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금'의 뮤지컬 '맘마미아!' 현장에서 느낀 점

   
 

[문화뉴스] 뮤지컬 '맘마미아!'라면 모두 이름 정도는 들어보았을 것이다.

한국에서 10년째 장기공연을 호평 속에 이어오고 있는 뮤지컬이자, 월드와이드 6억 달러의 수익을 낸 메가히트 영화인 뮤지컬 '맘마미아!'. 20세기 유명 밴드인 아바(ABBA)의 음악을 그대로 옮겨온 쥬크박스형 뮤지컬인 '맘마미아!'는 또 중장년층이 사랑하는 작품으로도 유명하다.

'토토가', '써니', '응칠 시리즈' 등을 통해 우리는 8, 90년대의 것들을 다시 한 번 소비해왔다. 그런 요즘의 시대상과 맞물려 70년대를 기억하는 이들이라면 더욱더 사랑받을 충분한 준비가 되어 있는 작품 '맘마미아!'가 공연 중인 샤롯데 씨어터를 찾아갔다. 기자의 나이는 아바가 해체한 82년 이후 출생이다.

   
 
   
 

실제 도착한 샤롯데 씨어터는 작품의 홍보자료에도 쓰여있듯 중장년층의 문화활동을 끌어낸 작품답게 평소 다른 뮤지컬에 비해 월등히 많은 중장년층, 그중에도 특히 삼삼오오 함께 온 여성 관객이 유독 많았다. 과연 '아바'의 추억을 향유하는 세대가 어디쯤인지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자리에 앉아 실제로 마주한 '맘마미아!'는 단순히 추억만을 내세운 작품이 아니었다.

이날의 캐스팅은 소피 역에 김금나, 도나 역에 신영숙, 타냐 역에 김영주, 로지 역에 홍지민, 샘 역에 남경주, 해리 역에 이현우, 빌 역에 오세준, 페퍼 역에 유승엽이었다. 뮤지컬 배우 1세대인 남경주부터 완전 신인급인 김금나까지 고루 분포된 캐스팅은 어떤 시너지를 불러일으킬지 한층 기대감을 주었고 8시가 약간 넘어 공연 시작을 알리는 소리와 함께 샤롯데의 불이 꺼지고 막이 올랐다.

여기서 하나 짚고 가자면 '맘마미아!'는 사실 뮤지컬로 태어났지만, 뮤지컬이기에 아쉬울 수밖에 없는 작품이다. 작품의 배경이 그리스의 휴양지를 담고 있는데 공연예술의 한계상 아무리 푸른 톤의 배경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려고 해도 장대하게 펼쳐지는 '진짜' 바다를 상대하기엔 사실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푸른 해양지 속에서 아만다 사이프리드가 수영복을 입고 활보하는 영화가 6억 달러 이상의 히트를 기록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설사 아만다 사이프리드가 뮤지컬에 직접 등장하더라도 그러한 면은 아쉬울 것이다.

하지만 공연예술의 힘은 결국 무대 위의 배우에서 나온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판 '맘마미아!'의 힘은 초연부터 쭉 10년여를 함께 해온 스태프들의 지원을 온전히 받아 무대 위에서 아름답게 펼쳐내는 배우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신영숙이 연기한 도나는 거의 모든 면에서 압도적인 분량과 비중을 자랑하는 역할인데 도나의 주요 넘버마다 박수가 쏟아지며 관객의 마음을 '심쿵'하게 했다.

   
 

어째서일까? 도나는 한국에선 요즘에서야 주목받는 '독립적인 여성상'에도 일정 부분 부합하는 인물이라 할 수 있다. 미혼모로서 소피의 아빠가 누군지 정확히 모르면서도 꿋꿋이 소피와 함께하기 위해 호텔을 일궈낸 그녀의 애절한 사연과 소피를 향한 애정, 거기에 40대가 됐음에도 과거의 연인들을 보자 '맘마미아!'를 외치며 두근대는 복잡한 소녀의 마음마저 가지고 있는 그녀를 보며 단순히 아바를 추억하는 쥬크박스 뮤지컬을 넘어서서 '맘마미아!'가 많은 중장년 여성 관객에게 오랜 시간 사랑받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자유로운 연애와 이혼에도 쿨한 타냐와 책임감 따윈 너무 무겁다는 로지와 달리 이 모든 시련에도 묵묵히 인내하는 도나의 모습 속에서 여성 관객들은 너무 힘들고 팍팍한 현실 속에서 우리도 그렇게 되고 싶지만 되기 힘든 '멋진 엄마'의 모습을, 내가 되고 싶던 모습을 보게 되는 것이 아닐까. 물론 동시에 타냐와 로지를 통해 자유에 대한 대리만족(?)도 가능하다.

   
 

물론 세상에 완벽한 것은 없기에 단순히 비판적인 시각에서 보자면 '맘마미아!'는 앞서 말한 것이나 흥행 성적과는 별개의 시각을 가져볼 부분들이 더러 있다. 예를 들어 위의 이야기를 반대로 생각해보자면 도나에게 너무 많은 비중을 주지 않나 할 수도 있다. 극의 클라이막스라 할 수 있는 'The Winner Takes It All'에 다다르는 지점에선 도나가 세곡을 연달아 부르기도 한다. 또 해석의 여지에 따라서 소피는 결혼식 소동을 만들고 무책임하게 없던 일로 만들어 버리는 민폐 캐릭터가 돼버릴 수도 있다. 남자들 또한 여자들을 위해 다소 작위적으로 설정되어 보일 수도 있다. 일례로 스카이가 소피에게 실망했다며 다시 생각해보자고 했다가 별다른 화해 없이 그대로 결혼식이 진행되는 것은 아쉬운 지점이다.

하지만 그런데도 이 작품의 진짜 의의는 앞서 말했듯 아바의 음악을, 추억과 향수를 집약시킨 도나를 통해 그녀를 바라보는 관객과의 '소통'에 있다고 생각된다. '맘마미아!'의 부제를 보면 '당신의 인생이 빛나는 순간!'이다. '맘마미아!'와 함께 하는 160분의 시간이 관객에게 얼마나 빛나는 순간이 되겠는가. 그 순간은 커튼콜 때 전원 기립하는 것으로 증명된다. 비록 일어나도 제대로 된 멋진 춤 한번 추지 못하고 그저 어깨를 들썩거리는 정도지만, 관객들에게는 한풀이 춤과도 같은 경험이지 않을까. 당당히 키높이 구두에 반짝이 의상을 입고 무대를 활보하는 그들의 아바타를 바라보면서.

   
 

문화뉴스 서정준 기자 some@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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