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아마데우스'와 '헤드윅' 비교 리뷰

   
 


[문화뉴스]
적요하고 숙연했던 겨울이 지나 요란한 소리들이 우리의 귓가를 쿵쿵 울린다. 잠잠했던 봄을 깨우며, 뭉쳐있던 우리의 어깨를 풀어주는 뮤지컬 두 편이 찾아온 것이다. 화끈한 록(rock)으로 넘버들이 구성된 뮤지컬 '아마데우스'와 '헤드윅'이다. 현재 뮤지컬 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아마데우스'와 '헤드윅'은 어떻게 각기 다른 모습으로 록뮤지컬의 매력을 뽐내고 있을까?

규정짓거나 결박할 수 없는 두 사람, 모차르트와 헤드윅

   
뮤지컬 '아마데우스' ⓒ 마스트엔터테인먼트

우선 각 뮤지컬을 이끌어가는 두 주인공을 비교해보자. 우리는 이미 영화 '아마데우스'로 모차르트에 대한 환상이 깨져버렸다. 뮤지컬 '아마데우스'도 이 모습을 이어갔다. 모차르트는 엄숙하고 진중한 사내라기보다는 고루한 전통과 강력한 규칙에 얽매이기 싫어하는 자유분방한 사내로 그려진다.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적어도 예술이나 과학을 하는 사람은 여행을 하지 않으면 비참해지거든요. 또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만일 대주교가 저에게 2년마다 여행을 허록하지 않으면 저는 어떤 자리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라고 말하는 모차르트는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영국, 프랑스를 비롯해 전 유럽을 돌아다녔다. 어느 한 곳에 가둘 수 없는 사람이었다.

그를 후원하던 지기스문트 대주교가 사망하고, 콜로레도 백작 히에로니무스 대주교가 후원자가 되자 관계가 악화돼 후원에서 벗어나 자립을 감행한다. 이는 모차르트를 헨델 이후 공식적인 후원 없이 자립을 감행한 최초의 작곡가로 기억하게 만들었다. 몇 년이 지나고는 황제 요제프 2세가 모차르트를 궁정 작곡가로 임명되기도 한다.

 

   
뮤지컬 '헤드윅' ⓒ 창작컴퍼니다

한편, 헤드윅 또한 만만찮게 한 곳에 묶어둘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헤드윅을 분명하게 정의할 수 있는 단어는 없다. 우선 헤드윅을 지칭할 삼인칭 대명사를 분명히 할 수 없다. 헤드윅에게 '그'라고 해야 좋을지, '그녀'라고 해야 좋을지 혼란스럽다. 헤드윅은 남성성을 포기하려 성전환 수술에 임하지만 실패로 끝나면서 6인치에서 5인치만 잘려나간, '화난' 1인치의 성기를 가진 남자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자유가 억압된 동독에서는 더 이상 머물 수 없었던 헤드윅은 '한셀'이라는 본명을 버리고 친모의 본명 '헤드윅'이라는 이름으로 남편을 따라 미국으로 건너간다. 이곳에서도 베이비시터, 매춘부, 록밴드 앵그리인치 밴드 보컬로 활동하며 하나로 규정지을 수 없는 인생을 살아간다.

록(rock)으로 담아내는 그들의 인생

   
뮤지컬 '아마데우스' ⓒ 마스트엔터테인먼트

뮤지컬 '아마데우스'는 2012년도 한국어 라이선스 초연 때 '모차르트 오페라 락'이라는 이름으로 관객들을 찾아온 적이 있다. 뮤지컬은 모차르트가 음악여행을 떠나는 시점부터 사랑, 절망, 성공 그리고 죽음에 이르는 순간까지를 그린다. 무대에서는 그가 실제로 작곡했던 'Variations On `Ah, Vous Dirais-Je,Maman, K 265', 'Requiem in D minor K626' 등의 곡들은 물론이고, 모차르트와 살리에르의 이야기를 재구성하며 그들의 심정을 표현한 록 음악들이 넘버로 구성됐다.

 

   
뮤지컬 '아마데우스' ⓒ 마스트엔터테인먼트

주목할 만한 점은 록이라는 장르로 생각과 마음을 표현하는 모차르트의 모습이다. '아마데우스'는 실제로 오페라를 부르는 성악가가 등장하기도 하며, 모든 등장인물들이 18세기 유럽이라는 시공간을 담아내는 의상과 가발을 착용한다. 하지만 모차르트는 유일하게 가발을 쓰지 않고 등장한다. 현대적인 모습으로 전통과 권위에 도전하는 모차르트에게 록이라는 장르는 매우 잘 어울린다.

'Tatoue Moi (나를 새겨주오)', 'Vivre a en crever (자신을 불태우며 살아야 해)', 'L'assassymphonie (살인 교향곡)' 등의 흥겨운 록 사운드는 모차르트를 정제되고 가지런한 마음으로 대하던 우리의 고정관념에 반기를 들게 한다.

 

   
뮤지컬 '헤드윅' ⓒ 창작컴퍼니다

'아마데우스'의 록이 흥겹고 어깨를 들썩일 수 있는 사운드라면, '헤드윅'의 록은 도저히 의자에 얌전히 앉아 있을 수 없게 만드는 격렬한 들썩임을 수반하게 한다. 'Sugar Daddy', 'The Angry Inch', 'The Origin of Love' 등의 넘버는 록 콘서트에 갔을 때나 들을 수 있을 만한 강력한 사운드로 내면 깊숙이 잠재돼 있던 관객 개개의 흥을 이끌어낸다.

뮤지컬 '헤드윅'은 관객들과 호흡하는 점에 있어 록콘서트를 떠올리게 하는데, 파워풀한 라이브 사운드를 기반으로 스토리 중심의 일반 뮤지컬에서는 보기 힘든 자막, 영상, 조명 등을 활용하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관객들은 헤드윅이 부르는 넘버의 가사를 같이 따라 부를 수 있게 된다.

뜻하지 않게 불행한 일들을 연이어 겪어야 했던 고독한 소년 한셀. 그를 지독한 삶에서 벗어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유일한 탈출구는 미군방송에서 틀어주는 '게이 록커'들의 아름다운 음악이었다. 그렇게 한셀은 헤드윅이 되어 록을 부르며 이분법적인 사고에 꽉 막혀 있는 세상에게 엿을 날린다.

 

   
뮤지컬 '헤드윅' ⓒ 창작컴퍼니다

살고있는 시공간 속에 속박시킬 수 없는, 하나의 정의로 규정지을 수 없는, 자유를 기반으로 삶의 역동성을 표현해내던 모차르트와 헤드윅. 굴레에서 벗어나 개개의 생동성을 뽐내던 이들이 파격과 저항을 품고 있는 록 정신(rock spirit)과 어우러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만남일 지도 모르겠다.

문화뉴스 장기영 기자 key000@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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