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성과 노력 사이에 놓인 두명의 음악가

   
 

[문화뉴스] "난 선택 받았다 믿었지. 나를 과대평가하면서. 그러나 난 이기기 위해서 파멸하고 말았네."-내 승리의 희생자(Victime De Ma Victoire)

에디슨은 "천재는 1%의 영감과 99%의 노력으로 이루어진다"라고 말하며, 노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우리는 '천재성'이 분명히 존재하는 것을 감각적으로 느끼고, 특히 예술가에 있어서는 천재성을 더욱 주목한다. 여기 천재성과 노력에 관한 실존 인물인 모차르트와 살리에르를 다룬 두 편의 뮤지컬이 있다.

 

1756년 1월 27일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에서 탄생한 아이는 성 루퍼트 대성당에서 '요하네스 크리스토스토모스 볼프강구스 테오필루스 모차르트(Johannes Chrysostomus Wolfgangus Theophilus Mozart)'라는 긴 세례명을 받는데 '신의 은총을 받은 자'라는 뜻을 가진다. 이름 때문이었을까 모차르트는 어릴 때부터 비상한 재능을 발휘한다. 

 

처음 듣는 악상도 완전히 기억해서 연주하고 악보로 적을 수 있었고, 이를 발전시키기까지 했다. 또한, 모차르트는 626곡 이상을 작곡하였으며 오페라와 교향곡, 협주곡, 독주곡을 포함한 실내악곡, 미사곡, 종교음악, 디베르티멘토 등 규모와 장르 전 분야를 아울러 뛰어난 작품들을 남겼다. J.S.바흐나 브람스, 슈베르트는 오페라를 남기지 않았거나 작곡은 했으되 성공하지 못했고, 큰 규모의 작품에 정통했던 작곡가들이 실내악에는 별다른 재능을 보이지 않았던 것을 고려하면 모든 장르에서 눈에 띄는 곡을 남긴 모차르트의 성과는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 2016 살리에르 공연 기자간담회
지난 13일 막을 내린 뮤지컬 '살리에르'는 오스트리아 빈에서 궁중음악가로서 전성기를 보내고 있는 살리에르가 그 앞에 나타난 젊은 천재 모차르트를 만나면서 겪는 음악적 질투와 우정의 감정을 복합적으로 겪는 것을 그린다. 시대는 인정했지만, 역사는 잊어버린 예술가인 살리에르의 내면에 초점을 맞춘 작품이다. 

그간 살리에르는 모차르트를 독살한 악인으로 그려졌으나, 이번 작품에서는 노력하는 예술가의 인간적인 모습을 그려냈다. 또한, 내적 자아인 '젤라스'라는 인물을 추가해서 그의 내면적인 갈등을 효과적으로 드러냈다. 특히 당대에 모차르트보다 더 잘나간 살리에르가 유일하게 그의 음악을 알아볼 수 있는 귀를 가진 인물로 묘사되면서, 모차르트에 대한 긍정적인 의미의 질투와 우정, 음악적 존경심도 표현한 작품이다.

   
▲ 아마데우스 공연 기자간담회
월드 프리미어 프렌치 내한공연인 뮤지컬 '아마데우스'는 제목만큼이나 모차르트라는 천재적인 인물의 일대기에 초점을 맞춘 작품이다. 모차르트의 음악을 무시하는 종교적인 억압을 떠나 모차르트는 여행길에 오른다. 그 과정에서 첫사랑을 만나 사랑에 빠지고, 실패하고, 어머니의 죽음을 경험한다. 콜로레도 대주교로부터 여전히 억압을 받지만, 오스트리아 황제 요제프 2세로부터 모차르트는 인정을 받기 시작하고, 궁정음악가 살리에르 역시 그의 음악을 알아본다. 

"후궁으로부터의 유괴", "피가로의 결혼", "돈지오반니"가 작곡되는 동안 모차르트는 첫사랑의 동생인 콘스탄체와 결혼한다. 모차르트를 응원한 아버지 레오폴드 역시 세상을 떠나고, 라크리모사로 알려진 그의 마지막 곡 "레퀴엠"을 의문의 남자로부터 의뢰받고, 결국 이를 미완으로 남긴 채 천재는 세상을 떠난다.

'아마데우스'는 모차르트가 작곡한 음악을 따라가며, 작곡되던 당시 모차르트의 삶이 어떤지 따라가 볼 수 있다. 첫사랑에 빠졌을 때, 어머니의 죽음을 경험했을 때, 인정받기 시작했을 때, 결혼할 때, 죽음의 기운을 느꼈을 때. 작품은 작곡가의 심리와 배경을 반영했다. 모차르트를 따라가는 음악적 일대기 여행이라고 할 수 있겠다. 모차르트의 아버지는 모차르트가 여섯 살일 때부터 연주여행을 함께 떠나면서, 그가 각지의 음악을 빠르게 흡수하여 자기의 것으로 만들 수 있는 시간을 주었다. 그의 전 생애 중 14년 정도를 길 위에서 보내게 되는데 이 중에는 그 기간이 3년 반 동안 계속된 경우도 있었다. 

   
▲ 음악적 재능으로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은 자유로운 영혼의 모차르트
모차르트의 전기를 쓴 작가 마르틴 카디유는 '여행하다', '방랑하다'라는 뜻의 독일어 'Wandern'에는 다른 나라의 말에는 없는 높은 시(時)가 깃들어 있다고 한다. 모차르트의 여행 역시 단순한 여행 그 이상으로 그에게 많은 영감과 경험을 가져다준 그의 음악의 원천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따라서 그의 음악과 삶을 이해하기 위해 모차르트의 여행 발자취를 따라간 이번 작품은 그에 대한 이해에 효과적이라고 할 수 있다.  

'아마데우스'에서 살리에르는 처음에는 모차르트의 음악을 빈정대며 무시하지만, 모차르트의 음악을 들은 후 자신의 의지에 상관없이 그의 음악에 서서히 매료되는 것을 경험한다. 그러나 모차르트의 "후궁으로부터의 유괴"가 큰 성공을 거두자, 살리에르는 이에 큰 패배감을 맛보고, 이후 "피가로의 결혼"에 귀족들에게 모욕감을 주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고 모함하여 작품 상영을 중지시킨다.

 
모차르트에게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우는 동안, 살리에르 역시 그간 승승장구했던 자신의 음악적 능력에 커다란 회의감을 느낀다. 결국, 살리에르는 모차르트를 찾아가 그동안 부정하고 싶었던 모차르트의 음악성과 능력을 인정하고 스스로 가졌던 패배감을 덜어낸다.
   
▲ 살리에르 역, 모차르트 역
여기에서 살리에르는 모차르트의 천재성을 주목한 주변적 인물로 묘사된다. 주로 사실관계에 중점을 두어 살리에르와 모차르트의 관계를 묘사했으며, 살리에르가 가진 질투나 패배감은 비교적 '살리에르'에 비해 단순하게 그려진다. 그러나 후반에 살리에르가 모차르트를 인정하는 장면을 추가함으로써 둘 사이에 화해와 우정을 보여준다.

이 두 작품에 앞서 영화 '아마데우스(1984)'에서 모차르트는 시대를 앞서간 천재, 살리에르는 열정만 있고 재능은 모자란 노력파, 둘 사이는 철저한 앙숙으로 그려진다. 러시아의 문호 푸시킨은 희곡 '모차르트와 살리에르'에서 살리에르가 모차르트를 질투하다 그를 독살한 것으로 그려냈다.

살리에르와 모차르트를 영원한 앙숙으로 그린 기존의 작품과 다르게 '아마데우스'와 '살리에르'에서 둘은 아름다운 경쟁을 한두 명의 천재로도 읽을 수 있다. 이는 최근에 둘이 함께 작곡한 칸타타 '오필리아의 회복된 건강을 위하여'가 지난해 11월 발견된 것에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추론해볼 수 있다. 230년 전 발견된 곡은 이제야 두 사람이 살아 생전 함께 작업한 곡이라고 알려졌고, 세상에 빛을 보게 되면서 두 명의 예술가에 대해 재조명해본 것이다.

   
▲ 스스로의 질투와 갈등에 파멸해가는 살리에르
이러한 측면을 볼 때, 푸쉬킨이 쓴 살리에르의 모차르트 독살설은 설에 가깝다. 아직도 그의 사망 원인에 대해 정확하게 규명하지 못하고 미스터리로 남아있다. 모차르트는 장송곡 '레퀴엠'을 마무리하던 1791년 12월 5일 35살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모차르트의 사망 원인으로는 병으로 죽었다는 설과 엄청난 다작에 의한 과로, 살리에르의 질투에 의한 독살설, 프리메이슨 비밀을 누설했다는 이유로 독약을 먹여 서서히 죽게 했다는 것이 있다. 이외에도 류마티스성 심장판막증과 급성내막염, 신장결석, 심장질환, 폐렴, 수은 중독설, 포크 커틀렛에 의한 선모충병 등 100가지가 넘는다.

영화 '아마데우스'에서 살리에르가 의뢰한 것으로 나오는 그의 장송곡 '레퀴엠'은 실제로는 발제크 백작이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는 아마추어 음악가로 친구들에게 자신의 재주를 과시하고 싶어 시종을 시켜 모차르트에게 많은 돈을 줄 테니 자신이 작곡한 것처럼 속일 수 있도록 진혼곡을 만들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늘 피곤과 병에 시달리던 모차르트는 그 귀족 의뢰인의 시종이 바로 자기 죽음이 다가왔음을 알리러 온 저승사자라고 착각했기에 모차르트의 죽음을 재촉했다는 것이라는 설도 전해진다

   
▲ 힘들어하는 모차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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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살리에르'는 이 진혼곡인 '레퀴엠'으로 시작해서 '레퀴엠'으로 끝을 맺는다. 음악은 비교적 클래식하며, 모차르트와 살리에르에게 기대한 정도의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

반면, 뮤지컬 '아마데우스'는  'MOZART, L'OPERA ROCK'을 부제로 한다. 클래식을 기반한 곡은 현대적인 캐릭터와 현대적인 록 오페라로 변주되어 모차르트의 음악을 재탄생시켰다. 모차르트라는 이름만 듣고 클래식한 공연을 기대하고 갔던 관객이라면 실망할 수 있겠으나, 매력적인 음악이 곡을 지배함은 분명하다. 

이번 작품의 넘버들은 프랑스 음악차트를 석권하며, 유럽 전역에 신드롬을 불러일으켰고, 2010년 프랑스 최고의 대중음악 시상식인 NRJ Music Awards에서 올해의 노래상, 신인상, 그룹상 3관왕에 오르며 대중성과 작품성 모두를 인정받은 곡이다. 또한, 익히 알려진 클래식한 넘버인 '라크리모사', '교향곡 10번', '세레나데 13번', '오페라 후궁으로부터의 탈출',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도 현대적인 음악과 조화롭게 쓰인다.

   
▲ 아마데우스 공연 중
이번 작품에서 모차르트 역을 맡은 미켈란젤로 로콩테는 "나는 '심포니 록'을 평소 추구한다. 프로듀서로부터 공연 의뢰를 받았을 때, 살짝 비정상적인 내가 있는 그대로를 표현하면 모차르트를 표현할 수 있을 거라고 했다"고 언급하며, 마니아 팬층이 있는 이번 공연의 특별한 음악에 관해 설명했다.
 

뮤지컬 '살리에르'는 아쉽게도 지난달 18일부터 3월 13일까지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공연하여 막을 내렸다. 록과 만난 모차르트의 뮤지컬 '아마데우스'는 11일부터 4월 24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문화뉴스 김진영 기자 cindy@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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