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단 '근현대 희곡의 재발견' 기자간담회 열려…'국물 있사옵니다'·'혈맥'·'산허구리' 공연

   
▲ (왼쪽부터) 서충식 '국물 있사옵니다' 연출, 김윤철 국립극단 예술감독, 윤광진 '혈맥' 연출, 고선웅 '산허구리' 연출이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문화뉴스] "외국 사람들은 자기네 문화권의 고전 작가를 동시대화하면서 레파토리를 풍부히 하고 있는데, 우리는 왜 그러지 못할까에 대한 반성이 있었다."

김윤철 국립극단 예술감독의 의지는 올해도 이어졌다. 김윤철 예술감독이 국립극단에 부임한 2014년부터 시작된 '근현대 희곡의 재발견'은 올해로 3년 차를 맞이했다. 2014년 신임 예술감독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우리나라가 단기간에 근대에서 현대로 넘어오면서 사회적으로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고, 국립극단은 이러한 문제를 짚어보고, 해결하기 위해 한국인의 정체성을 직시하고, 발견하고, 인식하는 데 도움을 주는 연극을 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렇게 시작한 '근현대 희곡의 재발견' 시리즈는 2014년 '살아있는 이중생 각하'(오영진 작, 김광보 연출), 2015년 '이영녀'(김우진 작, 박정희 연출), '토막'(유치진 작, 김철리 연출)에 이어 올해는 3편이 관객들을 찾는다.

올해는 4월 6일부터 24일까지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열리는 '국물 있사옵니다'(이근삼 작, 서충식 연출), 4월 20일부터 5월 15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막이 오르는 '혈맥'(김영수 작, 윤광진 연출), 10월 8일부터 30일까지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열리는 '산허구리'(함세덕 작, 고선웅 연출)가 준비 중이다.

23일 오후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근현대 희곡의 재발견'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김윤철 예술감독을 비롯해 서충식, 윤광진, 고선웅 연출이 참석했다.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세 작품이 어떤 의미로 기획됐는지 확인해본다.
 

   
▲ 김윤철 국립극단 예술감독이 프로그램을 설명하고 있다.

'근현대 희곡의 재발견' 프로그램을 소개해달라.
ㄴ 김윤철 : 국립극단의 연극을 기획하면서 역점 둔 것은 한국인의 정체성이다. 정체성 문제를 세 가지 관점에서 기획하고 있다. 하나는 우리의 과거로부터 우리가 어디에 이르렀는가다. 과거를 알아야 현재를 알 수 있다. 과거로부터 현재의 정체성 근원을 찾는 것이 있다. 또 하나는 동시대 한국인을 어떻게 규정하고, 어떻게 디자인하고 있는가 그 틀을 찾는 동시대적 방법이다. 마지막으로 외부의 시각인 외국의 작품에서 우리를 들여다볼 수 있는 세 가지가 기획의 초점이다.

근현대 희곡 시리즈를 시작했을 때 든 기본적 생각은 한국 극작 연극이 우리의 근대 문명부터 시작되어 역사가 길지 않다는 부분이었다. 직접적인 원인은 오늘날 참 좋은 창작극을 찾기가 어렵고, 여러 기획을 통해 창작극 독려를 하면서, 작품 올리는 단계까지 가는 것이 어렵기도 했다. 두 번째로 내가 외국 페스티벌을 자주 다니다 보면, 그들도 동시대적 작가에 의해 쓰인 창작보다 셰익스피어나 체홉 같은 고전을 동시대적으로 지역화하고 현대화하는 쪽에 더 역점을 두고 있다고 생각했다.

현대화된 셰익스피어를 통해 오늘날 우리의 삶을 반추하는 데 효과적인 접근법이라는 것을 경험적으로 많이 체득했다. 외국 사람들은 자기네 문화권의 고전 작가를 동시대화하면서 레파토리를 풍부히하고 있는데, 우리는 왜 그러지 못할까에 대한 반성이 있었다. 그래서 근대극을 다시 보는 시간을 가졌더니, 놀랍게도 우리 근대극에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발견하지 못한 연극적인 업적이 많이 발견됐다.

현대 작가들이 포기하고 있는 서사라든지, 등장인물을 성격화한다든지, 언어라든지 근대의 천재적 작가들은 상당히 탄탄하게 그 부분에 접근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주요 작품이 일본강점기 이야기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동시대적 담론에 크게 연결되고 있다고 봤다.
 

   
▲ 연극 '국물 있사옵니다' 포스터

다양한 형식과 양식이 실험적으로 나오지만, 메인 스트림은 리얼리즘이 한국연극을 어떻게 형성해왔느냐는 생각을 했다. 여러 기획적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런 취지에서 근현대 시리즈를 기획했다. 다행히 연극학도부터 일반인까지 관객들이 높은 관심을 보여줘 그동안 좋은 성과를 봤다고 생각한다.

한 해 프로그래밍하면서 기획적 작품을 선정한다. 2014년엔 "우리를 스스로 돌아보자"고 생각했다. '남만 탓하고 싸움만 하는 갈등을 변화하기 위해 스스로 돌아보며, 나에 대한 이해를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해 '자기응시'를 보여주고자 오영진 작가의 '살아 있는 이중생각하'를 했다. 한국에도 이만한 세계적인 작가가 있겠는가 싶었다.

작년엔 해방 70년을 맞이해 '해방'과, 해방의 이면인 '구속'을 검토해보고 우리가 무엇으로부터 해방되어왔는지를 보여주기 위해 김우진의 '이영녀'와 유치진의 '토막'을 했다. 특히 '이영녀'는 한국 초연이었다. 90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좋은 작품을 한 번도 하지 못한 것이 충격적이었고, 우리 작품을 왜 등한시했는가 한 아픔도 있었다.

올해는 '도전'이다. 도전이라고 하는 주제는 주제적 도전도 포함되긴 하겠지만, 미학적 도전을 크게 염두에 두고 기획해왔던 프로그램이다. 우리가 근현대극 시리즈로 올해는 과감하게 세 작품을 했다. 도전이라는 의미를 생각해 평소 보다 작품을 늘렸다.

그 중 첫 번째가 현대 작가로 알려진 이근삼 선생의 작품이다. 작품집을 보면 수십 편을 쓰셨지만, 그 중 '국물 있사옵니다'가 우리 시대와 맞았고, 연극적으로, 희곡문학적으로 탄탄한 우수한 작품이라 봤다. 어두운 이야기들만 많이 보여드렸는데, 코미디로 한 것은 올해 나의 도전이기도 하다. 가벼운 코미디는 아니고, 우리를 한 번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되는 아픔을 수반하는 그런 코미디다.
 

   
▲ 연극 '혈맥' 포스터

'혈맥'은 김영수라고 하는 오영진과 거의 같은 업적을 남긴 탁월한 극작가의 대표작이다. 라디오 드라마, TV 드라마를 많이 써서 연극과 멀어져 말년엔 연극 활동은 거의 없어졌다. 그래서 연극계 기억에서 사라진 감이 없지 앉아 있지만, 이 작가만큼 리얼리즘을 완성한 작가가 없다. 그 가운데 대표작이 '혈맥'이다. 미 군정 해방 직후에 써져, 적나라하게 당시 모습을 보여준다. 그때나 2016년 올해 한국인 모습 사이의 근본적 차이는 별로 없었다. 이건 오늘날 우리를 되돌아보는 교과서적 작품이라 생각했다. 근대극의 가치를 일깨워주는 연극을 근대극의 거장 윤광진 연출과 결합해보자고 생각해 기획하게 됐다.

마지막 '산허구리'는 월북작가 함세덕의 작품이다. '동승'을 많이 기억하시겠지만, 그의 첫 번째 작품이다. 이 작품은 국가적 상황으로 아일랜드 근대극의 영향을 많이 받았는데, 아일랜드 극작가 존 밀링턴 싱의 '바다로 가는 기사'를 모델로 해 한국적으로 시각화한 작품이다. 이 작품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야기의 구성, 플롯, 성격, 언어는 오늘날 현대 극작가들이 반성할 만큼 본보기의 베이스를 마련한 훌륭한 작품이다.

고선웅 연출 연극은 리얼리즘 같지 않은 리얼리즘을 많이 구사했다. 다이나믹한 연극을 많이 만들었는데, 고선웅 연출이 리얼리즘 연극을 제대로 해보고 싶은 연출가다. 같은 고향의 작가가 쓴 이 작품에 대해 매우 많은 집착적 애정을 품고 있어서 좋은 무대를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 현재 '한국인의 초상'을 고선웅 연출이 구성하고 있지만, 그건 현대적 관점에서 보여주는 것이고 이 세 작품은 과거로부터 흘러오고 있는 정체성의 핵심을 들여다보는 취지에서 기획하게 됐다.
 

   
▲ 서충식 '국물 있사옵니다' 연출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국물 있사옵니다' 작품을 소개해 달라.
ㄴ 서충식 : 국립극단이라는 곳에서 책임감이 따르는 작품을 해 부담감도 들고 하지만, 좋은 배우들과 좋은 프로덕션 아래 열심히 하고 있다. 이 작품은 김윤철 예술감독님 말씀처럼 근대와 현대의 경계에 서 있는 작품이다. 리얼리즘 작품의 글쓰기보단 서사적 기법을 사용하고 있는 작품이다. 처음 읽었을 때 재밌게 읽었다. 술술 넘어갔다.

그래서 재밌는 모양새를 띄면서 만들고 있는데, 사실 뒷부분은 어떻게 보면 비극적인 한 인물을 그리고 있는 것 같다. 평범한 인물 '상범'이 이타적인 부분에서 새로운 상식으로 살아가려고 한다. 이기적, 출세지향적, 모함, 누군가를 이용하고 협박까지 하는 새로운 상식으로 자리에 올라서게 된다.

하지만 '상범'이 "나는 저 자리가 싫어서 이쪽 자리로 옮겼는데, 아직 그대로인 것 같다"는 한계를 이야기한다. 즐겁게 블랙코미디로 작품을 만들고 있지만, 엔딩은 동시대 배금주의와 출세주의에 살아가는 인간 하나하나 모습을 투영할 수 있는 작품으로 만들려 한다. 목표는 모든 연출가가 그렇지만, 관객들이 모두 즐겁게 보다가 떠나갈 땐 무언가 생각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산허구리'를 맡은 소감을 듣고 싶다.
ㄴ 고선웅 : 첫인상은 "작품에 써진 그대로를 올리고 싶다"였다. 뮤지컬 '아리랑' 때도 그랬지만, 일제강점기 때 사진을 보면 그 사진 한 장에 그 삶의 질곡과 아픔, 말로 형용할 수 없는 한 같은 것이 바로 나한테 말을 걸어온 적이 많았다. 이 작품을 보고 정말 나한테 살아있는 존재들이 말을 걸어왔다.

연극이 허구라고 믿고 늘 살아왔는데, '산허구리'의 인물들은 나는 허구가 아니라 실존하고 있는 인물이라고 말을 걸어온 것에 가슴이 뜨거워져서 이 작품을 하고 싶었다. 리얼리즘 작품을 대학 시절 최인석 선생 작품을 하고 잘 하지 않았다. 그래서 하고 싶은 욕망이 생겨 하고 싶었다. 이러한 기회를 주신 김윤철 예술감독님과 국립극단 관계자들에게 감사드린다.

'혈맥'에 대해 소개해 달라.

ㄴ 윤광진 : 항상 우리극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 좋은 우리극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이번에 좋은 환경에서 연출할 수 있는 국립극단에서 이런 기회를 주셔서 어깨가 무겁다. 작품 연습하면서 내가 만나고 싶은 것이 이런 작품이었다는 생각으로 즐겁게 연출하고 있다.

이 작품의 첫 지문은 "1947년 이른 여름 서울 성북동 근방, 산비탈 아래에서 사흘 동안에 일어난 이야기"다. 극의 한 연기자가 해설자 역할로 들어가 이런 지문을 읽게 하는 극중극 형태로 만들고 있다. 1947년이면 해방된 지 2년이 안 된 해인데, 아직 우리 정부가 들어서지 않고 미 군정하에 있었던 대단히 혼란한 시기다. 여러 가지 주택난, 물자난도 있어서 극심한 가난에 시달린 시기였다.

'혈맥'은 핏줄, 가족에 관한 이야기다. 한 가족이 가난과 절박한 생존에 처했을 때의 그 안에서 우리는 진정한 가족의 모습을 본다. 이 극은 70년 전 우리의 가족과 그 이웃들, 그리고 해방은 됐지만, 아직 독립되지 못한 분열된 나라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젠 70년 전의 방공호도 사라지고, 그 동네와 이웃도 사라졌다. 언어도 달라지고, 가족도 변화했다. '혈맥' 속의 과거도 사라졌다.

하지만 연극은 과거의 기억을 불러내는 마술적인 힘이 있다. 이 극은 우리가 잊어버린, 사라진 과거의 기억과 마주한다. '혈맥'이란 과거의 기억이 먼지를 털고 무대에 올려져 조명 속에서 새롭게 그 모습을 그려내는 것이다. 우리 연극에서 연기자의 무대지문 읽기는 모든 것을 배제하고 그 관객에게 '과거'라는 '순수한 연극적 순간'을 새롭게 성찰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하고자 한다.
 

   
▲ 윤광진 '혈맥' 연출이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작품에 대해 추가로 하고 싶은 말은?
ㄴ 김윤철 : 이 세 작품의 연출가들에게 서로 다른 기대를 많이 갖고 있다. '산허구리'도 한국 초연이다. 이 좋은 작품이 "한국연극은 작품이 없다"고 해놓고 안 올려진 게 궁금해질 정도였다. 성격 창조, 언어 등 모든 것이 완벽하게 구축된 희곡이다. 여태 해보지 못한 연극을 한다는 의미에서 고선웅 연출의 '도전'이 될 것 같다.

'혈맥'은 연기자 또는 해설자를 따로 만들어 작가가 지문으로 써놓은 것을 읽게 한다. '이영녀'때도 '박물관장'을 등장시켜 작가의 지문을 읽게 했다. 서사적 극중극을 만들려고 한 의도도 있지만, 요즘 연극이 타 장르와의 혼합을 많이 모색한다. 소설도 서사극적이니, 연극과 소설의 중간형태인 혼종을 만들려는 시도로 비평적 이해를 할 수 있다.

왜 이런 해설 작업이 필요한가 생각하니, 근대작가가 지문을 아름답게 시적으로 썼다. 무대 설명 지문도 한 편의 시라서 버리기가 너무 아까웠다. 그래서 지문까지도 대사화해 현대연극의 형식인 서사극적 시도를 하려고 한다.

'국물 있사옵니다'가 가장 근시기 작품인데, 서충식 연출가의 극단 이름이 '주변인들'이다. 평소에 대단히 겸손하신 교인으로의 가치가 들어가 있다. 극단을 통해 소극장 연극을 치밀하게 해왔다. 그 극단 출신 배우가 현재 국립극단 시즌단원으로도 들어와 있다. 코미디를 연출할 때 이렇게 적합한 성격의 연출자가 있을 정도로 배우들을 편안하게 한다. 배우를 자율적으로 발전시키는 재능이 있다.
 

   
▲ 올해 첫 '근현대 희곡의 재발견' 작품인 '국물 있사옵니다'는 4월 6일부터 24일까지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열린다. ⓒ 국립극단

'국물 있사옵니다'로 보여주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ㄴ 서충식 : 20살 때 작품을 처음 읽었다. 세상 물정 모를 때 읽었으니 이건 코미디구나 했는데, 30년이 지나니 '이건 바로 우리의 이야기구나. 가까이서, 직장에서 일어나는 일이구나'로 느낄 수 있도록 다가온 작품이다. 코미디라고 어떻게 보면 블랙코미디인데, 서사극적 구조여서 주인공들이 해설하는 것이 나온다. 해설에서 빠져나와 간단한 삽화처럼 장면을 만들어가며, 시각적인 재미를 주려고 시도하고 있다. 1966년 됐으니 50년 된 작품이다. 요새도 임시직 문제가 당시에도 크게 문제가 됐듯이, 먼 이야기가 아니라 가깝게 느끼는 이야기라 생각한다.

월북작가인 함세덕 작가의 '산허구리'를 공연한 선택은 어떤 이유 때문이었나?

ㄴ 김윤철 : 이 작품에 관해서 아무런 간섭적 발언을 들은 바 없다. 내가 하겠다고 한 것이 오래됐다. 이미 함세덕 작가의 다른 작품이 많이 공연됐고, 월북작가의 작품과 작가는 구별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작품의 의미만 생각해서 고른 것이다.

구성의 탄탄함이나 간결함, 강력한 사실적 언어에 가슴에 설렌 게 좋았다. 리얼리즘의 형성사를 더 묻고 있는 국립극단이 하지 않을 수 없는 작품이고, 한국에서 공연된 적이 없어서 꼭 해야 한다고 믿었다. 함세덕 작가가 '바다로 가는 기사'를 너무나 절묘하게 번안해냈고 창작에 가까운 작품을 만들었다.

고선웅 : 일단 각색 안 할 것이다. 써준 대로 할 것이다. (웃음) 1936년도 작품인데, 21살 때 함세덕 작가가 처음 쓴 작품이다. 21살이 바라본 일본강점기 우리의 근근한 삶과 절망을 극복하고자 하는 의도가 지금도 쉽지 않은 청춘과 인생을 사는 한국인에게 생각하고, 사유하고 짚어보는 일을 쳐다보고 찾고자 한다.

그런 화두를 던지는 것이 연극이 할 일이다. 나중에 친일희곡도 4편 정도 올렸다는 글도 봤지만, 그것에 대해 나는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산허구리'에서 보여주려고 한 마음과 태도가 진중하고 좋았다고만 생각했다.
 

   
▲ 고선웅 '산허구리' 연출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은?
ㄴ 서충식 : B급 연극을 만들고자 노력했다. 주제는 어둡고 하겠지만, 어떻게든 배우와 함께 웃겨보자는 모토로 하고 있는데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다. 크게 웃진 못할 것 같다. (웃음) 와서 확인했으면 좋겠다.

윤광진 : 어렸을 때 서울의 한 군데에서 살았다. 어릴 때 기억들인 동네, 이웃 사람들이 완전히 지금 없어졌다. 이 작품을 만들면서 내 최초의 기억들인 어릴 때 기억을 찾아가는 게 아닐지 생각해 이 작품을 만들고 있다. 그 과정이 때론 아프기도 하고 아름답기도 하다. 또한, 어떤 면에선 불편하기도 하다. 이 연극은 무엇보다 오래간만에 내가 있고 우리가 있는 연극이라고 본다. 그런 우리가 남긴 좋은 연극을 만들어보고 싶다.

고선웅 : 연극을 계속하다 보면 절망을 이야기하면 "이 작품은 절망적이다", 희망을 이야기하면 "이 작품은 도식적"이라고 해서 이래도 어렵고, 저래도 어려운 것 같다. '산허구리'는 절망을 보여 드릴 것 같다. 절망이 조작된 것이 많아, 1930년대 함세덕 선생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올리고자 한다. 작품의 미덕을 좋게 봐주셨으면 좋겠다.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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