, 그 비난을 죽을 때까지 짊어지고 가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히려 '하기로 마음먹은 것 그냥 하지 뭐'라고 생각하면서 힘 빼고 촬영했다. 만약 잘하겠다고 욕심내면 그게 화가 됐을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이 픽션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약 70%가 사실이고 30%가 허구다. 픽션으로 가미된 것이 몇 장면 있다.

예를 들면, 이여진이라는 여학생이 등장하는데, 윤동주 평전에는 없는 인물이다. 최종 편집본에서는 빠지게 된 장면이지만 여진이 나오는 연전 하숙집 장면에 '그 여자'라는 시가 등장하는 장면이 있었다. 윤동주 시 '별 헤는 밤'과 '그 여자'에도 여자가 등장하고, 일본에서 대학을 다닐 적에도 여학생들과 소풍을 다녀온 사진이 있다. 구체적으로 기록되어있지 않다고 해서 영화에서 여자를 전부 제외하고 찍는 것은 과도하게 고증에 얽매이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이여진과 쿠미, 두 여자를 등장시켰다. '쿠미'는 가상의 인물이고 '쿠미'를 보호해주던 '다카마스' 교수는 실존인물이다. '다카마스'는 기록에도 있고 윤동주가 존경하던 사람이며 결국 요시찰 인물로 검거되는 인물이다. 물론 특고 형사로 나오는 고등 형사도 시차가 맞지 않는데 아마 교토의 고등 형사 정도일 것이다. 영화적 허용치 안에서 팩트를 픽션화 시킨 것이다. 평전이나 자료집을 검토해본다면 영화가 70%가 팩트라는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고, 영화의 마지막에 등장하는 기록들도 사실이다.

강하늘 배우도 윤동주 시인의 초상을 표현하는데 압박감은 어떻게 극복했고, 연기하며 어떤 부분에 주안점을 뒀는지 궁금하다.

ㄴ 강하늘: 윤동주 시인을 영화화하는 것은 최초라고 들었다. 그런 작품 속에서 내가 윤동주를 연기한다는 것 자체에 중압감을 가질 수밖에 없었고 긴장이 됐다. 하지만 내 속에서 만들어진 윤동주의 거대한 환상을 인간적이고 담백하고 소박한 모습들로 보여주면서 마음속에 윤동주 시인의 이미지를 다시 한 번 되새기게 해준 대본이 정말 좋았다. 그래서 감독님과 현장의 모든 스태프분들을 믿고 촬영했다. 현장 분위기도 너무 좋았기 때문에 중압감, 부담감을 해소할 수 있었다.

어떤 시대든 청년들에게 세상은 가혹한 것 같다. 마지막 옥중 면회 장면에서 '버티자'라고 말하는 부모님의 말씀이 밉게 들릴 정도로 몰입해서 봤다. 두 배우가 영화를 찍기 전과 후에 달라진 점이 있을 것 같다.

ㄴ 박정민 : 영화를 찍은 후, 내가 사는 세상과 사회에 대한 고민을 조금 하게 되었다. 또한, 본인은 역사도 잘 모르고 국사에 흥미도 없었는데, 궁금증이 생겨 동영상 강의도 찾아보고 서점에서 책도 찾아보며 공부를 했는데 이에 재미가 들린 것 같다. 그동안 했던 교과서적인 공부가 아닌 내가 하고 싶은 공부를 찾아서 하게 되었다.

강하늘: 내가 좋아하는 예술작품은 문학이든, 미술이든, 영화든 항상 결과물이었다. '동주' 대본을 읽으면서 시가 중간에 등장하는데, 그 시가 쓰이기까지의 배경들이 나에게 크게 와 닿았다. 그 이후로는 어떤 작품을 볼 때, 뒷이야기가 궁금해졌다. 이 점이 '동주'가 내게 준 변화인 것 같다.

   
 
마지막에 윤동주가 시집 발간이 되는 것을 못 보고 끌려가게 되는데 그 장면을 연기할 때 어떤 감정이 들었는지 궁금하다. 꿈이 눈앞에서 물거품이 돼버렸기에 그 충격이 컸을 것 같다. 취조실에서 서명을 강요받을 때보다 이 장면이 윤동주에게 있어 더 큰 아픔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ㄴ 강하늘: 그 장면을 대본으로 읽었을 때도 안타까웠고 연기할 때도 너무나 안타까웠다. 정말 눈앞까지 와 있는 기회가 사라진 것이 취조실에서 서명을 강요당하는 장면보다 안타까웠다. 그래서 그 상황을 예감케 하는 쿠미의"먼 길 가시나 봐요"라는 대사도 너무나도 슬프게 다가왔던 기억이 난다.

송몽규가 윤동주를 끝까지 시인으로 남게 하고자 했는데, 왜 그랬을지 대해 연기하며 느낀 점이 있다면 말씀 부탁한다.

ㄴ 박정민: 송몽규가 윤동주를 시인으로 남게 하고 싶었던 것은 당연한 것 같다. 송몽규에게 윤동주는 가장 사랑하는 친구이자 가족이고, 정말 좋아하고 인정하는 시인이다. 그리고 동주를 지켜주고 싶었을 것 같다. 내 상황에 대입하자면 내가 위험한 일을 하는데 사랑하는 여동생을 이 일에 끌어들이고 싶지 않을 것 같다.
   
 
30%는 허구라고 했는데, 그 부분들도 사실과 충분히 개연성이 있는 내용이다. 다만 고증에 따라 순서를 재배치할 의향은 없는지 의견 부탁 한다.
ㄴ 이준익 감독: 현대영화의 경우 두 시간이라는 한정적인 시간 안에서 이야기를 재구성해야 하므로 연표에 대한 고증은 시나리오를 쓰는 사람에게 있어 큰 고충이다. '동주' 속 연표의 편차는 영화적 허용치 안에서 이루어졌다. 판결문의 경우, 원본과 같은 용지, 같은 서체를 사용하여 미술팀이 완벽하게 고증했다. 또한 35년 1월부터 45년 2월까지 가는 과정에서 특정한 시는 고증에 맞게 쓰였다. '쉽게 쓰여진 시', '참회록' 등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시들은 고증에 맞추었지만 몇몇 시들은 고증과 연표차이가 난다. 영화적 효과에 의해 우선순위를 정리해 배치한 것이다.

배우 박정민는 송몽규 역을 맡은 후 묘지를 찾아갔다고 했는데 어떤 마음으로 묘지 앞에 서 있었는지 궁금하다.

ㄴ 박정민: 캐릭터를 표현하는 것이 너무 어려워서 도와달라는 마음으로 북간도를 찾아갔다. 그 앞에 서서 도움을 청하고 절을 올리려는 마음으로 갔다. 그런데 묘지에 도착하자 '내가 이분들에게 무슨 도움을 받겠다고 여기까지 온 걸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잘해서 오히려 이분들을 도와드리지는 못할망정 오히려 도움을 청하는 것이 너무나 건방지다는 생각이 들어 울컥했다.

강하늘 배우가 영화 내에서 원고지에 윤동주 시인의 시를 직접 옮겼다고 알고있다.

ㄴ 강하늘 : 영화 안에서 윤동주 필체를 흉내 내보려 노력했다. 인터넷으로 윤동주 필체를 검색해 특징들을 찾아보았다. 'ㅂ'을 쓸 때의 특징을 비롯하여 사소한 것들부터 따라 하려고 노력했다. 완벽하진 않지만, 윤동주를 연기할 때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노력이라도 기울이고 싶었다.
 
   
 
이준익 감독은 어떤 계기로 두 배우를 선택하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ㄴ 이준익 감독: 내가 스무 살이었던 강하늘 배우를 '평양성'에서 연개소문의 셋째 아들 '남산'역할로 데뷔시켰다. 어릴 적 강하늘을 봤을 때 직감적으로 느껴졌던 강하늘의 우직한 본성이 동주와 닮았다고 생각했고, 윤동주 흑백 사진 속 모습과 강하늘의 외모도 굉장히 유사하다고 느껴 캐스팅하게 되었다. 류승완 감독의 옴니버스 단편 영화 '신촌좀비만화' 중 30분짜리 영상을 보다 '누가 이렇게 연기를 잘하지?'하고 검색해보니 박정민이었다. '전설의 주먹'에서도 황정민의 아역으로 본 적은 있지만 '신촌좀비만화'에서는 전혀 다른 사람처럼 보여 박정민의 연기력에 굉장히 놀랐다. 언젠가 박정민과 함께 처음부터 끝까지 등장하는 영화를 찍어야겠다고 생각했고, 마침 황정민 배우가 추천해줘서 함께 하게 되었다.
 
보통의 사람들이 윤동주 시인과 그의 시를 처음 접하는 시기는 중고등학교 국어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현재의 학생들에게 이 영화의 어떤 메시지가 전해지길 바라는가.
ㄴ 이준익 : 젊은 학생들이 현실에 대한 어려움, 갈등, 미래의 암울함에 시달리고 있는 거로 알고 있다. 이럴 때 우리 영화를 보며 그 삶을 체험해보고 느껴봄으로써 용기를 가져볼 수 있길 바란다.

 
문화뉴스 김진영 기자 cindy@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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