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삼국시대 도미설화를 바탕으로 해 판소리와 뮤지컬을 접목한 뮤지컬 '아랑가'가 충무아트홀 블랙에서 14일부터 4월 10일까지 공연된다.

뮤지컬 '아랑가'는 백제의 왕인 개로가 장군인 도미의 아내가 자신의 꿈에 나오는 여인 '아랑'이라는 것을 알게 되며 파멸로 향해가는 아름답지만 슬픈 인생과 사랑을 노래한다.

원작이라 할 수 있는 도미설화에는 없는 다른 시기의 실존 인물인 도림을 등장시키며 더욱 극적으로 완성된 뮤지컬 '아랑가'는 2014년 제2회 '아시안 시어터 스쿨 페스티벌(이하 ATSF)'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받았고, 201년 CJ 크리에이티브 마인즈 리딩작 선정, 제4회 예그린 앙코르 최우수 작품 선정 등 정식 공연을 하기도 전부터 크고 작은 화제 속에 기대감을 모은 바 있다.

아랑을 향한 욕망 끝에 파멸해가는 비운의 왕 개로 역에 강필석과 윤형렬이, 백제의 장군이자 아랑의 남편인 도미 역에 이율과 고상호가, 개로의 꿈속 여인인 아랑 역에 최주리와 김다혜가, 도미를 제거하려는 고구려의 첩자 도림 역에 이정열과 김태한이 출연한다. 이외에도 도미 부부와 함께 사는 소년인 사한 역에 김현진과 최석진이, 소리로 극을 이끌어가는 해설자인 도창 역에는 작창을 맡기도 한 박인혜와 함께 정지혜가 캐스팅됐다.

중앙대 동기인 김가람 작가와 이한밀 음악감독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바쁜 연출가'인 변정주 연출과 함께 만들어낸 뮤지컬 '아랑가'는 라이선스로 점철된 최근의 뮤지컬 계에 젊은 창작자들의 창작 뮤지컬이란 단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문화뉴스가 지난 17일 충무아트홀 블랙에서 전 출연진 및 제작진과 함께했다.

   
▲ 도림 역의 김태한, 이정열 배우.

뮤지컬 '아랑가'를 준비하면서 어떤 것이 힘들었나.

ㄴ 이정열: 세상에 힘들지 않은 일이 어딨겠나. 아시다시피 기사 한 줄, 사진 한 장에도 많은 공력이 들어간다. 그러니 세상에 없는 것을 있는 것처럼 무대 위에 올리는 작업, 그리고 한 시간 반, 두 시간 가까이 이야기를 풀어가는 과정들, 무엇보다 귀한 시간을 내서 며칠 동안 준비해 극장까지 찾아오는 분들에게 합당한 '맛있는 상'을 준비하는 일이 쉽지 않다. 특히나 이번 '아랑가'는 기존에 공연을 보러 갔을 때 무대 위에서 폭탄이 팡 터지고 버라이어티한 일들이 펼쳐지고 해야 '뭘 봤네' 싶을 텐데 그런 것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고, 너무나 익숙해서 오히려 새로운 그런 무대지 않을까. 그렇기에 어떻게 관객에게 다가설 수 있을지, 한편으론 걱정도 됐다.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창작자, 연출부, 배우들이 함께해 우리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무대 위에 차분히 올리는 일을 해야겠다 하고 준비를 했다. 그렇게 서로 마음먹은 것들이 흔들리지 않도록 서로에게 힘을 주는 작업이 어려웠다 싶었다. 많이들 보러 와주시면 좋겠다.

정식 공연으로 올라가면서 무엇이 변하고 더해졌는지.

ㄴ 김가람 작가: 가장 크게 바뀐 점은 극장의 차이다. 이전에는 블루(소극장)에서 하다 원형극장인 블랙(중극장)으로 옮겨오게 됐다. 원형극장에서 어떻게 하면 가장 잘 보일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스토리는 이전에 아쉬웠던 부분에 대해 다른 창작진, 배우들과 많이 조율해가면서 수정했다.

판소리와 뮤지컬을 접목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텐데 어떤 고충이 있었고 계기가 무엇이었나.

ㄴ 이한밀 음악감독: 음악적으론 크게 변화되진 않았다. 밴드가 3인조에서 4인조로 늘어났고, 드라마가 수정된 부분에서 음악적으로 연결되는 부분들이 보강된 정도다. 저는 서양음악을 공부해서 국악을 '아랑가'를 준비하면서 배워가는 중이다. 도창으로 출연하는 박인혜 배우가 작창을 맡아주신 창작진이기도 하다. 긴 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누며 서양의 리듬, 우리의 선율과 서양의 멜로디를 어떻게 접목하는가에 대해 고민하고 충분한 회의와 선택과 수정을 거쳐 지금에 이르렀다. 아직 부족하지만, 앞으로도 계속 개발되면서 나아지지 않을까 한다.

이전에도 도미설화를 다룬 작품이 있었는데 어떠한 차별점을 두었는가.

ㄴ 김가람 작가: 사실 이 작품은 중앙대 동기인 저와 이한밀 감독의 졸업작품으로 시작됐다. 뮤지컬 '몽유도원도' 박동우 무대디자이너가 저희 교수님이셨다. 그래서 수업의 하나로 시작해 'ATSF' 용 작품으로 만들어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받았다. 그래서 리서치를 시작했는데 도미설화의 배경인 21대 개로왕이 아닌 4대 개로왕 시절의 고구려 첩자인 '도림'의 이야기를 합치면 재밌겠다는 생각으로 시작됐다. 개로라는 한 명의 욕망에 사로잡힌 인간이 어떻게 파멸해가는지를 집중해서 작품을 개발했다.

   
▲ 도창 역의 박인혜, 정지혜 배우.

판소리를 어떻게 만들고 어떻게 쓰려고 노력했는가.

ㄴ 박인혜: 판소리 작창한 소리꾼 박인혜다. 판소리가 어떻게 쓰이고 어떤 형식으로 극에 쓰였는지 말씀을 드려야 할 것 같다. 대본을 먼저 받고 판소리를 도창이 구현하는 소리로 쓰이고 싶단 이야기를 예술감독에게 들었다. 그럼 어떤 장면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어떻게 구현될까 생각했는데 가장 중점을 둔 것은 판소리를 판소리답게 부른다는 것이다. 음악적인 면도 있지만, 문학적인 면을 포함한 것이다. 판소리의 사설(가사)를 들여다보면 서사가 쭉 진행되다 어떤 장면에서 카메라가 줌 되듯 세세하게 섬세하게 때로는 장황하게 열거해간다. 이런 방식이 리얼리티를 살리며 관객에게 상상력을 불어넣어 주는 판소리의 특장점이다. 그런 점을 살려서 화려한 무대 퍼포먼스가 없어도 가능한, 판소리에 의해 사한이 죽음을 당하고 칼과 활이 날아다니고 백제의 숲과 아랑의 집을 오가는 연결고리를 만든 것이다. 대중에게 테크닉적인 것으로 인지되기 쉬운 분야다. 그래서 테크닉보다는 판소리의 본질인 감정과 상황을 전달하는 것에 중점을 두려고 했다.

   
▲ 아랑 역의 최주리, 김다혜 배우.

'아랑'을 어떻게 해석하고 있는지.

ㄴ 김다혜: 우선 텍스트를 기반으로 해서 아랑의 구체적인 성격이 드러나 있기 때문에 한국 고유의 정서가 담긴, 정절을 품고 있는 여성상이나 그 안에 내재한 강인함을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그런 면에서 계속 아랑을 구축해가며 무대 위에서 표현하고, 관객에게 그냥 연약한 여성의 모습이 아닌 현명하고 지혜로운, 강인한 여성의 모습으로 비칠 수 있도록 발전시켰다.

   
▲ 개로왕 역의 윤형렬, 강필석 배우

'부채'가 소품으로 많이 등장하는데 어떤 의미인지 궁금하다.

ㄴ 강필석: 무대도 그렇고 부채 또한 상징성을 많이 가져가려고 노력했다. 어떤 인물, 활이나 칼이 되기도 하고, 거의 모든 소품을 부채로 대신하고 있다. 정확한 의미는 연출이 대답하셔야겠지만 제 생각엔 최대한 표현 같은 것을 자제하면서 표현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하신 게 아닐까 싶다.

'아랑가'가 21세기의 우리에게 어떤 작품으로 비쳤으면 좋겠는가.

ㄴ 김가람 작가: 물론 이 작품은 많은 분에게 생소한 백제의, 개로왕의 이야기다. 고구려 장수왕 시절이긴 하지만 패자의 역사이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잘 몰랐으리라 생각한다. 역사적 사실이나 무언가를 고증하려는 것은 아니고 단지 가질 수 없는 것에 욕망하고 집착하고 결국 자신이 정말 추구해야 하는 것을 잃어버린 채 자기 자신을 파멸시키고 마는 한 인간의 이야기를 그려내고자 했다. 관객이 작품을 보고 우리가 정말 죽음의 순간으로 나아가는 삶의 순간에서 진정으로 추구해야 할 것이 무엇인가를 고민해보셨으면 좋겠다.

   
▲ 사한 역의 최석진, 김현진 배우.

국악을 소재로 하는 작품은 많았지만 '아랑가'는 뮤지컬 넘버로 썼다. 굉장히 실험적인데 어떻게 시도한 것인지 스토리가 궁금하다.

ㄴ 김가람 작가: 23살 때인 학생 시절에 생각하긴 어려운 부분이었다. 교수이자 지금도 예술감독으로 함께 해주고 계신 박동우 무대디자이너가 제안해주셨다. 저희가 참가했던 'ATSF'의 주제가 '전통극의 현대화'였고 6명의 배우가 60분 안에 이야기를 풀어내야 하는 룰이 있었다. 그래서 판소리가 이야기를 압축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장르이고 우리의 훌륭한 전통극이기에 딱 맞다 생각해 접목해보게 됐다. 그래서 그 당시에는 캐릭터의 배경 설명 같은 부분은 소리와 아니리로 풀었고 '핏빛 두 눈'처럼 눈을 뽑는 강렬한 장면에는 뮤지컬에 소리를 결합하는 등으로 작업했었다. 이후 개발이 되며 많은 것들이 바뀌었지만, 뮤지컬과 소리의 결합을 점점 더 추구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같다.

   
▲ 도미 역의 이율, 고상호 배우

개로왕과 도미 장군에 대해 어떻게 해석하고 소화했는지 캐릭터 설명을 좀 듣고 싶다.

ㄴ 윤형렬: 제가 알기로 '도미설화'는 현실이 아니다. 개로왕이 패자의 나라인 백제의 왕이었기에 그를 비하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도미설화'라고 들었다. 설화의 내용을 보면 정말 전형적인 악역이다. 그래서 '아랑가'에서는 개로가 악역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노력했다. '예쁘게 볼 구석이 없는' 개로를 어떻게 관객에게 잘 보일 수 있을지. 프롤로그에서부터 나오는 '태자의 저주' 같이 어릴 적부터 시달려온 것을 컨셉으로 잡아 상식 밖의 인물이 됐을 것으로 생각했고, 궁지에 몰릴 대로 몰린 사람이 꿈속 여인인 '아랑'을 향해 치닫게 될 수밖에 없는 모습을 관객에게 이해시키는 게 숙제이자 목적이었다. 그래서 이런 역할임을 잘 느끼게 하려고 최대한 불쌍해 보이려고 노력했다.

ㄴ 고상호: 일단 객관적으로 대본을 처음 봤을 땐 이미 '장군'이란 타이틀이 있었기에 장군의 모습을 자주 보다가 대본에 집중할수록 감성적인 측면을 많이 발견했기에 그런 부분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 지금도 계속 노력 중이고 완성됐다곤 할 수 없다. 장군으로서 나라를 지키려는 모습이나, 아랑에게만은 '부인 바보'가 돼서 사랑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야 왕과의 대립에서 더 비극으로 갈 수 있다 생각했다.

   
▲ 각본을 맡은 김가람 작가.

마지막으로 한 마디 부탁한다.

ㄴ 김가람 작가: 판소리가 병풍 하나, 고수에 북 하나, 창자에 부채 하나로 적벽대전도 풀어내고 인당수에 빠지는 심청이도 풀어냈다. 우리 소리가 그랬듯이 채우기보단 비워내고, 말하기보단 바라보는 것으로 극을 풀어내고자 했다. 많이 어려운 작품이지만 비극의 아름다움을 보여 드리기 위해 노력했고 앞으로도 노력 많이 하겠다. 찾아와주셔서 감사드린다.

   
▲ 전 출연진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문화뉴스 서정준 기자 some@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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