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이 영화를 찍는 동안 '증거가 없다'라는 말을 가장 많이 들었는데, 정말 화가 났다."

4일 메가박스 동대문에서 열린 영화 '귀향' 언론 시사회 후 진행된 기자간담회가 열렸습니다. 내·외신 기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일본 NHK 기자의 "정치적으로 풀지 않았다고 말을 했는데, 일본인이 대규모 학살한 게 얼마나 사실에 근거했나"라는 질문에 대한 조정래 감독의 대답은 위와 같았습니다.

그렇게 말문을 연 조정래 감독은 "살아계신 분들의 증언도 증거가 아니라고 한다면, 내가 영화를 제작해 문화적 증거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영화 포스터 문구를 언급했습니다. 조 감독은 "20만 명의 여성들이 전쟁터로 끌려갔으나 한국 정부의 기록상 돌아온 사람은 238명뿐"이라며 "살아 돌아온 그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만든 것이다. 중국에서도 일본군이 퇴각하면서 구덩이를 파놓고 학살했다는 사실을 입증해주는 자료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고 말을 이어갔죠.


▲ 영화 '귀향' 티저 영상 ⓒ JO엔터테인먼트 공식 유튜브

그리고 조정래 감독은 "단순히 일본을 비난하거나 섣불리 생존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위로하고자 하는 영화가 아닌, 다시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는 염원을 영화에 담았다"고 연출의 변을 밝혔죠. 국악 합창 이야기를 다룬 영화 '두레소리', 독립 야구단인 고양 원더스의 사연을 다큐멘터리화한 '파울볼'을 만들어온 조정래 감독은 지난 2002년 '나눔의 집' 봉사활동 중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직접 만나며 들은 증언을 바탕으로 영화 '귀향'의 시나리오를 완성했습니다.

비슷한 시기 나치의 '홀로코스트'를 다룬 '쉰들러 리스트'(1993년), '인생은 아름다워'(1997년), '피아니스트'(2002년), 오는 25일 개봉하는 '사울의 아들'(2015년)이 '문화적 증거물'로의 역할에 이바지하고자 하는 진심으로 출발한 것과 같다는 것이 조정래 감독의 의도입니다.
 

   
 

그래서 '귀향'은 참으로 무거운 영화입니다. 과거 개봉했던 '도가니', '한공주'와 마찬가지로 관객들은 빠져나갈 수 없는 소용돌이에 빠진 것처럼 역사의 한 페이지를 목격하게 됩니다. 꽃다운 나이에 잡혀, 인간으로는 당할 수 없는 치욕을 당해야 했던 할머니들의 모습이 드러납니다. 그러기 때문에 극장을 빠져나가고 싶은 욕망도 휩싸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이라면, 한 번쯤은 알아야 할 아픈 이야기입니다.

2002년 시나리오가 완성되었지만, 그 후 14년이 지나서야 영화가 세상에 나올 수 있었습니다. 수년 동안 여러 차례의 투자 거절로 인해 빛을 볼 수 없었죠. 하지만 '크라우드 펀딩' 방식으로 75,720명이 후원을 받아 순 제작비 중 절반이 넘는 12억여 원의 제작비가 모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들의 명단은 영화의 엔드 크레딧으로 약 10분간 등장합니다. 보통 배우가 먼저 등장하는 엔드 크레딧에서 후원자들의 이름과 함께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직접 그린 그림이 공개되면서 그 의미를 더하죠.
 

   
 

또한, 1991년의 '영희'를 연기한 손숙을 비롯해 '정민'(강하나)의 어머니와 아버지를 연기한 오지혜와 정인기도 선뜻 노개런티로 출연하며 적극적으로 참여했습니다. 여기에 각 분야 스태프들 역시 재능기부로 출연했는데요. 그야말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사명감과 강한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재일교포 배우들이 직접 일본군 역할을 맡아 사실적인 일본어 구사를 선보이고자 했습니다. 이 역시 직접 비행기를 왕복해 이동하며, 무일푼으로 촬영했다고 합니다.

단순히 "한·일 양국 간의 정치적 이슈로 받아들여지기보다, 치유의 영화가 되길 바란다"고 언급한 조정래 감독. 이 작품의 마지막 부분처럼 지금은 세상을 떠난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게 조금이나마 영화라는 종합예술 콘텐츠로 위안이 될 수 있을까요? 오는 24일에 개봉합니다.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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