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잔디를 태우는 '행위'와 불타는 '현상', 그 '흔적'을 예술로 수용한 대지 미술의 역사적 시도가 재연됩니다.

국립현대미술관이 김구림의 '현상에서 흔적으로 - 불과 잔디에 의한 이벤트'(1970년)를 46년 만에 재연합니다. 18일 오후 1시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야외 조각공원에서 열리는 이번 퍼포먼스는 한국 초기 아방가르드 미술을 재조명하고 국립현대미술관이 마련한 '과천관 30년 특별전'의 시작을 알리는 의미가 있습니다.
 

   
 

'현상에서 흔적으로 - 불과 잔디에 의한 이벤트'는 1970년 4월 11일 한강 살곶다리 부근에서 잔디를 불로 태워 삼각형의 흔적을 남긴 김구림의 대표적인 대지 미술입니다. 한강변 경사진 둑에 지그재그 선을 그어 7개의 삼각형을 만들고 그 모양에 따라 차례로 불을 질러 까맣게 탄 삼각형 4개와 불에 타지 않은 푸른 잔디 삼각형 3개를 남긴 작업이죠. 태우는 행위와 과정에서 불에 검게 그을린 잔디와 그렇지 않은 곳의 선명한 차이를 '현상'으로 드러냅니다. 하지만 새싹이 돋고 자라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그 차이는 점차 흐려져 '흔적'을 남기거나 완전히 사라지게 되죠.

작가는 불로 태운 곳에 새순이 파랗게 자라는 자연변화 과정을 통해 사람이 태어나고 죽는 생명 순환 과정을 담아내고자 했습니다. 이에 따라 제목도 '현상에서 흔적으로'라고 붙이게 됐죠. 작업의 결과로 태워진 삼각형 4개와 타지 않은 삼각형 3개는 죽음과 탄생, 음과 양의 개념을 드러냅니다.
 

   
 

[글]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사진] 국립현대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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